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첫날부터 귀 막고 하고 싶은 말만.. '與 독주 국회' 본색

정지용 2020. 6. 3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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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입법부 본연의 기능은 없었다.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더불어민주당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심사 풍경이다.

민주당은 29일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출 후 곧바로 3차 추경안 심사를 위한 상임위 가동에 들어갔지만 여성가족위는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회의를 다음날로 미루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독식은 불가피했다'는 여론전을 펴면서, 통합당을 향해 '국회로 돌아오라'는 손짓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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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 상임위원장 다 차지한 민주당 주도 3차 추경 심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9일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입법부 본연의 기능은 없었다.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더불어민주당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심사 풍경이다. 30일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16개 상임위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대학 등록금 반환을 세금으로 지원하라”고 타박했다. 야당에서는 “민주당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듣고 싶은 말만 들었다”며 “앞으로 펼쳐질 국회 독주 모습의 축약판”이라는 말이 나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0년도 제3회 추경 예산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할 말 다한 추미애, 타박 당한 홍남기

추 장관은 29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민주당의 ‘입’ 역할을 했다. 그는 검찰의 조국 전 장관 수사에 대해 “과잉 수사, 무리한 수사가 있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검찰의 그런 수사를 개혁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제가 인권수사 개혁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는 중”이라고 자찬했다.

당초 이날 법사위는 경제난 극복을 위한 3차 추경안 심사 때문에 열렸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은 조 전 장관 수사와 검찰개혁에 집중됐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이 “여야가 법사위원장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는 이유가 뭔가. 법률안을 (법사위 심사 없이) 무조건 본회의로 넘기도록 국회법을 바꾸면 어떨까 싶다”고 말하자, 추 장관은 “좋은 안 같다”고 화답했다. 야당에서는 “서로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정부와 국회가 사이 좋은 ‘원팀’이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과 정부 수장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풍경은 기획재정위에서도 펼쳐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홍남기 부총리에게 최근 청년층의 분노를 부른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논란과 관련해 “청년 취업문이 좁아진다는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고, 홍 부총리는 “처음부터 잘못된 내용이 번지며 오해가 있었다”고 했다. 인국공 사태가 ‘가짜뉴스 때문’이라는 청와대, 여권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반면 홍 부총리는 여당의 정책기조와 다른 대목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홍 부총리는 30일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대학 등록금 반환 세금 지원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 사이에서는 “등록금 반환 지원 예산이 반드시 추경에 포함돼야 한다”는 타박이 이어졌다. 홍 부총리가 국가 채무 증가 속도를 우려하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투입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현안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책임 정치’ 말하면서도 내부에선 우왕좌왕

17개 상임위원장을 다 차지한 민주당은 겉으로는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당황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미래통합당이 실제로 상임위를 모두 포기할 줄 몰랐다" "여당만으로 어떻게 국회를 운영해야 하냐"는 불안감이다. 민주당은 29일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출 후 곧바로 3차 추경안 심사를 위한 상임위 가동에 들어갔지만 여성가족위는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회의를 다음날로 미루기도 했다. 정작 민주당 의원들이 ‘추경 속도전’에 대비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독식은 불가피했다’는 여론전을 펴면서, 통합당을 향해 ‘국회로 돌아오라’는 손짓을 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긴급한 추경을 처리하기 위해 집권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며 “일하는 국회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통합당은 하루 빨리 국회에 복귀하기 바란다”고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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