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당이 외면한 차별금지법, 통합당이 발의한다

원선우 기자 2020. 6. 2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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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지향'은 일단 제외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지난 10일 국회 중앙홀에서 미국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태와 관련,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는 팻말을 들고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시위를 하고 있다.

여성·장애인·외국인 등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를 법제화하는 ‘차별금지법’ 발의를 176석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외면하고 있는 가운데 미래통합당이 자체적으로 차별금지법 발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차별금지법 통과를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의당(6석)이 법안 발의에 필요한 의원 10명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통합당이 차별금지법 이슈를 선점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통합당 관계자는 28일 “소속 의원들이 차별금지법 발의를 검토 중이고 주호영 원내대표에도 관련 사항이 보고된 상태”라고 했다. 다만 보수 개신교계 등에서 반대하는 ‘성적 지향’과 관련한 항목은 통합당 차별금지법안에서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통합당 관계자는 “통합당이 성소수자의 인권을 경시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장애인·외국인 등에 가해지고 있는 차별을 철폐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가 쉬운 항목부터 일단 발의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 “현존하는 여성·장애인 등 차별 더는 묵과 못해”

통합당 관계자는 “그간 차별금지법 논란 초점이 ‘성적 지향’에 지나치게 맞춰져 당장 차별·억압에 시달리는 여성 등의 인권을 챙기지 못했다”며 “일단 여야 합의로 법률을 통과시킨 뒤 ‘성적 지향’ 등은 여권(與圈)에서 법 개정을 통해 추가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차별금지법은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금지법 권고안’을 만들어 국무총리에게 정부 입법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후 보수 개신교계에선 ‘동성애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냐’며 거세게 반발했고, 17~19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되거나 반대 여론에 밀려 철회됐다. 20대 국회에선 아예 발의되지 못했다. 민주당 소속 김진표 의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은 ‘동성애 반대’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정의당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외면으로 법안 발의에 필요한 의원 10명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동양대 진중권 전 교수는 “1호 법안 내겠다고 며칠 밤샘 대기하면서, 법안 발의 건수로 숫자 경쟁이나 하면서 정작 차별금지법 발의에 의원 하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했다.

John Martin - Sodom and Gomorrah/위키피디아

◇진중권 “국회, 의인 10명 없어 망할 것”

이어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중단시키는 것만큼 중요한 개혁이 어디에 있느냐”며 “차별금지법에 서명한 의원이 고장 9명, 소돔과 고모라가 의인 10명이 없어서. 망했다. 21대 국회는 의원 10명이 없어 망할 것”이라고 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서 신이 타락한 도시 소돔과 고모라를 멸하기 전 아브라함에게 ‘의인 10명을 찾아오면 벌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던 이야기를 언급한 것이다.

한편 국가인권위는 차별 행위 금지와 예방, 피해 구제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 명칭을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로 바꿔 정하고, 약칭을 ‘평등법’으로 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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