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길목 제주] ③ 제주 자연재난 피해 85%가 '태풍'..예방책 곳곳 허점

변지철 2020. 6. 2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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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100년 빈도 홍수량 대비한 저류지 시설 안심 못 해"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는 한반도로 향하는 태풍의 길목으로 해마다 그 피해에 노출돼 있다.

붕괴된 제방과 찌그러진 자동차 (제주=연합뉴스) 태풍 '나리'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범람했던 제주시 한천 하류의 제방 일부가 붕괴되고 다리 위와 아래에 찌그러진 자동차들이 널려 있는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는 수십년간 태풍에 대비한 재난방어시스템을 정비해왔지만, 점점 강력해지는 태풍의 강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 69년간 71개 태풍 직접 영향…최악 피해는 '나리'

태풍과 대설, 집중호우 등 모든 자연재해 중에서도 태풍이 제주도에 미치는 피해는 실로 엄청나다.

지난 1959년부터 2019년까지 각종 자연재해로 제주에 315명(사망 83명, 실종 55명, 부상 177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행정당국에 집계된 재산피해는 4천683억원에 달했다.

이 중 제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71개 태풍에 의한 인명피해는 268명(사망 63명, 실종 29명, 부상 176명), 재산피해는 4천142억원이었다.

69년간 제주에 발생한 각종 자연재해 중 태풍 관련 인명피해, 재산피해가 전체의 85.1%, 88.5%를 차지하고 있다.

진흙탕 도로 복구작업 (제주=연합뉴스) 태풍 '나리'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범람했던 제주시 한천 일대에서 주민과 공무원들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에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남긴 태풍은 1959년 '사라'다. 당시 제주에서만 118명(사망 11명, 부상 107명), 25억1천만원의 인명·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재산피해로만 본다면 ▲ 2007년 '나리'(1천307억원) ▲ 2012년 '볼라벤'·'덴빈'(572억원) ▲ 2002년 '루사'(511억원) ▲ 2003년 '매미'(481억원) ▲ 2016년 '차바'(196억원) 순이다.

역대 제주에 가장 큰 피해를 남긴 '나리'는 순간 최대 풍속 초속 52m의 강한 바람 뿐만 아니라 시간당 100㎜ 안팎의 '물폭탄'을 퍼부었다.

태풍 내습 불과 2∼3시간만에 제주시가지를 지나는 산지천, 병문천, 한천, 독사천 등 모든 하천이 범람해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2년에는 태풍 '볼라벤'(8월 27∼28일)과 '덴빈'(8월 29∼30일)이 연이어 제주를 강타해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서귀포시 화순항 앞 해상에 정박했던 중국어선 2척이 좌초돼 선원 33명 중 15명이 숨졌다.

또 개당 무게가 72t에 달하는 서귀포항 방파제 테트라포드(TTP) 2천300여개가 모두 유실돼 당시 태풍의 위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케 한다.

태풍 차바에 붕괴된 병문천 제3저류지 석축 (제주=연합뉴스) 태풍 '차바'가 제주를 휩쓸고 지나간 뒤 저수용량 9만t 규모의 제주시 오등동 병문천 제3저류지 석축 일부가 태풍 '차바'가 몰고온 폭우로 붕괴돼 수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반복되는 태풍 피해

문제는 태풍에 대한 대비를 끊임없이 해왔음에도 여전히 허점을 드러낸다는 데 있다.

제주도는 2007년 태풍 '나리' 내습 이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제주 시가지를 관통하는 한천·산지천·독사천·병문천 등 4대 주요 하천에 12개의 저류지를 조성했다.

저류지란 홍수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설치하는 시설로, 쉽게 말해 빗물을 가두어 두는 공간이다.

그러나 피해는 9년 뒤에도 반복됐다.

2016년 10월 태풍 '차바'가 제주를 관통하며 강한 바람과 함께 엄청난 비를 퍼붓자 하천이 또다시 범람했다.

한천 하류인 제주시 용담동 한천교 일대에 물이 넘치고 역류하면서 차들이 휩쓸려 수십대가 파손되는 등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외도동 월대천도 범람해 주변 가정집과 펜션 등 10여채가 침수피해를 입기도 했다.

저류지를 조성했음에도 범람을 막지 못한 이유에 대해 당시 전문가들은 설계·구조적 문제로 저류지가 제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도는 이후 진단과 개선을 통해 저류지를 보완해오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저류지에선 문제점이 지적됐다.

제주시 호우 피해 막을 저류지 설계도 (제주=연합뉴스) 제주시가 집중호우에 따른 하천 범람으로 인한 도심지의 피해를 막기 위해 한천 중류에 시설한 다층단계의 저류지 설계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폭우로 인해 하천 수위가 높아지면 자동적으로 빗물이 저류지로 흘러들어가야 하는데 한천· 산지천·독사천 일부 저류지의 구조상 문제점으로 인해 빗물 유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제기에도 아직 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해당 저류지의 기능 개선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태풍의 위력이 점차 거세지는 상황에서 만에 하나 슈퍼태풍이 오기라도 한다면 제주의 재난방어시스템이 견딜 수 있을 지 의문을 제기한다.

100년 빈도의 홍수에도 안정성을 확보하도록 제주의 하천정비사업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상기후로 인해 예상을 뛰어넘는 집중호우와 슈퍼태풍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필요에 따라 일부 하천의 경우 200년 빈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저류지를 관리하는 제주시 관계자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200년 빈도의 홍수 방어시설을 구축하려면 도시 하천을 넓힌다든지 재방을 높게 쌓아 올려야 한다"며 "단순히 예산 문제만이 아니라 주요 도심 하천의 주변에 도로와 민가가 밀집해 들어서 있는 상황에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200년 빈도에 대비한 시설 구축에 대해 장기적 관점에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류지로 쏟아지는 하천 빗물 (제주=연합뉴스) 태풍 '산바'가 제주를 강타한 2012년 9월 17일 제주시 오등동의 한천 제2저류지로 하천에서 넘친 흙탕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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