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올스톱' 이스타 '전격 회동' 아시아나, 하반기엔 성사될까

CBS노컷뉴스 김연지 기자 2020. 6. 2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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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이동걸·HDC정몽규 전격 회동..아시아나 인수협상 돌파구될까
이스타항공 '250억 직원 체납 임금' 해소 등 선결 조건 해결돼야
팬데믹 재확산, 업황 회복 요원 "시간 끌수록 무산 가능성 커"
(사진=연합뉴스)
올 상반기엔 인수합병(M&A)을 매듭지려던 아시아나·이스타항공의 기류가 엇갈렸다. 이스타항공은 딜 클로징(종료) 기한을 하루 남겨둔 채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다. 지난 26일 이스타항공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임시 주주총회도 열었지만, 제주항공의 반발로 무산됐다.

반면,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거래종결시한(6월 27일)을 이틀 앞둔 지난 25일 전격 회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단과 인수 주체간 대면회동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협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산은 이동걸·HDC정몽규 전격 회동…아시아나 인수협상 돌파구될까

지난 27일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매듭짓기로 약속했던 날이다.

그간 인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이유로는, 해외 기업결합 승인 대상 6개국 가운데 러시아의 승인이 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인수가격 등 구체적인 선결조건이 해결되지 않아서다.

앞서 HDC현산은 지난 9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공식 요청했다. 이에 채권권단은 다음날인 10일 HDC현산에 구체적인 재협상 조건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지난 17일에는 이 회장이 "60년대 연애도 아니고 무슨 편지를 하느냐"며 직접 대면 협상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후 HDC현산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원점 재검토 발표 이후 HDC현산의 침묵'은 "인수 포기를 위한 수순"이라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듯 했다.

이런 가운데 깜짝 소식이 전해졌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만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를 1시간가량 논의했다는 것이다. 다른 배석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의 '대면 협상' 요구에 정 회장이 응한 모양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정 회장에게 아시아나 항공 인수의 결단을 촉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아시아나 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입장을 발표한 뒤 대회의실을 나서는 모습.(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재협상 테이블 마련되겠지만…손익 계산기 두드리는 HDC현산

상반기 인수는 불가능해졌지만, 끝난 것은 아니다. HDC현산이 직접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공식 선언하지 않는 이상, 해외 기업결합 승인 심사 등 여러 가지 선결 조건에 따라 종결 시한을 늦출 수 있다. 최장 연장 시한은 올해 12월 27일이다.

재협상 돌입 문제를 놓고 산은과 HDC현산간 기싸움이, 두 수장의 만남으로 일단락되면서 조만간 본격적인 재협상 테이블이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협상도 하지 않고 인수를 포기하면 인수 무산의 책임이 고스란히 현산 쪽에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예상되는 2500억 원의 계약금 소송에서 현산이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현산은 그간 침묵하면서도 재협상에서 다툴 세부 조건을 다듬으며 손익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재협상에 들어가면 채권단과 현산의 팽팽한 기 싸움이 예상된다. 금호산업에 줘야 할 구주 가격과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채 5천억원의 출자 전환, 아시아나항공 대출 상환 문제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결국 HDC현산이 2조 5천억 원 규모의 인수 대금을 깎으려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채권단의 고민 지점이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다고 해도 인수가를 낮추는 것은 자칫 특혜 논란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의 인수 의지가 아예 꺾인 것은 아닌 것으로 짐작된다"면서 "그렇지만 협상을 최대한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언제든 거래를 엎을 수도 있다는 시그널을 주는 등 채권단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수속 카운터(사진=연합뉴스)
◇'250억 임금 체납' 제주-이스타 핑퐁 게임…실소유주 이상직 일가 주식매입대금 '의혹'

이스타항공은 250억 원의 체납 임금이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던 지난 3월 말, 이스타항공은 국내외 모든 노선 운항을 중지하면서 매출이 사실상 '제로'다. 이스타항공은 계약서상 "이런 비용은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이 떠안기로 돼 있다"고 주장하고, 제주항공은 "그런 의무가 없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이 타이법인의 항공기 리스와 관련해 맺은 지급보증 계약도 문제다. 이스타항공은 타이이스타젯이 리스한 B737-800 항공기에 대해 계약 기간만큼 사용하지 못하면 남은 기간 이스타항공이 이어받고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채무와 책임에 상응하는 금액을 보증한다는 계약을 리스사와 체결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측에, 해당 계약 해소를 인수 선결 조건으로 요구했는데 아직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를 향한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스타항공의 최대 주주인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활용된 자금출처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이 의원 딸과 조카 등 가족이 회사 내 요직에 있고 경영에 직접 관여해왔다"면서 "이 의원이 사실상 실소유자"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전 상무이사이자 현 브랜드마케팅 본부장은 이 의원의 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타항공의 최대 주주는 지분 40%를 보유한 이스타홀딩스인데, 이 의원의 딸과 아들이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스타항공 임금 체불 해결 촉구(사진=연합뉴스)
◇최악의 시나리오, 두 M&A 모두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모두 M&A가 사실상 하반기로 넘어간 가운데, 결국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또다시 확산되는 등 업황 회복 시점마저 불투명해지고 있어, 시간을 지체할수록 딜 성사 가능성은 작아지기 때문이다. 만약 두 M&A 모두 수포로 돌아가면, 각사의 경영난은 더 심각해질뿐더러, 국내 항공업계 재편에 차질이 생긴다.

전문가들은 두 건의 M&A를 성사시키기 위해선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아시아나항공은 매도자인 금호보다, 매수자인 HDC현산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 간의 진정성 있는 협상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이스타항공은 매도자인 이스타항공 사측이 먼저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은 저비용항공사로 기간산업안정기금 대상도 아니어서 아시아나항공과 처한 상황이 극명하게 다르다"며 "창업주이자 실소유주인 이상직 의원의 책임지고 체납 임금 해소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M&A 모두 성사된다면, 국내 항공산업 재편의 방아쇠를 당기면서 산업 경쟁력 회복 가능성이 판가름 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결국, M&A의 결과에 따라 국내 항공업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느냐, 아니면 이대로 날개가 꺾이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두 건의 M&A 모두 시간을 끌수록 해결책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이라며 "협상 주체간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회사는 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고 국내 항공업계 모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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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연지 기자] ancky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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