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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으로 30분마다 목숨을 잃는데..'면역항암제' 건강보험 적용 기다리다 죽을 판

권대익 입력 2020.06.30. 05:00 수정 2020.07.0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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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적용 안돼 연간 1억원 부담해야
한 환자가 폐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미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50대 후반 A씨는 3년 전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방문했다가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곧바로 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퇴원했지만 안타깝게도 암세포가 폐로 전이됐다. 이미 폐암 말기여서 수술은 불가능했다. 주치의가 면역항암제 치료를 권했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1회만 투여하고 치료를 중단했다. A씨는 말기 폐암 1차 치료에서 면역항암제가 건강보험에 적용되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는 인체 면역력을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제3세대 항암제다. 1세대 화학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에 이은 것이다. 면역항암제는 치료 효과가 뛰어난 데다 부작용이 거의 없고 생존기간도 길어 ‘기적의 치료제’로 불린다.

김정아 강동경희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3세대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이용하므로 기존 항암제보다 독성과 내성 문제가 적고 부작용도 현저히 적다”고 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2015년 악성 흑색종(피부암)을 면역항암제로 완치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면역항암제는 현재 비소(非小)세포폐암을 비롯해 흑색종, 호지킨림프종, 두경부암, 콩팥암, 방광암, 위암, 식도암, 유방암 등 다양하게 적응증을 받았다. 국내에 허가된 면역항암제는 MSD의 ‘키트루다’, 오노약품공업ㆍBMS의 ‘옵디보’, 로슈의 ‘티센트릭’, 오노약품공업ㆍBMS의 ‘여보이’,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 머크ㆍ화이자의 ‘바벤시오’ 등 6가지가 있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면역항암제로는 키트루다ㆍ옵디보ㆍ티센트릭(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 키트루다ㆍ옵디보(흑색종), 티센트릭(방광암) 등이다.

문제는 전체 폐암의 80~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다. 폐암의 5년 생존율이 30.2%에 불과해 국내 암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표적인 ‘독한’ 암이다. 2017년 한 해 폐암으로 2만6,985명이 진단을 받았고, 1만7,980명이 이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그럼에도 폐암은 초기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절반가량이 4기(전이성) 폐암이 돼서야 진단을 받을 정도로 조기 진단이 어렵다. 이 때문에 4기 폐암 환자의 90%가 5년 이내 사망한다. 4기 폐암 환자 3명 가운데 1명(27.1~36%)은 1차 치료 후 사망하거나 2차 치료를 포기하고 있다. 30분에 1명씩 폐암으로 목숨을 잃는 것으로 추정된다.

면역항암제로 폐암 5년 생존율 4배 늘려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법은 항암화학요법에 의존하다가 2017년 면역항암제가 폐암 1차 치료 적응증을 받으면서 폐암 환자에게 큰 희망이 됐다.

 MSD의 ‘키트루다’를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투여하면 생존율이 항암화학요법(14.2개월)에 비해 2배가량(26.3개월) 늘어난다.(KEYNOTE-024 연구) 키트루다의 폐암 1차 치료 환자군의 5년 생존율도 23.2%로 일반 진행성 비소세포폐암환자(5%)보다 4배 이상 높다.(2019년 ASCO, KEYNOTE-001 연구)

이를 바탕으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은 면역항암제를 EGFR 혹은 ALK 변이가 없는 모든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표준 치료로 우선 권고(카테고리 1)하면서 선호 요법(preferred)으로 분류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의 75%에서도 키트루다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3년째 건강보험 적용 논의만...

하지만 키트루다는 우리나라에서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해 환자가 이를 투여하려면 연간 1억원 정도 부담해야 한다. 폐암 환자에게는 너무나 큰 부담이어서 거의 대부분 치료를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그림의 떡’인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보다 더 좋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확인된 1차 치료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할지 여부를 3년째 논의만 하고 있다. 건강보험 적용의 첫 단계인 암질환심의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약값 협상 등의 절차도 남아 있어 폐암 환자들은 애만 태우고 있다.

이 때문에 키트루다를 출시한 MSD가 최근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 제출 의무가 없는 1차 요법 경제성 평가 자료와 재정분담안 자료까지 암질환심의위원회에 제출했다. 폐암 환자들과 암 관련 단체까지 나서 키트루다의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폐암 환자들은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위해 한국폐암환우회를 결성했고, 지난 6월 16일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찾아가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면역항암제 건강보험 급여 기준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힘을 보탰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 대표는 “말기 암환자에게 면역항암제를 투여하면 죽지 않을 수 있는데도 약값을 많이 받으려는 제약사와 건강보험 재정을 절약하려는 보건당국의 양보 없는 대치 때문에 암 환자가 생명 연장의 기회를 잃고 죽어 가고 있다”고 했다.

한 폐암 환자는 “암 사망률 1위인 폐암이 초래하는 사회적 비용과 항암 치료비 때문에 온 가족이 빚더미에 앉게 되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라며 “저소득층 환자나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암환자는 신약 혜택을 받지 못해 상당수가 사망했을 것”이라고 했다. 신장암환우회도 면역항암제 건강보험 등재에 관련해 '희망고문’을 멈추고 등재 속도를 내라는 입장문을 내놨다.

 이승룡 고려대 구로병원 폐암센터 교수는 “임상적 유용성이 충분히 확인된 면역항암제 1차 치료가 3년째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교수는 “(보험 재정 등 경제적 평가로 인해 안건이 통과되기 어렵다면) 우선 세포 독성 항암제 부작용이 우려돼 항암 치료 자체를 받기 어려운 일부 폐암 환자라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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