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등진 23살 유망주.."그 사람들 죄 밝혀줘"

박성아 2020. 7. 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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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가르침'이라는 허울로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체육계의 폭력이 23살의 젊은 선수를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한 철인 3종 경기 선수가 전 소속팀의 감독과 팀 닥터 또 선배한테서 상습적인 폭행과 가혹 행위를 당해 왔다고 토로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외부에 도움을 청해 왔지만 모두가 외면했고 유서에는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달라"고 남겼습니다.

먼저, 박성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2017년 전국체전 철인3종 경기에 출전한 최숙현 선수.

고교 시절부터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휩쓸며 두각을 나타냈던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부산에 있는 숙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 사람들 죄를 밝혀 달라'며 어머니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가 유언이 됐습니다.

유족들은 최 선수가 지난 연말까지 소속됐던 경주시청팀에서 감독과 팀닥터로부터 끊임없는 구타와 폭언에 시달렸다며, 작년 3월 해외 전지훈련 때 있었던 생생한 폭행의 증거 를 공개했습니다.

[감독/2019년 3월 뉴질랜드 전지훈련 중] "물 마음껏 먹었잖아. 왜 뭐라고 하는 거 아니잖아, 지금 너 맛갔네. 뭐라고 하는 거 아니라니까···"

체중을 줄이던 도중 복숭아를 1개 먹었는데, 물을 마셨다고 둘러댄 게 폭행의 이유였다고 유족들은 고발했습니다.

최 선수의 일기장에도 지속적인 구타와 폭언의 흔적이 보입니다.

이런 지속적인 폭력 때문에 최 선수는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고 동료들은 증언했습니다.

[동료 선수] "(선배가) 숙현이를 좀 밉게 봤는지 그때부터 갈구기 시작했던 것 같고, 그러면서 숙현이가 대인기피도 오고 굉장히 많이 힘들어했었어요."

유족과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같은 팀 선배 2명까지 가혹 행위에 가담했습니다.

선수생활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고 유족들은 호소했습니다.

[최영희/故 최숙현 선수 아버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운동을 했는데 그 많은 세월 진짜 고통만 당하고 저세상으로 갔다고 하는 게 저는 지금 한이 맺히고…"

지옥 같은 선수 생활에 절망한 최숙현 선수는 올해 3월, 감독과 팀닥터, 동료 선수 2명을 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두 달뒤,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겼습니다.

폭행 피해를 당한 다른 동료 선수 2명도 조만간 감독 등을 추가로 고소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박성아입니다.

(영상취재: 양재혁(포항))

박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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