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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법이 웬말이냐" 문자폭탄에 어리둥절 통합당

원선우 기자 입력 2020.06.28. 22:15 수정 2020.06.28.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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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的지향' 빼고 여성과 장애인 등 차별금지법 검토
일부 개신교계 "지지 철회하겠다" 발끈
진중권·정의당 "성적지향 빠지면 차별금지법 아냐"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 보수 개신교 단체들./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일부 의원들이 ‘성적(性的) 지향’을 제외한 차별금지법 발의를 검토하는 가운데 강경 지지층과 일부 개신교 세력이 통합당 의원들에게 항의 전화와 ‘문자 폭탄’을 날리고 있는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주로 ‘차별금지법을 만들면 결국 동성애·동성결혼도 허용하게 될 것’ ‘보수 정당 정체성이 무엇이냐’ ‘이럴 거면 통합당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등 내용이다.

통합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조선일보 통화에서 “차별금지법은 통합당 ‘당론’도 아니고 중앙당 차원에서 발의하는 것도 아니다”며 “헌법 기관인 개별 의원 차원에서 여성·장애인 등에 대한 차별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검토하는 것뿐인데 이렇게 문자 폭탄이 날아들다니 당황스럽다”고 했다. 다른 통합당 의원은 “이럴 거면 그냥 발의를 안 하는 것이 낫겠다”고 했다.

◇“‘차명진 자르지 말라’던 지지층, 극렬 친문과 뭐가 다르냐?”

당 안팎에선 ‘당이 극단 세력에 휘둘려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비난과 욕설이 담긴 ‘문자 폭탄’을 날리는 극성 친문 세력과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다. 통합당은 지난 4월 총선 때 ‘세월호 텐트 막말’을 했던 차명진 전 후보를 제명하려 했다. 그러나 ‘차명진을 자르면 통합당을 찍지 않겠다’며 문자 폭탄을 날린 강경 지지층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차 전 후보 제명에 실패한 통합당은 총선에서 대패했다.

정원석 비상대책위원은 최근 한 간담회에서 통합당 의원들이 미국의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관련한 ‘무릎 꿇기 시위’를 한 데 대해 “플로이드 사건은 차별금지법에 해당하는 것인데, 차별금지법에 해당하는 일부를 인정하지 않는 통합당에 설득력이 있겠느냐”고 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통합당이 ‘성적 지향’을 빼고 차별금지법 발의를 검토하는 데 대해 “앙꼬 없는 찐빵”이라며 “차별금지법으로도 차별을 하느냐. 이럴 때 과감히 치고 나가라”고 했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도 “성소수자 차별을 용인하는 꼼수 차별금지법”이라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법에 명시하지 않는다면 차별금지법이라 할 수 없다”고 했다.

왼쪽부터 수퍼맨, 유대교·기독교·이슬람의 신이 선지자 모세와 직접 만났다고 알려진 이집트 시내산, 아이언맨/위키피디아 등

◇진중권 “대한민국이 신정국가? 무신론자에겐 수퍼맨·아이언맨과 똑같은 허구”

한편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29일 당론 발의 예정인 정의당은 보수 개신교계 등으로부터 각종 항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항의 문자, 전화가 빗발치고 의원실 전화 또한 마비 상태”라며 “파도처럼 밀려오는 혐오의 말들을 굳건히 버텨낼 지지의 말과 행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계 주장에 대해 “대한민국이 신정국가냐”며 “성경을 들이대려거든 신에게 동성애 차별이 인간의 해석이 아니라 그분의 뜻임을 입증할 녹취를 따서 공증받아 오라”고 했다. 이어 “신은 안 믿는 사람에겐 존재론적으로 수퍼맨, 아이언맨과 크게 다르지 않은 허구에 불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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