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 공정하냐" vs "왜곡된 소문" 文 정부 정규직 전환 살펴보니

이소연 2020. 7. 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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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원들이 서울 강남역 앞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소연 기자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공기업 중에서도 ‘탑(top)’이잖아요. 이번 정규직 전환은 열심히 노력해온 젊은 사람들의 노력을 부정하는 처사라고 생각해요”

취업준비생 김모(26)씨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 ‘공정성’에 의문을 표했다. 김씨 뿐만이 아니다. 30일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 앞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직원들이 진행한 ‘공정하고 투명한 정규직 전환을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에 동의한 이 중 다수는 젊은 층이었다. 토익학원과 스터디카페 등에서 나온 이들은 ‘부러진 펜’ 피켓을 보고 성큼성큼 걸어와 서명에 동의했다. 부러진 펜은 인국공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일종의 상징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갑론을박이 지속되고 있다.

이날 ‘공기업 비정규직 정규화를 그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6만여명이 동의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달 23일 게재됐다. 청원이 게재된 지 일주일만에 청원 답변 조건인 20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청원의 발단은 인국공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다. 인국공은 지난달 21일 정규직 전환 대상자 9785명 중 생명·안전과 밀접한 3개 분야 2143명을 직접 고용한다고 밝혔다. 공항소방대(211명)와 야생동물 통제(30명), 여객보안검색(1902명) 등이다. 공항운영, 보안경비, 공항시설·시스템 등 7642명은 3개 전문 자회사로 각각 전환된다.  

이중 여객보안검색 1902명의 직고용을 두고 논란이 특히 불거졌다. 인국공과 인국공 노조,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2월28일 공항소방대·야생동물 통제 분야 241명을 직고용, 나머지 인원을 별도 회사로 전환해 직접 고용하기로 합의했다. 인국공 측에서 이러한 합의를 깨고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비판이다. 

일각에서는 인국공 정규직이 현재 1400여명인데 이보다 많은 정규직을 직고용하면 운영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내놨다. 인국공 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조직을 2배로 늘린다면 과연 신입 채용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과거 사례를 보면 신입 채용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30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원들이 서울 강남역 앞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소연 기자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측은 정규직 전환과 관련 ‘왜곡된 소문’을 우려했다. 연봉 5000만원 인상, 아르바이트생의 로또 취업 등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 대상인) 보안검색 요원들은 국토교통부에서 주관하는 각종 시험과 인증평가를 거쳐 입사한 사람들”이라며 “단기 아르바이트로 들어온 이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직고용이 된다고 해서 갑자기 연봉이 5000만원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존 용역업체에서 관리비 이윤으로 가져가던 150~200만원이 연봉 인상에 포함되는 것뿐”이라고 이야기했다. 청년 일자리 축소 우려 또한 ‘기우’라고 일축했다.   

정규직 전환은 ‘상시 지속 업무 직접 고용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민주노총 측은 “헌법에서는 노동 관련 중간착취를 금지하고 있다”며 “IMF 이후 간접고용과 외주화 등으로 인해 저임금, 고용불안 문제가 불거졌다. 정규직화는 이러한 폐단을 바로잡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찬성하는 의견도 있다. 같은 날 강남역에서 만난 한 20대 여성은 “안전 관련 문제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정규직으로 고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들의 처우가 많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 조합원 등이 지난해 7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 중 하나다. 정부는 지난 2017년 7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당시 20만5000명을 2020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말 기준, 18만100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공공부문 중 하나인 공공기관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진행됐다. 서울교통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전력공사 등이 대표적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현재까지 363개 공공기관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원은 9만1307명이다. 이는 지난 4월29일 기준 전체 공공기관 정원 41만594명의 22%에 달한다. 기간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원은 2만4052명, 파견·용역 등 소속 외 인력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원은 6만7255명으로 집계됐다. 

정규직 전환을 통해 노동환경은 개선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5월 정규직 전환 인원 18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전환 전 보다 연봉이 평균 391만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5점 만점인 설문조사에서도 고용 안정에 4.34점이 매겨졌다. 정년까지 근무 가능성 4.15점, 소속감 증가 3.99점으로 확인됐다. 

논란도 있다. 정규직 전환을 통한 ‘고용세습’ 의혹이다. 지난해 9월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공공기관 5곳에서 정규직 전환자 3048명 중 10.9%가 임직원과 4촌 이내의 친인척으로 확인됐다. 정규직 전환된 일부 노동자들이 기존 업무와 다른 일반 사무직 전환을 요구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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