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버거 논란에 日 매체 "적대감 가진 광기 어린 한국인" 원색 비난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이동준 2020. 7. 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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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른 일본 맥도날드 전단지. 일본 대표 버거라며 ’가루비맥(かるびマック)’을 소개하고 있다.(하단) 가루비는 한국 갈비의 일본식 발음이다. 사진=일본 맥도날드 트위터 캡처
 
최근 맥도날드가 일본 대표 버거로 ’가루비맥(かるびマック·갈비 버거)’을 소개해 한국에서 논란이 일자, 일본의 한 매체는 “일본에 적대감 가진 광기 어린 한국인들”이라는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비난했다.

‘광기’라는 단어는 극우의 대명사로 불리는 산케이신문을 포함한 우파 계열 매체에서조차 사용하지 않는 막말 중 막말이다.

우익 언론들은 한일 양국의 역사 문제를 두고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며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반박 또는 주장을 펼치고 때론 엉뚱한 말을 늘어놓기도 하지만 이처럼 욕설에 가까운 말은 사용하지 않는다.

인터넷 매체가 사용한 ‘광기’(狂気·きょうき)라는 단어는 ‘미침’, ‘미친 듯한 기미’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맥도날드 가루비맥 사건?

논란은 지난달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됐다.

당시 경향신문 등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내 한 커뮤니티에 ‘일본 맥도날드 전단지 논란’이라는 제목과 함께 쇠고기 버거를 소개하는 광고가 게재됐다.

일본 맥도날드는 홈페이지와 SNS에 “세계 곳곳의 인기 비프 버거를 소개한다‘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메뉴를 ’가루비 맥‘이라고 소개했다.

전단의 ‘가루비’(かるび)는 한국 대표 음식 중 하나인 ‘갈비’의 일본식 발음이다.

일본은 외래어 표기시 가타카나를 사용하는데 전단은 가타카나 ‘カルビ’가 아닌 히라가나 ‘かるび’라고 표기했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누리꾼들은 앞서 잘못 사용된 표현을 비롯해 한국의 갈비를 일본 음식으로 소개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맥도날드가 공개한 전단. '세계 곳곳의 인기 비프 버거' 중 일본을 대표하는 메뉴를 ’가루비 맥‘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사진=일본 맥도날드 트위터 캡처
◆“일본에 적대감 가진 광기 어린 한국인”

한국에서의 논란은 얼마 후 일본으로 전해졌다.

일본 누리꾼들은 수년 전부터 일본에서 판매돼 인기몰이를 한 햄버거를 지금 와서 문제 삼는다고 지적하며 한국인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부각했다.

그후 지난달 29일 ‘글로벌 뉴스 아시아’(Global News Asia)라는 매체는 광기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반한 감정에 불을 지폈다.

이 매체는 ‘일본의 갈비 맥을 트집 잡는 한국 & 한국냉면 맛있게 먹는 일본’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나다이후지소바’(일본 소바집 이름)는 한국에서 구매한 재료를 사용한 한국식 냉면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라며 “일본인들은 이 냉면을 먹으며 본고장이 북한일까라고 의심해 ‘한국이 본고장 아니다’라고 트집을 잡지 않는다”고 했다.

이 부분만 봐도 비유가 잘못된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음식인 갈비를 일본의 대표음식인 양 잘못 소개하는 것과 ‘냉면의 본고장’을 북한이냐 남한이냐 따지는 것은 뜬금없고 이치에 맞지 않다.

이 매체는 “평화로운 일본에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지만, 5년 전 한국 유학생들과 교민들이 모여 사는 일본 도쿄도 신오쿠보에 우익단체들이 모여 혐한 발언과 욕설을 쏟아내며 재일 한국인을 향한 차별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이를 보다 못한 일본 정치권에서 2016년 5월 혐한시위 등 ‘헤이트스피치’를 억제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하고 자제를 촉구했을 정도다.

헤이트스피치는 특정 인종이나 민족, 국민 등에 대한 혐오 시위나 발언 등을 의미한다.

헤이트스피치법은 ‘차별 의식을 조장할 목적으로 공공연히 생명과 신체, 명예, 재산에 위해를 가하는 의도를 고지하는 것’, ‘현저히 모욕하는 것’을 부당한 차별적 언동으로 정의하고 이런 행위를 “용인하지 않음을 선언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에서조차 ‘광기 어린 한국인’이라며 명예를 위해 하는 막말로 모욕감을 느끼게하는 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매체는 “한국에는 이상하게 일본에 적대감을 가진 광기의 사람들이 매일 일본을 트집을 잡을 재료를 찾는 실정”이라며 “소셜미디어(SNS) 등으로 일본 때리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한국 사람들이 한국 대표 음식인 갈비를 일본 맥도날드가 가루비라고 한 것을 지적한 것이 일본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낸 것이자 광기어린 행동이란 주장이다.

◆“일본인은 그렇지 않다”

매체는 한국에서 논란이 된 일들을 전하면서 “일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틀린 건 아니라고 본다. 평범한 일본 사람들이나 한류 팬. 한국과 교류를 쌓는 이들은 매체나 매체에 악플을 쏟아낸 일부 누리꾼과는 분명 다른 생각을 한다.

매체는 앞선 기사 외에도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향한 비판을 시작으로 정의기억연대나 징용공 문제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막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일본 시민들은 엉터리 주장이나 비판은 문제를 지적하는 등 분별력 있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 매체 쓴 기사는 도 넘은 욕설로 한국을 흠집 내고 이에 일부 누리꾼들이 동조하는 안타까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한편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 이름이나 이메일 등의 정보는 존재하지 않았다. 항의 또는 비판을 의식해 고의로 누락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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