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수사팀, 악마의 편집" 녹취록 다 들어본 대검의 결론

김민상 2020. 6. 2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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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기자 녹취록' 대검 제출
"지검 수사팀이 사건 왜곡해 보고
검사장 불리한 건 부각, 유리한 건 빼"
중앙지검은 대검 회의 보이콧
종합편성채널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 간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지난 4월 채널A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가운데 이날 서울 종로구 채널A 본사 앞에서 대기 중인 취재진.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거친 비판을 쏟아내는 가운데 ‘채널A 기자와 검사장 통화 의혹’을 두고 대검찰청 지휘부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간 갈등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 형사부 실무진과 지검 수사팀 간에 오간 회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검 수사팀이 채널A 이모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대검에 보낸 건 지난 17일 저녁이다. 대검 형사부 실무진은 18일에야 지난 2월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이모 기자와 다른 기자 A씨 등 3명이 부산고검 차장검사실에서 만난 당시에 녹음된 기록 전체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해당 녹음 파일은 수사팀이 A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면서 입수됐다.

대검 형사부 실무진은 녹취록을 모두 본 뒤 “악마의 편집”이라는 평가를 낼 정도로 수사팀이 사건을 왜곡해 보고했다는 결과를 내게 됐다. 한 검사장은 해당 녹취록에서 “신라젠 사건은 다중 피해가 발생한 서민·민생 범죄”라면서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정치권 인사들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라는 취지로 밝혔지만 이 부분이 수사 결과물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한동훈 검사장 “관심 없다” 발언은 수사 결과물서 빠져
다만 수사팀은 지난 3월 이 기자가 A기자에게 “검찰 관계자가 (이철 전 대표 관련 수사에) 손을 써 줄 수 있다는 식으로 엄청 이야기를 했다”며 “(검찰 관계자가) 일단 자신을 팔라고 했으니 만나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이 했다 정도는 말해도 된다”는 통화한 내용을 부각해 강요미수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봤다고 한다.

하지만 대검 형사부 실무진은 강요미수죄가 성립이 되려면 ‘상대의 의사결정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의 고지(해가 될 만한 나쁜 일을 알리는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이 기자가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을 움직여 수사를 확대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겁을 먹게 할 위치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구치소와 교도소에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 지난 2월 이 기자가 이철 전 대표를 직접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직접 겁을 먹게 하기는 어려운 점도 반영됐다.

이후 19일 오전 대검 형사부 실무진은 대검 지휘협의체에 검토 의견을 보고했다. 지휘 협의체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19일 오후에 이를 반박할 의견을 제시하라고 했으나 수사팀은 회의에도 나오지 않고 ‘보이콧(boycott)’했다고 한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 기자에 대한 영장을 청구하려면 구체적인 범죄 사실을 적어 보내야 한다는 지휘에도 따르지 않아 ‘지시 불응’ 논란도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6일 보이콧 논란이 보도되자 “대검 부장회의 내용과 관련 경위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다만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논의와 결정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대검에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지난 14일 이 기자의 변호인인 주진우 변호사가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요청 진정서를 제출하자 이를 수용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전문자문단은 사건 처리 방향을 두고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릴 때 법률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제도다. 법률 전문가 외에 시민단체나 학계에서도 의견을 듣는 수사심의위원회와는 다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자 이철 전 VIK 대표를 대신해 채널A 기자를 만난 제보자X 지모씨(페이스북 아이디 이오하)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개했다. 제보자X의 변호인인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도 '공감' 표시를 눌렀다. [사진 페이스북]



황희석·제보자X 추미애 페북 글에 ‘공감’ 표시

추 장관은 전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장관의 정치적 야망 탓으로 돌리거나 장관이 저급하다는 식의 물타기로 ‘검언유착’이라는 본질이 덮어질지 모르겠다”라고 적었다.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대상 강연을 두고 정치권에서 ‘꼰대 스타일’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이를 반박하는 취지로 한 주장이다.

하지만 추 장관이 ‘검언유착’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검찰 내에서는 “장관이 채널A 사건 수사 기록도 못 봤는데 어떻게 검언유착이라고 결론을 내느냐”며 “장관이 수사 결론을 정해놓고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추 장관의 페이스북 글에는 사건 당사자인 지모(제보자X)씨와 그의 변호인인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이 ‘공감’ 표시를 눌렀다.

김민상‧강광우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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