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군, 부패 신고했더니 보복수사하나"..대북확성기 납품비리 제보자, 인권위에 국방부 진정

조문희 기자 입력 2020. 6. 29. 17:19 수정 2020. 6. 29. 18: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국방부 청사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북 확성기 납품비리 관련 부패행위를 폭로했던 공익신고자가 안보지원사령부(전 기무사)로부터 사찰을 받았다며 국방부를 인권 침해 행위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신고자는 국방부에 공식 사과와 수사 중단, 사찰 내용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김영수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 조사2과장은 지난 28일 국방부 군사안보지원사령관과 국방부장관을 사생활 비밀 및 통신의 비밀 침해 혐의로 인권위에 진정했다고 29일 밝혔다. 김 과장은 경향신문에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부패행위 신고서 내용 및 첨부 제출된 자료’가 군사기밀이나 군사기밀의 누설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국방부가 신고인의 e메일과 핸드폰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것은 사생활의 비밀과 통신의 비밀을 침해한 것”이라며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의 처벌을 요구한다”고 진정 요지를 설명했다.

김 과장이 인권위 신고를 결심한 건 지난 25일 안보지원사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으면서다. 김 과장에 따르면 국방부는 군사기밀보호법(군기법) 위반으로 안보지원사에 그를 신고했고, 안보지원사는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휴대폰, e메일을 살펴봤다고 했다. 김 과장이 지난 2018년 5월 국방부를 ‘성능미달 대북확성기에 대한 하자처리 미이행으로 인한 국고손실 방치’를 사유로 국민권익위원회에 부패행위 신고한 것이 계기였다. 김 과장은 권익위 신고 당시 신고내용에 국방부 전력조정평가과가 주관한 확성기 재검증 시험결과를 포함하고 감사원에서 확보한 국방부 시험평가 결과 사본을 첨부했다. 안보지원사는 김 과장이 첨부한 자료가 군기법상 군사기밀에 해당하며, 김 과장의 신고 행위는 기밀 누설에 해당한다고 했다.

김 과장이 신고한 확성기 납품비리는 여러 조사에서 사실로 확인됐다. 지난 2016년 국방부는 민간 업체로부터 144억여원 분량의 대북 확성기를 구매했는데, 성능평가 조건을 조작하고 확성기 단가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나왔다. 수사 결과 군 관계자와 업체 관계자들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8년 감사원은 확성기 성능이 요구 조건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업체의 부당이득금 환수, 성능보완 등의 하자구상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김 과장이 권익위 신고에 나섰던 배경이다.

김 과장은 자신을 향한 안보지원사의 수사가 사생활 침해 소지가 다분한 과잉수사라고 주장했다. 김 과장은 “국방부가 납품받은 대북확성기는 무기체계나 방산물자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 상용물자에 해당한다. 또 국방부 자신이 국방전자조달시스템에 입찰하면서 요구 성능과 규격 등을 공개한 바도 있어 기밀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국방부의 신고와 수사는 부패방지법에도 위반된다. 방산비리는 군 내부 정보를 활용해야 신고 가능한 경우가 많은데, 매번 이렇게 걸고 넘어진다면 군 비리는 살피지도 말라는 얘기”라며 기밀 누설이란 국방부 주장을 반박했다. 부패방지법 66조 3항은 ‘신고 등의 내용에 직무상 비밀이 포함된 경우에도 다른 법령,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 등의 관련 규정에 불구하고 직무상 비밀준수의무를 위반하지 아니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과장은 “지난 2009년 군납비리를 내부고발한 것 때문에 군에서 징계와 형사처벌을 받아 전역했고, 이후 꾸준히 군내 비리를 제보받으며 살피고 있다”며 “기밀이라는 명분으로 민간인 신분의 공익신고자를 사찰한 자체도 문제지만, 이번에 확보한 개인정보를 가지고 나중에 별건으로 괴롭히거나 이 건 이외 내부 제보를 통해 확보한 군납 방산비리 정보가 안보지원사로 새어나갔을까 걱정”이라며 국방부의 공식 사과와 사찰 범위에 대한 공개를 요구했다.

안보지원사 측은 경향신문에 “국방부 신고를 받아 조사에 착수했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