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달린 문제"..시동 걸린 공수처에 전열 가다듬는 통합당
“결국 공수처다. 심하게 말하면, 공수처는 우리 목숨이 달린 문제다. 국회 원 구성 협상과 차원이 다르다.”
한 미래통합당 의원은 2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의도에 드리우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전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원 구성 협상이 일단락되면 국회의 다음 화약고는 공수처가 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두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당은 일찌감치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통합당 한 초선 의원은 “라임 사태 등 정권과 관련한 사건들이 불거지자 공수처 출범 및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압박이 함께 강해지고 있다”며 “공수처는 결국 여권의 부정을 감추고 야당 의원들을 탄압하는 데 쓰일 것이 분명하다. 공수처장 일방 임명 등을 막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당의 다른 중진 의원 역시 “여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빼앗아 간 것도 결국 공수처 후속 입법을 위한 것이고, 야당이 반드시 막아야 할 것도 결국 공수처”라고 했다. 통합당은 지난 4·15 총선에서 공수처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다만 당 차원의 전략 마련 작업은 아직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한 통합당 의원은 “율사 출신이거나 법사위에 갈 의원들은 각자 공수처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며 “다만 원 구성 협상도 마무리가 안 됐고, 내부적으로도 상임위 배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 당 차원에서 논의하기가 어렵다. 지도부의 복안이 있는지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여당의 다음 수에 대한 예상이나 대응 전략에도 의원별로 온도차가 있다. 한 통합당 의원은 “법을 바꾼다면 모를까, 야당이 추천한 후보추천위원들이 반대하면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없는 게 현재까지의 상황”이라며 “이를 활용해 여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인물을 임명하도록 협상하는 게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장관ㆍ법원행정처장ㆍ대한변호사협회장이 각각 추천하는 위원(3명)들과 여당 추천 위원(2명), 야당 교섭단체 추천 위원(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되며 이 중 6명이 찬성해야 공수처장 후보자가 될 수 있다. 야당 추천 위원 2명이 거부하면 후보 추천이 불가능한 구조다.
통합당에는 “공수처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 조금도 타협해선 안 된다”는 강경론도 있다. 한 의원은 “공수처법을 밀어불일 당시엔 정의당 등 여당 우호 세력이 교섭단체를 구성할 것으로 보고 야당의 비토권(거부권)을 넣은 것”이라며 “당시 예상과 달리 교섭단체가 민주당과 통합당 밖에 없다. 난감해진 민주당은 법 개정마저 밀어붙여 빨리 출범시키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립적 인물을 임명하는 선에서 합의가 되기 힘들 거라는 예상이다.
정부는 이미 공수처 드라이브의 시동을 건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서 “공수처의 7월 출범에 차질이 없도록 해 달라”고 강조했고, 24일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보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공수처 강행 수순’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28일 “국회가 추천하지 않으면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달라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이에 대해 “통합당은 날치기 공수처법에 동의한 적이 없다”며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달라’는 청와대의 주장에 헌법에 따른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르겠다는 답으로 갈음하겠다”고 논평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7월 15일까지 공수처 출범시켜라’(고 촉구하는 것)는 3차 추경 통과에 이은 대통령의 또 다른 행정명령”이라며 “많은 위헌적 요소 때문에 공수처 출범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지난 1일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 운영 규칙안’에 대해서도 통합당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 관한 야당의 비토권마저 무력화시키려는 움직임”(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요청 기한 내에 위원 추천이 없을 때 국회의장은 교섭단체를 지정해 위원 추천을 요청할 수 있다’(규칙안 2조)는 내용 때문이다.
그러나 백혜련 의원실에선 “모법에 야당의 비토권이 명시돼 있기 때문에 교섭단체가 2개뿐인 상황에서는 해당 규칙은 의미가 없다”며 “야당 교섭단체가 여러 개 있을 경우 적용될 수 있는 규칙이다. 야당의 비토권을 빼앗기 위해서라는 야당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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