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길에서 주운 로또가 대박당첨?

정용인 기자 2020. 6. 2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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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언더그라운드.넷] “가지 마라, 사기다. 저거 당첨 받으러 갔다가는 11조 내야 함.”

/루리웹

6월 하순 화제를 모은 한 사진에 대한 누리꾼 반응이다.

‘길에서 주운 로또가 대박당첨’이 이 공유이미지의 제목이다.

얼핏 보면 로또용지다. 그런데 안에 적혀 있는 문구가 다르다.

“하나님이 만나지면 로또보다 더 큰 상을 받습니다.”

‘나눔Lotto’ 로고 위에 깨알같이 적혀 있는 글씨다.

금액은? 9원이다. 아마도 구원을 받는다는 뜻이리라.

“혼자 오기 뻘쭘하시죠? 연락주세요. 맨발로라도 뛰어나갑니다”라는 안내 문구와 함께 이 로또용지를 나눠준 사람의 연락처가 적혀 있다.

이 ‘9원짜리’ 로또용지가 화제를 모은 건 꽤 오래된 일인 듯하다.

‘나눔로또’라고 되어 있지만 현 시행사는 동행복권이다.

동행복권 관계자에 따르면 2018년 12월부터 시행사가 바뀌었다. 현재 나눔로또는 발행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저작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과거 시행사가 없어진 상황이다.

변호사에게 문의해 봐도 “로또용지가 신용증권이나 유가증권이 아니기 때문에 누가 없어진 시행사의 디자인을 홍보목적으로 사용했다고 딱히 법적 문제는 없다”고 답한다.

로또용지에 적힌 연락처를 검색해보니 서울 영등포구 모 교회와 일산의 횟집이 뜬다.

그러니까, 일산 횟집 주인이 저 교회의 신도?

연락해봤다.

“오래전 일이에요. 한 몇 년 되었나…. 몇 번 나눠주지도 않았는데 교회에서 안 했으면 좋겠다고 연락이 와서 그만뒀습니다.”

일산에서 횟집을 하는 건 맞다.

혹시 횟집하느냐 했더니 “어떻게 알았느냐”며 깜짝 놀란다.

놀랄 건 없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나온다.

어쨌든 궁금하다. 6월 중순 화제를 모은 것은 로또가 아니다.

소위 ‘미친 드립력’이라고 찬사를 받은 건 이 로또 전도지에 대해 어느 누리꾼이 올린 ‘9원 받으려다 11조 내야 함’이라는 댓글이다.

여기서 ‘11조’는 중의적이다. 신도가 교회에 내는 십일조만을 뜻한 것은 아닐 것이다.

포토샵으로 로또 전도지를 직접 만든 박씨의 말이다.

“좋은 의도가 있다고 해서 항상 다른 사람도 같은 뜻으로 바라보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몇 번 나눠주지도 않았는데 전화가 많이 와서 부담되었어요.” 인생의 교훈을 얻은 듯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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