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오마이뉴스

코로나시대, '전환 없이 미래 없다'는 석학들의 경고

이민희 입력 2020.06.28. 19:30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서평] 문명의 대전환, 신인류의 미래 '코로나 사피엔스'

[오마이뉴스 이민희 기자]

기존의 틀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작금의 상황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더라도 거의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이제 생존이 직접적으로 위협 당하는, 삶의 존립 기반이 무너지는 공포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코로나19 감염사태를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가 겪고 있는 최대의 위기'로 표현했다.

따지고보면 '포스트 코로나'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코로나 감염사태가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포스트 코로나'를 말하는 것은 좀 섣부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종식되더라도 '펜데믹'을 일으킬 만한 바이러스 감염 위협이 영구적으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생태계 파괴와 소비 양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제2, 제3의 코로나 사태는 이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직면한 핵심 문제는 코로나 이후 세상이 어디로 갈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어떤 세상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다.

전환 없이 미래 없다
 
▲ <코로나 사피엔스> 표지 .
ⓒ 인플루엔셜
 
석학들은 이구동성으로 경고하고 있다. 지금 당장 변화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책 <코로나 사피엔스>는 예측불가능한 위기 앞에서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 지금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묻고 있다.

우리가 맞딱드린 '코로나 시대'에 지금 당장 '전환'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자연스럽게 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사회시스템을 반성하고 교정하고 새롭게 설계하려는 결단과 노력에서 올 것이다. 핵심적인 키워드는 성찰과 전환이다. <코로나 사피엔스>의 저자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역사상 전례 없는 인류의 자연 침범, 그리고 바이러스에게 역대 최고의 전성기를 제공하는 공장식 축산과 인구 밀집, 지구 온난화. 이 모든 것은 인간이 만들어냈다. 이를 반성하고 고치는 것이 생태 백신이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 앞에서 지금까지 삶의 자세를 성찰하고 자연과 공존하며 기후변화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행동 백신이다."(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8쪽)

"현 사태는 주객이 전도된 경제체제의 모순을 폭로하고 있다. 무한 이윤 추구와 성장이라는 수단이 모든 국민을 잘살게 하자는 목표, 즉 공공 복지 생명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시민권에 기반한 보편적 복지국가라는 것. 이 두 가지이다."(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 8쪽)

"현 세계를 떠받치던 체제, 즉 산업의 지구화, 생활의 도시화, 가치의 금융화, 환경의 시장화라는 네 개의 기둥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이제 어떤 변화를 선택할 것인가."(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9쪽)

"코로나19가 생각의 틀을 바꾼다. 세계적으로는 미국 헤게모니의 쇠퇴, 극내적으로는 미국화 신화의 종언을 의미한다...(중략)...지난 한 세대에 걸쳐 위기 대응의 공공 인프라를 초토화해 온 신자유주의는 더 이상 당연시되지 않을 것이며, 그동안 우리를 지배해 온 생각들은 뒤바뀔 것이다. 남은 건, 그 생각의 방향을 어디로 향하게 하는가다. 문제는 생각이다. 패러다임 전환없이 22세기는 오지 않는다."(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과 교수, 10쪽)

정직한 절망

'문명의 전환'이란 부분적인 변화가 아니라 전면적인 변화다. 낡은 과거와의 단절이며 새로운 미래와의 조우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담보할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위해 전 사회적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왜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는가'에 대한 성찰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지구 환경은 인간의 축적과 파괴 행위를 감당할 만큼의 수용 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기후 변화로 인한 거듭되는 환경 재난속에서도 위기에 대한 인식은 안일했다. 세계를 완전히 인식하고 자연을 지배할 수 있을 거라 장담했던 인간의 오만함은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지구 환경의 위기는 생명의 위기를, 경제의 위기를, 생존의 위기를 불렀다.

최재천 교수는 "(코로나19 감염사태로 인해) 진짜 자연을 건드리지 않는 게 더 좋다는 계산을 이제 드디어 사람들이 할지도 모른다, 그런 희망이 생겼다"며 "생태적 전환만이 살 길"(40쪽)이라고 지적한다.

개발과 성장의 폭주기관차 위에서 벌이는 축적과 소비의 향연을 끝내자는 말은 삶의 철학과 패러다임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없고서야 불가능한 일일 터이다. 희망은 절망의 늪에서 피는 꽃이라 했으니, 직면한 현실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먼저다. 어쩌면 '정직한 절망'만이 희망일지도 모른다.

재구성의 방향

현실적으로 방역과 경제는 양립하기 어렵다. '거리두기'를 계속할수록 경제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지만 바이러스가 만들어 낸 사회적 충격은 계급 계층을 차별한다.

재난 위험 앞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은 허술함을 노출했다. 교육, 의료, 복지, 경제 등 삶의 필수 영역들이 새로운 전환의 기로에 놓였다. 이는 단순히 '원격'이라는 기술적 전환만이 아니다.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과 생활 양식의 전환을 의미할 것이다.

장하준 교수는 "만약 백신이 빨리 개발되지 않아서 경제 마비가 계속되면, 2008년 금융 위기는 물론이고 1929년 대공황 때보다 더한 위기가 올 수 있다"며(51쪽) "이번 위기는 많은 사람에게 '인간의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런 것을 이루기 위해 개인은 어떻게 인식과 행동을 바꾸고 사회는 어떻게 재조직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고(67쪽) 분석한다.

그는 "우리가 지난 몇 십년 동안 최소한 주객이 전도된 시스템으로 살았거든요. 경제 발전이라는 건 수단이고 목표는 복지, 안전, 건강인데 말이죠. 이번 기회에 그 가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라고(62쪽) 강조한다.

김누리 교수도 자본주의를 폐기하거나 자본주의를 인간화하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할 기로에 놓였다고 진단한다. 그는 "지금과 같은 형태로 자본주의가 작동한다면 22세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거대한 인식의 전환, 패러다임 전환 시대가 되어야 합니다. 한국사회를 지배해 온 수월성 사고는 이제 존엄성 사고로 바뀌어야 합니다. 중요한 건 경쟁에서 승리하는게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겁니다"라고(151쪽) 이야기한다.

예측불가능한 재난이 반복되는 시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는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발상에서부터 탈피해 시장의 바깥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종식하고 연대와 협동의 원리로 삶의 방식을 개편하는 과감한 노력이 필요하다.

홍기빈 소장은 "예측이 안 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미래를 대하는 방식은 '결단'입니다. 우리가 이 상황에서 어떤 가치를 중요시하고 어떤 식의 미래를 우리가 만들고 싶은가? 이처럼 우리의 이성과 양심으로 되돌아가서 어떤 미래를 만들지, 그 그림을 우리 스스로 결단하고 만들어야 합니다"고(116쪽) 호소한다. 

잔치는 끝났다. 모두가 죽을 것인가, 아니면 모두가 함께 살 것인가. 우리는 이 벼랑 끝 질문 앞에 서 있다. 무한경쟁 시대의 패러다임을 종식하고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고 협동과 행복이 살아나는 사회로 재구성하기 위한 전환을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포토&TV

    실시간 주요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