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하세요" "답변 안 들어도 되죠?"..추경안 '역대급' 졸속 심사
정의당 의원까지 반발 퇴장..여당 '일하는 국회' 약속 무색
[경향신문]
“짧게 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29일 국회 운영위원회는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예비심사를 47분 만에 마쳤다. 국회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경호처, 국가인권위원회 추경 예산을 약 120억원 감액하는 정부 제출안에 이견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태년 운영위원장은 같은 당 이소영 의원의 질의 후 “(부처) 답변 들으실 겁니까? 안 들으셔도 되는 거죠?”라고 말했다. 조승래 의원의 질의에는 “짧게 해달라”고 했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됐다. 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이견이 있음에도 급하다고 원안으로 가는 게 맞나”라고 했지만, 최종윤 의원은 “심사는 시간을 끌 문제가 아니다”라고 의결을 재촉했다. 3차 추경안 처리가 시급하다 해도 그간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며 ‘상임위 중심주의’를 강조했던 민주당이 정작 상임위 예비심사는 요식으로 넘긴 셈이다.
3차 추경안이 역대급 졸속심사가 될 것이라는 우려는 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여당이 차지한 16개 상임위가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경안을 심사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1시간57분이었다.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총 3조1031억원이 늘었다. 2조3100억9200만원으로 가장 큰 규모의 증액안을 의결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1시간24분 만에 회의를 끝냈다. 상임위 검토보고서는 회의 10~15분 전 배포됐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상임위 삭감 예산을 증액하거나 새 비목을 만들면 상임위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대부분 상임위는 “시간이 촉박해 회의 소집이 어렵다”며 위원장에게 위임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예산안을 던졌으니 알아서 살펴보고 정부·여당을 잘 따라오라는 것인가”라며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통합당은 “추경 목적인 코로나와 관련 없는 6조5000억원 세수경정은 인정할 수 없다”며 3차 추경안 문제점을 지적했다. 통합당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2의 코로나 유행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역학조사·방역 관련 일자리는 일절 반영하지 않고 DB(데이터베이스) 아르바이트 등 당장 급하지 않은 통계왜곡용 일자리를 위해 억지로 일거리를 만들어낸 무대책 추경”이라고 지적했다. 또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디지털 뉴딜 사업과 그린뉴딜 사업에서도 불필요한 사업 예산 삭감을 요구했다.
조형국·임지선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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