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김두관 괜한 소리..바퀴 명인 있다고 車비싼가"

박해리 2020. 6. 2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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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가 2018년 서울 평창동 한 카페에서 중앙선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청년들은 지금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을 쇼타임(show time)이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신뢰 결여로 생긴 불안감이 표출된 사건이다.”

취업난과 비정규직 공포를 직면한 20대를 소개한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진보경제학자 우석훈 ‘내가꿈꾸는 나라’ 대표는 26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우 대표는 “조국 사태부터 문 정부가 청년들에게 실망을 많이 준것이 사실”이라며 “누적된 경제불황에 코로나까지 겹치며 불안감도 커졌다. 기분이 안좋았는데 마침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비정규직을 줄이는 형태로 나아가는 정부 방향은 맞다. 공공부문 일자리가 늘며 취준생(취업준비생)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 자체도 늘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무엇이 문제인가?
A : 이렇게 한번 (비정규직 전환) 하다 말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니 전체적인 시각이 아닌 인국공을 준비했던 사람들의 자리가 어떻게 되냐는 지점에 시선이 쏠린 것이다. 정부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못 줬다.

Q : 취준생과 정부·여당이 말하는 ‘공정’이 서로 다르다.
A : 시험보는 취준생이 말하는 공정은 차별에 대한 공정이다. 하지만 사람의 실력 차이가 엄청 있는게 아니다. 비슷비슷하지만 제한된 일자리에 사람을 고르기 위해 시험을 보는 것이다. 개인 능력이 그렇게 차이 난다는 건 말도 안된다.

Q : 우 대표가 생각하는 ‘공정’은 무엇인가?
A : 존 롤스가 말하는 고전적 관점과 비슷하다. 약자와 가장 힘든 사람들의 처지를 높이는게 정의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취준생들이 이야기하는 공정·정의는 과도하다.
미국 정치철학자 존 롤스는 1971년 ‘정의론(A Theory of Justice)’를 발표했다. 롤스는 ‘최소극대화 기준(maximin criterion)’에 따라 공공정책의 목표는 사회 최빈층의 복지를 증가시키는 것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불공정한 고용을 공정하게 바로잡는 것. 전환은 잘한 일”이라고 말하며 언급한 ‘공정’도 비슷한 맥락이다.

Q : 비정규직 전환으로 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도 있다.
A : 부분적으로 충격이 올 수는 있다. 코로나와 겹치며 발생한 영업손실이 있으니 아주 거짓말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정규직이 늘어나는 게 성장에 유리하다. 민간에 지시를 할 수 없으니 공공부문에 먼저 하는 것이다. 전반적인 분위기를 만든 후 민간에 인센티브를 주며 변화를 해 나가려는거다. 정부입장에서는 억울할 것이다. 청년 일자리를 늘리고 있는데 몇 자리 줄어든다고 형평성 떨어진다는 건 맞지 않다. 이번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70만~80만개 늘리려고 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제3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청년층 경력개발에도 도움 되는 공공분야 비대면 디지털 일자리 10만개, 민간 분야 청년 디지털 일자리 5만개, 청년 일경험일자리 5만개 등 직접 일자리 55만개+α(알파)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Q : ‘시험보고 들어왔다고 2배 임금 받는게 불공정하다’라는 김두관 민주당 의원의 말도 논란이다.
A : 할 필요 없는 괜한 이야기다. 우리나라 임금 격차가 너무 크다. 대기업·중소기업 차이도 많고 직급별 차이도 많다. K리그 2군 선수와 유럽 프리미어리그 선수가 임금 차가 나는 것은 쇼비즈니스의 특징이다. 스타플레이어가 움직이는 곳은 그렇다. 일반적인 생산 공정은 그렇지 않다. 표준공정에서는 너무 잘하는 사람도 사실 들어올 수 없다. 자동차 바퀴 조립 명인이 있다고 자동차가 비싸게 팔리지 않는다.

Q :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A : 정부가 잘못한 면은 있다. 하지만 절차상 미숙함이 있을지 몰라도 방향이 백점 만점 중 빵점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비정규직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처우 차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는게 맞다. 불완전고용이 줄어들면 성장률은 높아진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공채 제도는 사라질 것이다. 코로나로 졸업의 의미가 없어져 그해 졸업한 사람을 그해 뽑는건 없어질 것이다. 또래가 같이 경쟁하는게 줄어 지금 같은 동질적인 ‘취준생’ 집단 의미가 희미해질 것이다. 다른 방식의 채용 관행이 생길 것이다. 벌써 민간 기업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보인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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