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비호감도'가 여전히 높은 이유는?

성한용 2020. 6. 2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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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29
한국갤럽 미래통합당 '호감 18%' '비호감 69%'
40대 80%가 비호감..대구·경북도 비호감 높아
김종인 위원장 개혁 성과 내려면 시간 걸릴 듯
의원들 공부 모임 활발..원 구성 협상은 '악재'
코로나 추경 심사 코앞 상임위 명단 제출 거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6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비상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추인받은 후 의총에 참석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미래통합당이 참패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그중에서 비호감도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꽤 일리가 있습니다.

총선 이후 여러 조사에서 유권자에게 미래통합당의 이미지는 ‘꼰대’였던 것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정치도 이성보다 감성이 더 잘 작동하는 영역입니다. 비호감도가 높은 정당이 어떤 공약을 내든, 뭐라고 메시지를 내든 유권자의 지지를 받기 어렵습니다. “그냥 싫다”는데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선거는 끝났고 미래통합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갖춰 열심히 당 재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미래통합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총선 이전이나 이후나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갤럽은 2018년부터 일 년에 두세 차례 정당별 호감도-비호감도를 조사해서 발표하고 있습니다. 6월 26일 공개한 조사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더불어민주당에 ‘호감이 간다’는 응답자는 50%,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38%였습니다. 미래통합당에 ‘호감이 간다’는 응답자는 18%,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69%였습니다. 쉽게 말해서 더불어민주당이 그냥 싫다는 사람이 38%인데 비해, 미래통합당이 그냥 싫다는 사람은 69%라는 얘깁니다. 엄청난 격차입니다.

미래통합당에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비호감도는 2018년 8월 76%로 최고치였다가, 11월 75%, 2019년 3월 66%, 7월 65%, 10월 62%로 차츰 낮아졌는데, 이번에 다시 69%로 확 올라갔습니다.

권역별로는 서울과 대전·세종·충청이 74%로 가장 높고 광주·전라 71%, 부산·울산·경남 70% 순입니다. 미래통합당을 싫어하는 사람이 호남보다 충청도에 더 많은 것이 이채롭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대구·경북입니다. 다른 권역보다 상대적으로 덜 하기는 하지만 비호감도가 55%로 호감도 29%보다 높습니다. 표는 찍어 주지만 정서적으로는 미래통합당을 싫어한다는 의미입니다.

성별로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고, 연령대별로는 40대 80%, 30대 77%로 30~40대가 압도적입니다. 희한한 것은 60대 이상에서도 비호감도가 57%로 호감도 26%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입니다.

직업별로는 사무·관리직이 78%로 가장 높고 가정주부도 70%로 평균치보다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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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한 일입니다. 미래통합당은 총선 참패 이후 여러 가지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김종인 전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맡긴 것 자체가 파격입니다. 김종인 위원장의 미래통합당 개혁 의지는 여러 차례 소개해 드린 바 있습니다.

그는 최근 미래통합당의 경제 비전과 정강·정책을 다시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미래통합당의 ‘겉모습’이 아니라 ‘영혼’을 교체하는 작업에 나선 것입니다. 6월 17일 미래통합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 1차 회의 발언입니다.

