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검찰.."이재용 기소 강행할까, 불기소 권고 따를까"

황재하 2020. 6. 2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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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하면 '권고 무시'하는 첫 사례..안하면 '무리한 수사' 자인하는 꼴
수사심의위 '수사중단·불기소' 권고에 고심하는 검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깃발 뒤로 삼성 서초사옥이 보이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위원회가 1년 8개월을 이어온 '삼성 합병·승계 의혹' 수사 중단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불기소를 권고하면서 검찰이 고민에 빠졌다.

권고를 따르면 무리한 수사를 이어왔다고 자인하는 셈이 될 수 있고, 따르지 않으면 외부전문가들을 통해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사심의위를 부정하는 결과가 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불법 승계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전날 밤 수사심의위의 권고 사항을 통보받은 직후부터 사건을 어떻게 처분할지 검토에 착수했다.

특히 수사심의위 심의에 참여한 위원 13명 가운데 10명이 수사 중단·불기소 의견을 낸 것도 검찰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당초의 예상과 달리 압도적 우세라는 평이 나온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 강제력 없어도 무시하기 어려운 수사심의위 권고

수사심의위의 권고는 법적인 강제력 없이 권고적 효력만 있을 뿐이지만, 검찰이 이를 따르지 않기에는 큰 부담이 따른다.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인 2018년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2년여 동안 총 8차례의 수사심의위가 열렸는데 검찰은 모든 권고를 존중했다. 이번에 검찰이 기소를 결정하면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르지 않는 첫 사례가 된다.

수사심의위는 주로 국민의 관심이 높거나 기관 간 갈등 소지가 있는 사건을 처리하면서 검찰의 부담을 완화하고 정당성 인정받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만약 사건 당사자의 요청으로 일반 시민들이 참여한 검찰시민위원회의 동의까지 얻어 소집된 이번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이례적으로 무시한다면 검찰 편의에 따라 제도를 이용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아울러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객관적 절차를 거쳐 구성되는 수사심의위의 성격에 비춰봐도 검찰이 권고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수사심의위는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등 형사사법제도에 학식과 경험을 갖춘 150∼250명 이하의 위원을 두고 있으며 추첨으로 선발한 15명이 심의에 참여한다.

당초 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장에 대한 중립성 논란이 있었지만, 양 위원장은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과의 친분을 이유로 위원장 직무를 회피했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이번 수사심의위 권고에 즉각 유감을 드러내는 입장을 발표하면서도 수사심의위 중립성에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 불기소로 마무리하면 '무리한 수사' 인정하는 모양새

검찰이 이 부회장을 불기소하고 사건을 마무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기간에 걸친 수사 과정에서 수많은 소환조사와 압수수색, 수차례 구속영장 청구를 하고도 불기소로 사건을 마무리하면 무리한 수사를 해왔다는 지적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 고발을 접수하고 1년 8개월 가까이 수사를 이어왔다.

지난해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에 대해 2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모두 기각됐고, 이달 4일에는 이 부회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됐다.

아울러 대기업의 편법·불법 승계를 둘러싼 시민단체와 사회 각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어 불기소 처분을 하면 비난의 화살이 고스란히 검찰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도 재판의 필요성을 인정한 점은 검찰이 기소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9일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와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는 불구속기소를 전제로 영장 청구를 기각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한편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는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과거 수사심의위 결정 이후 검찰이 이를 수용할지 판단하는 데 걸린 시간은 대개 일주일 이내였다.

안태근 전 검사장의 인사보복 사건은 수사심의위에서 구속기소 의견을 낸 지 3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아사히글라스의 불법 파견 사건은 수사심의위가 기소 의견을 낸 지 7일 만에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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