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동아일보

"유시민, 김어준이 진보? 권력집단 옹호하는 진보도 있나"[이진구 논설위원의 對話]

이진구 논설위원 입력 2020.06.3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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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인 정의당 혁신위원
김창인 혁신위원은 “창당 후 지난 8년, 전체 진보정당 20년 역사를 되돌아보고 진보정당의 정체성과 더 나은 길을 찾는 것이 혁신위의 목표”라며 “사회 곳곳에서 없는 사람들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는데 정작 당이 그런 곳보다 선거법 개정에 더 절박해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진구 논설위원
《21대 총선은 미래통합당은 물론이고 정의당에도 가치 재정립이라는 숙제를 던졌다. 진보를 표방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어제 국회 17개 상임위원회를 독식하는 등 점점 더 기득권화가 심화되는 상황. 상당 부분 한배를 탔던 정의당도 마냥 민주당과 함께 갈 수만은 없는 처지가 됐다. 정의당이 창당 8년 만에 처음으로 혁신위를 구성하고 진보 리모델링에 들어간 것도 그런 까닭이다. 혁신위에서는 진보가 민주세력과 결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고 한다. 김창인 정의당 혁신위원(30)은 “기성진보 인사들의 유통기한은 이제 다했다. 진보도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유통기한이 끝난 기성진보란 누굴 말하나.

“2018년 ‘청년, 리버럴과 싸우다’란 책을 출판했는데 그 책을 쓸 때는 대표적으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tbs 뉴스공장을 진행하는 김어준 씨를 상정했다. 물론 사회 곳곳에 상층부를 형성한 86세대도 포함된다. 그들은… 이제는 기성진보도 아닌 그냥 ‘기성’이다. 더 이상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왜 그런가. 그들에게는 여전히 많은 지지층이 있고 보수진영과 싸우고 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그들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그들의 말이 우리 사회를 진보하고 발전시키는 쪽에 있는지, 아니면 자신들이 지금까지 만들어 온 것에 대해 변호하고 강변하는 것인지. 지금은 후자에 더 가깝다고 본다.” (그들이 기득권을 옹호하는 쪽으로 변했다는 건가.) “기득권을 옹호하는 게 아니라 이미 자신들이 기득권이다. 왜 스스로 이걸 이해하지 못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아직도 자신들을 여전히 불합리한 세상과 싸우는 투사처럼 생각하고 이야기하는데 굉장히 큰 문제다.” (말하는 중간에 미안한데 심상정 대표는 기성진보에 안 들어가나.) “유 이사장 등과 약간 결은 다르지만… 기성진보인 것도, 세대교체 대상에도 당연히 들어간다. 심 대표를 넘어야 한다는 말은 너무나 식상한 얘기다. 본인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공공연히 말하는데….”

※‘청년, 리버럴과 싸우다’의 부제는 ‘진보라고 착각하는 꼰대들을 향한 청년들의 발칙한 도발’이다.

―유시민, 김어준 씨나 민주당 주장을 들으면 아직도 야당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그들은 자꾸 음모론을 제기하는 거다. 문재인 정권보다 더 큰 힘을 가진 세력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니까. 그들이 말하는 걸 보면 ‘여전히 통합당이란 거악, 토착왜구가 남아있다. 이 사람들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러니 우리에게 힘을 실어 달라’ 이런 투다.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대통령도, 국회도 민주당이 다 차지했다. 사회 곳곳의 상층부가 86세대다. 어떻게 더 힘을 실어달라는 건지… 더 나은 세상을 얘기하지 않고 통합당 없애는 것만 말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정치하는 건 굉장히 비겁한 태도다. 그들이 민주화의 형식과 절차적인 면을 만들어 온 성과는 인정한다. 다만 그들이 만들고 싶었던 세상은 이미 만들어졌다고 본다. 그분들이 좀 생각을 바꿔야 하는데…. 그리고 지금 민주당 86세대가 청년들에게 사회참여를 요구하는 것도 어찌 보면 굉장히 웃긴 모습이다.” (청년들에게 사회참여를 요구하는 게 왜 이상한가.) “그 말이 한 꺼풀 더 들어가면 결국 자신들을 지지해야 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니까. 청년들이 사회참여를 안 해서 사회가 이 모양이라는 거다. 사회가 이 모양이라면… 사회를 이렇게 만든 사람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지 왜 청년들이 참여를 안 해서인가?”

―혁신위에서 정체성 지적이 나왔는데 조국 사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사태에서 보인 모습 때문인가.