지금부터 제1차 미래통합당 경제혁신위원회의를 시작하겠다. 여러 위원님들께서 저희 당의 혁신을 위해 참여해주셔서 먼저 감사의 말씀 드린다. 저희 당이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종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고의 개념에서 기본적인 전환을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미래 경제 사회를 형성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들어서 지금서부터 미래통합당이 앞으로 4차 산업을 비롯해 어떠한 경제 구조를 가져갈 것인가 하는 측면에서 우리 경제혁신위원회가 가동을 시작한 것이다. 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참 상당히 모범국가로 경제 성장을 이룩했고 민주화도 달성한 드문 국가 중 하나가 됐는데, 경제의 발전의 결과가 지나치게 사회 계층 간의 위화감이 형성될 정도로 빈곤층의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너무 높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우리 국민들이 아프게 생각하고 있고 이것이 유래가 되어 대한민국이 현재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는 형태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래서 미래통합당이 일반적 사람들이 인식하기에 ‘저 당은 항상 기득권 계층 옹호하는 정당이다’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는데, 사실 우리 당이 기득권층을 옹호하기보다는 우리가 어떤 계층을 상대로 해서 우리 당의 목표를 달성할 것이냐 하는 것이 명확하게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저희 당은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지향을 최고의 목표로 설정한 정당이기 때문에 국민 간에 있어서 첫째로 위화감을 어떻게 해소시킬 것이냐 하는 이런 측면의 노력을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저희 당이 가장 기본으로 생각하는 것이 사회적 약자를 지금의 현상보다 나은 위치로 옮겨 놓을 것이냐가 가장 지상의 목표라는 것을 말씀드린다. 이러한 것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 구조, 사회구조를 어떻게 형성해 나갈 것인가를 경제혁신위원회에서 하나의 과제로 삼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아무쪼록 경제 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으신 윤희숙 의원님께서 경제혁신위원회 운영을 원만히 하셔서 여러 가지 좋은 프로젝트가 나올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란다. 6월 18일 정강·정책특위 1차 회의에서 했던 발언은 이렇습니다.
정강·정책특위를 시작하겠다. 정강·정책은 미래통합당이 대국민을 상대로 목표 설정을 하는 것이다. 정당을 발족할 때 항상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지향하는지 설명하는 것이 정강·정책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정당들의 정강·정책을 보면 정강 따로 실질적인 행동 따로 정당 운영을 해 와서 일반 국민이 생각할 때 ‘정강·정책은 무엇 때문에 있는 것이냐 정당이 실질적으로 내세운 정강·정책대로 운영을 했느냐’에 대해 회의를 가진다. 정강·정책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정치권이 제대로 적응해 국민의 의사를 따라가는 것이 내포되어야 하는데, 그런 점을 정당들이 소홀하게 해 온 것이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제가 2011년 총선, 대선 맞이해 당시 새누리당 정강·정책을 개편하는 위원장 역할을 담당했었다. 종전 정강·정책과는 상당히 다른 정강·정책을 제시를 해 그때도 논란이 많았다. 요즘도 논란이 있는 보수라는 말을 가지고 상당히 실랑이를 벌였다. 우리가 보수를 논할 때 보수가 무엇 때문에 내세워야 하느냐. 저는 그 당시에도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보수란 말을 안 써도 당시 새누리당이 보수 정당이라는 것을 대한민국 국민이 다 알았다. 지금 미래통합당도 보수라고 강조하지 않아도 미래통합당은 보수 정당이란 것을 모두가 다 인식하고 있다. 원래 보수라는 건 급진적인 변화를 억제한다는 의미에서 보수지,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적응하지 않는다는 보수는 정치적으로 생존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가 기본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무엇이냐, 대한민국 헌법에서 얘기하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이 이 정당에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그 범주 내에서 시대 변화를 어떻게 정강·정책에 수용하느냐는 것이 이번에 정강·정책 개편에 주요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한 정강·정책을 만들어서 국민들이 ‘저 정당 한 번 믿고 해보자’라는 인식을 줄 정도로 정강·정책이 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제가 2011년 당시 새누리당 정강·정책을 새로 개편해 당시 19대 총선, 대선 모두 다 승리로 이끌어왔다. 이번에 여러분께서 잘 협조해 주셔서 김병민 위원장께서 의원님들의 의사를 잘 반영해 새로운 정강·정책을 만들어 다가오는 대선에서 기필코 미래통합당이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그런 희망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데 전력을 다해주길 바란다. 어떻습니까? 저는 미래통합당에 대한 김종인 위원장의 진단과 처방이 모두 옳다고 생각합니다. 미래통합당이 제대로 된 정책 정당, 집권 가능한 대안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은 미래통합당 당원들이나 지지자들에게만 좋은 일이 아닙니다. 경쟁력 있는 야당의 존재는 정부 여당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합니다. 따라서 미래통합당 재건은 대한민국 전체의 이익입니다. 문제는 김종인 위원장이 주도하는 미래통합당 개혁 작업이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쉽지 않습니다. 미래통합당 안팎에는 김종인 위원장을 사갈(蛇蝎) 시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추구하는 노선과 정책의 정체가 사실은 ‘진보 좌파’의 노선 및 정책과 같다는 이유입니다. 