장관인가, 당대표인가..추미애 언행 논란

조형국·심진용 기자 2020. 6. 26. 21: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초선의원 상대 강연서 '아랫사람 대하듯' 훈계

[경향신문]

피감기관장으로 부적절 지적
의원들은 ‘눈도장 찍기’ 바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보인 고압적 언행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피감기관장 신분으로 초선의원에게 훈계하듯 발언을 쏟아낸 게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당내에서도 나온다. 행정부를 감시·견제해야 할 의원들도 ‘눈도장 찍기’에 바빴다는 지적이다.

지난 25일 민주연구원이 주최한 ‘초선의원 혁신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한 추 장관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초선 법사위원들의 질문 수준 평가로 강연을 시작했다. 추 장관은 “야당 이상 날카로운 지적을 해서 ‘다 때려라, 받아준다’는 마음이었다”며 “각본에 있었던 것처럼 잘하더라”고 말했다. 또 “밤새워 질문(준비)한 분도 있는데 (다른 분들은) 법을 많이 아실수록 막 질문을 하는구나 느꼈다”고 했다.

선배 의원의 의정활동 조언을 넘어 피감기관장이 의원의 질의 수준을 평가한 것이다.

초선의원을 아랫사람 대하는 듯한 발언은 계속됐다. “법무부 장관을 안 했으면 이 자리에 여러분이 있었겠나. 부채의식을 확실하게 느끼시나”라고 했다. 지난 1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검찰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던 추 장관은 “‘장관 열심히 흔들면 저 자리가 내 자리 되겠지’ 하고 장관만 보고 야당 역할을 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초선의원들은 추 장관 발언에 장단을 맞췄다. 황운하 의원은 “장관이 빛이 나더라”고 했고, 양경숙 의원은 “저희들이 어떻게 힘을 모아드리면 되나”라고 물었다. 추 장관이 “문정복 의원님이 옆에서 귓속말로 추임새를 넣었다”고 하자 문 의원은 “대통령!”이라고 외쳤다.

당내에선 추 장관의 처신을 놓고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의원은 “법사위 설전이나 강연 발언을 보면 법무부 장관이 당대표급 상왕처럼 행동한다”며 “입법부와 행정부는 엄연히 견제하는 관계인데 추 장관의 태도는 지나쳤다”고 말했다. 한 초선의원은 “당대표 출신 장관이 밤새 공부하고 질문하라는데 편하게 질의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이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미래통합당을 비판하며 “피감기관에 업무상 잘못이 있으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헌법이 국회에 보장한 권한이자 의무”라고 한 말이 무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야권은 전날 추 장관이 같은 자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장관 말을 들었으면 좋게 지나갈 일” 등의 거친 말을 쏟아낸 데 대해서 추 장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검찰총장과 법무장관 사이에 저렇게 과도한 말이 오고가는 것은 처음 본다”며 “개인 인성의 문제”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도 “특정 정당 의원들 모임에서 검찰총장 품평을 한 가벼움과 언어의 경박함이 목불인견”이라고 했다. 정의당 김종철 대변인은 “전형적인 ‘꼰대’ 스타일의 발언”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을 국민의 대표로 보지 않고 자신의 후배들 정도로 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형국·심진용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