지난달 24일 정의당 혁신위 발족식에 참석한 김창인 혁신위원(왼쪽).
“조국 사태 때 당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 정의당이 어떤 당인지 분명하게 보여줬어야 했는데 입장이 모호했다. 그리고 사회 곳곳에 없는 사람들의 투쟁이 많은데 정작 당은 그런 곳보다 선거법 개정에 가장 절박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정치는 누구를 대변하느냐가 중요하고, 따라서 당도 누구의 편에 서 있느냐가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불분명했기 때문에 정체성 이야기가 나오는 거다. 조국 사태 때 우리는 과연 어디에 서 있었어야 했나. 조국 사태를 합법과 불법, 비리의 문제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 짚었다고 본다. 그보다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에 관한 문제가 아닌가 싶다. 그러면 정의당이 어디에 서야 했을지는 분명한 거다.” (다른 부분은 어떤가.) “지금 정의당의 정체성으로 인식된 다른 많은 부분들도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 창당 때보다 당원 수와 구성이 많이 변했다. 시대도 너무 빨리 변해가고 있고….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도 이렇게 빨리 나올지 그때는 몰랐으니까. 새로운 문제 제기는 계속 나오고 있는데 명확한 당론이 없는 것이 많다. 예를 들어 기본소득에 대한 정의당 당론이 뭐냐고 물으면 명확한 입장이 없다.”

―다른 당보다 가장 찬성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당론이 아니었나.

“당 대표나 지도부 입장으로 나온 것이지 당론은 아니다. 그것도 기본소득이라는 용어로 나온 게 아니고 긴급재난지원금 같은 단어로 나왔다. 둘은 다르다고 본다. 지도부가 선언적으로 말하는 것과 강령에 명시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정의당이 말하는 정의로운 복지국가라는 노선도 처음 만들어졌을 때 생각한 개념과 지금은 시대가 다르니 다시 한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뭘 고민해야 한다는 건가.) “정의로운 복지국가란 말을 처음 썼을 때는 아마 유럽의 복지국가 모델을 염두에 둔 것 같은데…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과 일치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게 정말 우리 당의 길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도…. 용어가 다소 모호해서 누구를 대변하고 싶어 하는지 정확하게 보여주기 어려운 점이 있다.” (노선이 명확해지면 반대로 보편적인 전국 정당이 되는 데는 지장이 있을 것 같은데.)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말은… 듣기에는 좋지만 사실은 아무 내용이 없는 거라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정당은 누구를 대변하는지가 명확해야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각 정치집단들이 토론하고 논쟁하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게 정치라고 보기 때문이다.”

―혁신위에서 더 이상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하지 말자고 주장한 것도 같은 이유인가.

“그런 이유도 있다. 진보정당은 세상을 바꾸려는 목표를 갖고 있고, 그러려면 여러 장벽을 넘어야 한다. 이제는 민주당도 그 장벽이고, 그래서 같이 할 수 없다고 본다.” (진보정당 안에는 우리가 당선되지 못해도 선거연합을 안 해 통합당에 어부지리를 주는 건 절대 안 된다는 정서가 있지 않나.) “독자노선을 간다고 모든 선거연대를 하지 말자는 뜻은 아니다. 단지 통합당을 막기 위해 선거연대가 필요하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민주당에 양보하는 건 정말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온 면이 있는데 앞으로는 절대…. 그리고 이제는 선거연대로 민주당이 당선된들 큰 의미도 없다. 이번 총선은 민주당의 승리 이전에 거대 양당의 승리다. 양당의 비율이 더 커졌으니까. 우리가 넘어서야 할 것은 통합당만이 아니라 거대양당 체제다.”

※거대 양당 의석수는 20대 총선 245석(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에서 이번 총선에서는 279석(민주당 176석, 통합당 103석)으로 늘었다. 정의당은 6석으로 같다.

―민주당은 여전히 진보정당을 표방한다.

“그건 말도 안 된다. 나는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보는 게 진보라고 생각한다. 시스템 자체는 이상이 없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문제가 생긴 것이니 잘 고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게 보수고. 지금 민주당은 완전히 후자 아닌가? 30년 이상 지속되면서 이제는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거대 양당체제를 바꾸는 것은 고사하고 향유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누가 주도권을 가졌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거대양당이 정치와 국정을 주도한 시스템은 달라지지 않았다.”

―정의당은 서민을 위한 정당을 표방하고, 정책도 그런데 선거에서 서민들이 많이 지지하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결국 실력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정책, 조직 등도 다 포함해 포괄적으로. 소선거구제로 피해를 보는 건 사실이지만, 이번 총선의 비례위성정당만 봐도 어차피 거대양당은 규칙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 힘을 갖고 있다. 설사 어느 정도 합리적인 제도가 만들어진다 해도 어떻게든 결함을 찾아 비집고 들어올 텐데 제도 탓을 하는 게 소용이 있을까? 불리함 속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선거 결과로만 판단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 진보정당이 뛰는 무대는 아주 여러 분야에 걸쳐 있는데 언젠가부터 선거 결과가 마치 모든 것인 것처럼 여겨진 면이 있다. 선거는 중요하지만 의석수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 김창인
2014년 중앙대 철학과 재학 중 재단의 학교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자퇴한 뒤 사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7년 청년지식공동체 ‘청년담론’을 설립하며 진보의 세대교체를 주장하고 있고, 지난해 정의당에 입당해 이번 총선에서 당 선거대책위 대변인을 맡았다. 현재 정의당 상근혁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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