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최숙현을 죽음으로 내몰았나.."체육회·연맹도 공범"
"엄마,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어머니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다. 최 선수는 소속팀 내 지도자의 가혹행위에 못 이겨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최 선수는 대한체육회, 경주시청 등에 마지막까지 도움을 요청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봅슬레이 감독 출신인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최숙현 선수는 지난달 26일 새벽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전 소속팀인 경주시청 감독과 선배에게 지속적인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원 어치 빵을 먹었고 체중 조절에 실패하면 3일을 굶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스포츠 선수들이 지도자나 선배에게 인권침해를 당하는 사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지난해 실업팀 소속 성인 운동선수 125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10명 중 6명은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33.9%는 언어폭력, 15.3%는 신체폭력을 겪었고 11.4%는 성폭력까지 경험했다. 여성 선수를 상대로 한 폭력 가해자는 코치가 47.5%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쇼트트랙 국가대표 출신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에게 폭행과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나타나 시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허정훈 중앙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많은 지도자가 선수를 한 사람의 인격체로 대하기보다, 메달을 따고 성과를 내야 하는 대상으로 객체화하는 인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피해를 당한 선수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제대로 된 처벌도 없이 평생을 몸담아온 선수 생활이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신체폭력을 당한 선수 중 '싫다, 하지 말라'고 적극 대처한 비율은 6.6%뿐이었다. 대다수는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거나, 웃으며 넘어가거나, 소심하게 불만을 표시하는 데 그쳤다.
최숙현 선수 사례를 비롯해 운동 선수들의 피해 사례가 여러 차례 벌어졌는데도 그동안 문제 해결을 위한 시스템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 선수는 세상을 떠나기 전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경기협회 등에 진정서를 보내면서 노력했지만 필요한 조치를 받지 못했다.
이용 의원은 "경북체육회는 비리를 발본색원하지 않고 오히려 최숙현 선수 부친에게 합의를 종용하고 사건을 무마시키려고만 했다"며 "경주시청은 최숙현 선수의 부친이 제기한 민원에 '그냥 고소하라'고 으름장을 놓았으며 경주경찰서는 무성의하게 조사를 마치고 검찰에 이첩시켰다"고 했다.
허정훈 중앙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최숙현 선수가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를 여러 번 보냈는데도 책임을 방기한 대한체육회나 연맹은 공범이나 마찬가지"며 "문제가 있는 지도자는 일벌백계하고 다시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없도록 가해자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제2의 최숙현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주시체육회는 전날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감독 등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었고 대한체육회도 조사에 착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수가 폭력신고를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접수한 날짜가 4월 8일이었는데도 제대로 조치가 되지 않아 불행한 일이 일어난 것은 정말 문제"라며 “경기인 출신인 최윤희 문화체육부 차관이 나서 전반적인 스포츠 인권 문제를 챙겨달라"고 지시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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