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30도, 30시간을 버텼다..2019년 르노도상 수상작 '눈표범' 출간

임종명 입력 2020. 6. 2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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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털은 약간 푸른 기가 도는 진줏빛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녀석을 눈표범이라고 불렀다. 녀석은 눈처럼 소리 없이 와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사뿐사뿐 되돌아가 바위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이들은 저자가 '기다림의 노트르담'이라고 명명한 동굴에서 눈표범의 등장을 기다린다.

'눈표범'은 프랑스의 4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르노도상 수상작이다.

'눈표범'이 2019년 르노도상 수상작 후보 명단에 없었던 작품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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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눈표범'. (사진 = 북레시피 제공) 2020.06.29.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녀석의 털은 약간 푸른 기가 도는 진줏빛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녀석을 눈표범이라고 불렀다. 녀석은 눈처럼 소리 없이 와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사뿐사뿐 되돌아가 바위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설표(雪豹) 또는 회색표범이라고도 불리는 눈표범. 몽골, 중국, 아프가니스탄에서 바이칼호 및 티베트 동부에 이르는 중앙아시아 일대에 분포한다. 호랑이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동물이다. 털가죽이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해 사람들이 남획한 결과 지금은 멸종위기에 처했다. 한마리도 잡지 말아야 하는 종으로 분류된 상태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사라지는 특성 때문에 눈표범을 보려면 상상 이상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영하 30도 이상의 추위에서 30시간 이상을 꿈쩍하지 않고 버텨야 한다.

신간 '눈표범'은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여행가인 실뱅 테송이 동물 전문 사진작가 뱅상 뮈니에, 그의 연인인 다큐멘터리 감독, 철학가 친구와 함께 눈표범 관찰을 위해'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티베트의 해발 5000m 고지대 '창탕'에서 경험한 극한 여행기이다.

저자 일행은 오로지 눈표범을 보기 위해 '고도'를 기다리듯 티베트의 추위 속에서 침묵하고 인내한다. 이들은 저자가 '기다림의 노트르담'이라고 명명한 동굴에서 눈표범의 등장을 기다린다. 극히 드문 동물의 멋있고, 아름답고, 장엄한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서.

저자는 "눈표범의 영역에서 인간은 그저 참고 또 참고 또 참으며 기다려야 하는데, 그들이 보여주기 전까지는 동물의 비밀을 캐려고 해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그들의 영역에서 인간은 오히려 관찰 대상이 될 뿐이다. 그곳에서 인간은 결단코 만물의 영장일 수도, 이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눈표범'은 프랑스의 4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르노도상 수상작이다. 르노도상은 기자들이 수여하는 상인데 실험성이 강한 작품에 수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눈표범'이 2019년 르노도상 수상작 후보 명단에 없었던 작품이라는 점이다. 르노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 정도로 이 여행기에 대한 평단의 관심이 높았고 가치 또한 높게 평가했다는 것이다.

언제나 쉬지 않고 몸을 움직였던 여행가이자 저널리스트 실뱅 테송은 '눈표범'에서 만큼은 정반대로 숨죽인 채 잠복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그는 "기다림은 일종의 기도이다. 어떤 응답이든 오게 되어 있다. 만일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면, 그건 우리가 보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철학자이자 종교사상가였던 블레즈 파스칼은 "인간의 모든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기 방에 조용히 머무르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저자가 공유하는 인내의 경험은 파스칼의 명언과도 일맥상통한다.

'눈표범'은 영하 30도의 티베트 대초원과 5000m 고도의 야뉴골 호수, 쿤룬산맥의 산봉우리 등을 통해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줄 탈출구임과 동시에 우리에게 필요한 인내와 기다림이 무엇인지 일러주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244쪽, 김주경 옮김, 북레시피, 1만5000원.

☞공감언론 뉴시스 jmstal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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