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평중 칼럼] 윤석열 죽이기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입력 2020. 7. 3. 03:20 수정 2020. 11. 1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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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겠다고 한 적도 없는 윤석열을 잠재적 대권 주자로 키운 건 8할이 文 정권
권력과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는 영웅 이미지 선사한다면 정권에 최악의 시나리오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문재인 정권의 폭주가 나비효과를 만들어낸다. 정권 차원의 ‘윤석열 죽이기’가 오히려 ‘대통령 윤석열’로 가는 길을 열고 있다. 리얼미터의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가 단적인 증거다. 처음으로 조사 대상이 된 윤석열 검찰총장이 단숨에 10%대를 기록했다. 이낙연 의원(30.8%)과 이재명 경기지사(15.6%) 뒤를 이은 3위다. 지리멸렬한 야권 후보들을 멀찌감치 따돌려 ‘3강 구도를 형성했다’는 게 리얼미터 분석이다. 대권주자 윤석열의 파괴력은 그 누구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윤 총장은 '정무 감각도 없고' 정치를 하겠다고 한 적도 없다. 그런 그를 잠재적 야권 대권주자로 키운 건 8할이 문재인 정권 난정(亂政) 때문이다. 취임 1년도 안 된 '검찰총장 숙청'에 '막가파' 법무장관이 총대를 멨다. 여당 의원들, 친정부 언론, 시민단체가 벌떼처럼 달려들고 어용 검찰간부들은 총장에게 항명을 일삼는다. 검찰총장 임면권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을 해임하면 난맥상은 정리된다. 그러나 살아있는 권력과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영웅의 이미지를 윤 총장에게 선사하는 건 문 정권엔 최악의 시나리오다.

검찰총장은 임기 2년제 장관급 외청장이지만 1987년 민주화 이래 명실상부한 권력의 핵이다. 역대 보수·진보정권 모두 마찬가지다. 죽은 권력과 정적(政敵)을 벨 땐 한없이 예리한 검찰의 칼이지만 그 칼끝이 살아있는 권력을 겨눌 땐 검찰총장보다 위태로운 자리도 드물다. 김영삼 정부 이후 검찰총장 18명 가운데 9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정의와 공정을 달고 사는 문재인 정권도 이 점에선 적나라한 권력정치의 화신에 불과하다. 문 정권과 친문 집단은 윤석열 검찰이 구(舊)적폐를 칠 땐 환호작약하다가 '우리 편'의 신(新)적폐를 수사할 땐 비분강개한다. 전형적인 분열증 증세다.

특수부 검사 출신 윤 총장은 "청와대 비리도 성역 없이 수사하라"는 문 대통령의 '빈말'을 우직하게 실천했다. '황태자 조국' 일가의 범죄, 김경수 지사 댓글공작, 울산시장 부정선거, 각종 권력형 경제범죄를 직공(直攻)했다. 윤석열 검찰이 직분에 충실한 결과 자칭 촛불 정권의 도덕성과 정당성이 치명상을 입었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치부를 폭로한 윤석열은 문 정권과 친문 세력에겐 '대역죄인(大逆罪人)'이나 마찬가지다. 역린을 건드린 윤 총장에 대한 문 정권의 근친(近親) 증오가 하늘을 찌른다.

하지만 한국인은 정의롭게 싸우다 당당하게 전사한 의인(義人)을 사랑한다. 모든 권력을 독점한 집권세력의 탄압을 버텨내는 검찰총장은 소용돌이의 한국 정치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장관(壯觀)이다. 살아있는 권력을 돈키호테처럼 직격(直擊)한 윤 총장은 '바보 윤석열'로 칭송된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대한민국 헌법에 충성한 윤 총장의 결기가 아직 법치주의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웅변하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권력의 부정부패를 단칼에 베는 무사의 용기야말로 공화국 검찰의 존재 이유다. 따라서 문 정권의 '윤석열 죽이기'는 공화국의 위기를 상징한다.

문재인 정권의 무도한 행태는 '민주주의의 죽음'을 부른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권이 합법적 절차를 악용해 나라를 내파(內破)시킨다. 청와대 어명을 수행하는 통법부(通法府)로 전락한 일당 국회에서 '민주주의의 문지기'인 정당은 사망 직전이다. 한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심판을 매수하려는 문 정권의 행보는 검찰 장악과 공수처 출범, 법원 통제에서 절정에 이른다. 이제 제왕적 대통령은 자의적으로 법을 어기고 시민권과 언론 자유를 위협해도 처벌받지 않는 절대 권력자가 된다. 그 자체가 위헌인 '청와대 정부'의 횡포는 연성(軟性) 파시즘으로 타락한 문 정권의 민낯을 폭로한다.

어둠이 짙을수록 정의·공공선·협치라는 공화정의 가치는 빛난다. 문 정권 3년은 진영논리의 적대 정치가 공화국을 유린한 난정의 연속이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처럼 정의와 공정을 바라는 시민들의 집단 열정이 폭발하는 건 역사의 필연이다. 불의한 권력에 저항한 강골 검사 윤석열의 자리가 한국 역사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이유다. 앞으로 2년은 문 정권의 국정 운영 실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폭로의 시간이기도 하다. 차기 대선은 대권주자의 국정 능력과 정의를 검증하는 예측불허 난전(難戰)이 될 것이다. 적폐와 무능을 쌓아가는 문 정권엔 ‘대통령 윤석열’보다 더한 악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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