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절반 '억대 연봉' KBS, 경영난으로 수신료 올린다

박세환 기자 2020. 7. 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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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양승동 사장이 6일 오후 독도 해역 소방헬기 추락사고의 실종자 가족을 만나기 위해 대구 달성군 다사읍 강서소방서를 방문했지만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못한 채 쫓겨나고 있다. 뉴시스

한국방송(KBS)이 39년만에 수신료를 인상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KBS 경영진이 경영난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사실상 강제로 내야 하는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요구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양승동 KBS 사장은 1일 경영혁신안을 발표하며 수신료 인상 계획을 밝혔다. 양 사장은 “KBS가 명실상부한 국가기간방송이자 공영방송이 되려면 수신료 비중이 전체 재원의 70%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KBS는 올 하반기에 수신료 인상을 위한 추진단이 출범할 예정이며 KBS의 현재 수신료 비중은 45%라고 밝혔다.

방송법 제64조는 텔레비전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텔레비전수상기를 소지하는 경우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KBS에 그 수상기를 등록하고 텔레비전방송수신료를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65조는 KBS 이사회가 수신료 금액을 심의·의결한 후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얻은 후 확정하고, KBS가 이를 부과·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KBS는 1994년부터 수신료를 직접 징수하지 않고, 한국전력공사(한전)에 수신료 징수를 위탁했다. 한전은 전기요금에 수신료를 더한 총액을 고지하고 이를 징수하고 있다. 현재 KBS 수신료는 월 2500원이다.

2017년 기준 KBS의 수신료 수입은 6462억원에 달했다. KBS는 수신료로 TV와 라디오를 운영하고, 제3라디오, KBS교향악단, 기술연구소 등의 재원으로 쓰고 있다. 막대한 수신료 수입에도 불구하고 KBS의 지난해 상반기 적자는 무려 655억 원에 달했다. 585억 원이었던 2018년 연간 적자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올해는 1000억원 가까운 적자가 날 것으로 보인다.

KBS 경영난의 주된 원인은 높은 인건비다. KBS 직원 중 1억원 이상 연봉자는 2018년 기준으로 무려 51.9%에 달했다. KBS 전체 직원은 5300여명인데 이 가운데 절반이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이다. KBS는 ‘86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 ‘종일방송 시행’등 국가 행사 및 정책에 맞춰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대규모 인력을 채용했다. 이때 채용된 직원들의 근속연수가 길어 인건비 지출이 크다는 게 KBS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KBS 노조는 “대규모 감원은 고용을 위협하는 최악의 실책”이라며 양 사장을 향해 구조조정안을 전면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승동 KBS 사장. 뉴시스

현재 KBS 수신료는 사실상 강제로 징수되고 있다. 지난 국회에 KBS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기 위한 법안들이 여럿 제출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KBS 수신료 분리징수 국민청원이 올라오자 “통합징수는 법원에서 적법하다는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통합징수에 대해 소비자 선택권 침해나 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제기도 있었다. 다만 사법부는 2006년 헌법소원 판결, 2016년 대법원 판결 등에서 (통합징수가)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영국 BBC나 일본 NHK 등 해외 주요 공영방송도 수신료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현행 제도에서는 통합징수를 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KBS가 수신료를 올리면 전 국민이 꼼짝없이 이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수신료 분리징수 청원자는 “크고 작은 실수를 연발한 KBS를 믿지 못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KBS ‘뉴스7’은 황사 원인을 분석하는 리포트를 내보내면서 동해에 ‘Sea of Japan’(일본해)라고 쓰인 지도를 사용했다. KBS는 논란 직후 “미국 해양대기청 지도에 표기된 일본해 표기를 부주의로 노출했다.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사과방송을 했다.

KBS ‘930뉴스’와 ‘뉴스12’는 백두산을 중국 명칭인 ’창바이 산‘으로 보도했다. 누리꾼들 사이에 논란이 일었지만 사과 공지 없이 제목과 내용을 수정해 비판이 일었다.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와의 진실공방도 있었다. KBS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의 자산관리인인 김경록 씨와의 인터뷰를 검찰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KBS는 “인터뷰 내용을 검찰에 전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독도 소방헬기 사건 관련 논란도 있었다. 지난해 독도 인근 해역에서 소방헬기 추락사고가 발생해 7명이 실종되거나 숨졌는데 해당 헬기의 사고 직전 모습이 담긴 영상을 KBS가 보유하고도 당국에 사고 경위 파악용으로 제공치 않고 단독 보도에 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BS 방송 가운데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지난 5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출연시켜 논란이 됐다. 유용민 KBS 시청자평가원 겸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최근 ‘TV비평 시청자데스크’에 출연해 “최 대표가 본인이 관련된 사안을 본인이 비평하는 게 옳은 것일까, 혹은 이런 방식의 섭외가 최선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컸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KBS가 수신료를 올리기 이전에 스스로 방송의 질을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가운데 KBS뿐 아니라 모든 언론사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국민 주머니를 털어서 이를 타개하겠다는 발상”이라며 “국민이 KBS에 대한 신뢰를 찾는 게 수신료 인상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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