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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하세요" 추경 속도전에 무색해진 '일하는 국회'

조형국·임지선 기자 입력 2020.06.30. 16:06 수정 2020.06.3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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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짧게 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29일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예비심사를 한 국회 운영위원회는 47분 만에 회의를 마쳤다. 국회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경호처, 국가인권위원회의 추경안을 약 120억원 감액하는 정부 제출안에 이견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태년 운영위원장은 같은당 이소영 의원의 질의 후 “(부처) 답변 들으실 겁니까? 안 들으셔도 되는 거죠?”라고 말했다. 조승래 의원의 질의에는 “짧게 해달라”고 했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이견이 있다면 논의하는 게 맞지 급하다고 원안으로 가는 게 맞나”라고 했지만, 최종윤 의원은 “심사는 시간이 길고 짧은 걸로 따지는 게 아니다. 시간 끌 문제가 아니다”라고 의결을 재촉했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며 ‘상임위 중심주의’를 내세워온 민주당이 정작 상임위 예비심사는 요식으로 넘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구성 협상 파행으로 미래통합당이 빠지면서 브레이크 없는 추경 심사가 이뤄진 것이다. 여당 독주와 야당 국정 방조가 맞물려 역대급 졸속심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당 위원장이 싹쓸이한 16개 상임위가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경안을 심사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1시간57분이었다.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총 3조1031억원이 늘었다. 2조3100억9200만원으로 가장 큰 규모의 증액안을 의결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1시간24분 만에 회의를 끝냈다. 심사에 참고할 상임위 검토보고서는 회의 10~15분 전 배포됐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상임위 삭감 예산을 증액하거나 새 비목을 만들면 상임위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대부분 상임위는 “시간이 촉박해 회의 소집이 어렵다”며 이를 위원장에게 위임했다.

통합당은 “추경 목적인 코로나와 관련없는 6조5000억원 세수경정은 인정할 수 없다”며 3차 추경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통합당 이종배 정책위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2의 코로나 유행을 우려하는 상황 속에서 역학조사·방역관련 일자리는 일체 반영하지 않고 DB(데이터베이스) 아르바이트 등 당장 급하지 않은 통계왜곡용 일자리를 위해 억지로 일거리를 만들어낸 무대책 추경”이라고 지적했다. 또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DB 알바’ 사업인 행정안전부 공공데이터 청년인턴십 722억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 기계학습 데이터 348억원 등 26개사업 6025억원은 전액 삭감되어야 한다고 꼽았다. 디지털 뉴딜 사업과 그린뉴딜 사업에서도 불필요한 사업 예산 삭감을 요구했다.

조형국·임지선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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