이들이 앞으로 김종인 위원장을 본격적으로 흔들어대기 시작하면 김종인 위원장이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훌쩍 떠나고 나면 미래통합당은 태극기 부대와 함께 장외집회에 몰두하던 황교안 대표의 자유한국당 시절로 되돌아가고 결국 60대 이상 고연령층만 지지하는 ‘티케이 자민련’으로 전락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김종인 위원장의 우군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은 참패했지만 각 분야에서 충원된 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전체적인 수준은 꽤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이 김종인 위원장과 함께 미래통합당 개혁을 주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공부 모임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허은아 의원이 주도하는 초선 의원들의 수요 공부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가 있습니다. 또 김기현 의원 주도로 초재선과 다선들이 섞인 ‘금시쪼문’(금쪽같은 시간을 쪼개 공부하며 문제를 해결한다)도 있습니다. 며칠 전 금시쪼문에서 저를 초청해 짧은 강의를 듣고 토론을 했습니다. 미래통합당 의원 모임에서 한겨레신문 기자인 저를 초청한 것 자체가 사실은 파격일 것입니다.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제 나름대로 생각하는 미래통합당의 문제점과 개혁 방안에 대해 성의껏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김종인 위원장이 당 개혁의 가시적 성과물을 만들어내고 의원들이 공부로 실력을 쌓아 결실을 이루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미래통합당의 지지도를 좌우하는 것은 당 전체가 국민에게 어떻게 비치느냐일 것입니다. 지도부의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미래통합당의 최근 원 구성 협상에서 특징은 주호영 원내대표 리더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주호영 원내대표의 잘못도 아닙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세운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팔로워십이 더 큰 문제입니다.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는 의석을 가지고 주호영 원내대표가 협상으로 거둘 수 있는 성과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습니다. 미래통합당 안에서도 법사위원장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의원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알짜 상임위원장 몇 자리를 가져오는 것으로 현실적인 타협을 해야 했습니다. 미래통합당이 17개 상임위원장과 예결특위 위원장까지 18개 위원장을 여당보고 다 가져가라고 하면서도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아 원 구성을 방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입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협상파인 주호영 원내대표는 어떻게든 타협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12일 예결특위, 국토위, 정무위, 농해수위, 교육위, 환노위, 문체위를 내주겠다는 여당의 타협안을 의원총회에 부칠 때도 그랬고, 6월 26일 국회의장 및 여당 원내대표와 거의 합의를 이뤘던 타협안을 막판에 거부할 때도 그랬습니다. 당내 강경파가 타협을 계속 방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강경파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어쨌든 21대 국회 원 구성이 자꾸 늦어지면서 여론의 비난은 주로 미래통합당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15일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포함해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한 직후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잘했다’는 의견이 52.4%, ‘잘못했다’는 의견이 ‘37.5%’로 나온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미래통합당 의원 중에는 2008년 18대 국회 원 구성 당시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의석 차가 컸는데도 한나라당이 법사위원장을 양보해줬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때 한나라당의 법사위원장 양보로 타협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당시는 미국산 쇠고기 협상 관련 가축법 개정안 때문에 정부 여당이 궁지에 몰려 있던 때였습니다. 양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6월 20일 충북 보은군 속리산 법주사를 찾아 주호영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성원 미래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지금은 국회를 둘러싼 정치 환경이 정반대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3차 추경 심사의 필요성과 절박성을 온 국민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여야 협상이 끝내 결렬돼 박병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18개 위원장 선출을 강행하더라도, ‘잘했다’는 의견이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보다 훨씬 더 위중한 국면입니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습니다. 미래통합당은 이런 흐름을 정확히 읽어야 합니다. 나아가야 할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것은 전쟁의 기본입니다. 싸워야 할 때와 타협해야 할 때를 아는 것은 정치의 기본입니다. 미래통합당은 지금 여당과 싸워야 할 때가 아니라, 물러서서 공부하고 실력을 쌓아야 할 때입니다. 정부 여당이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야 할 때입니다. 수십년간 집권 경험이 있는 정통 보수 야당의 지혜를 기대해 봅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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