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먹는 양파, 일본 종자였다..한국 종자로 바꾸니 가격 뚝

추인영 2020. 7. 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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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종자 'K-star' 양파. 사진 이마트

한국인이 즐겨 먹는 채소 10개 품목 중 절반은 외래 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가 2일 매출이 가장 높은 채소 10개 품목의 종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국내 종자 시장을 외국계가 점령하고 있는 셈이다.


양파ㆍ고구마 ‘일본’, 마늘 ‘중국ㆍ스페인’

주요 채소 종자 원산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농촌진흥청과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등에 따르면, 거의 모든 요리에 빠지지 않는 양파는 80%가 일본산이다. 이 중에서도 저장해서 연중 먹는 만생종 양파는 90%가 일본 종자다. 마늘 역시 80%가 중국이나 스페인 등 외래에서 온 것이다. 고구마는 연간 국내에서 생산되는 40t 중 95%가 일본산 종자이고, 파프리카와 단호박도 주로 네덜란드, 일본에서 각각 종자를 들여온다.

종자에도 ‘재산권’이 있어 해외 종자를 사용하려면 해당 국가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미니 파프리카의 경우 현재 기준 종자 한 알당 1200원(한 알에선 여러개의 파프리카가 열림)으로 한 봉지(1000알)에 12만원이다. 이를 금 한 돈(3.75g) 무게로 환산하면 약 32만원으로 최근 금 시세와 비슷하다. 외래종 씨마늘(마늘종자) 연간 수입량은 5837t(약 100억원)에 이른다.

국내 농산물 종자가 처음부터 대부분 외래종이었던 건 아니다. 채소나 원예 종자는 민간 기업이 주도해 개발했는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내 종자회사들이 대거 외국 자본에 넘어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2012년 양파 등 20개 품목에 대해 '황금종자사업(GSP·Golden Seed Project)'을 펴면서 국내 농산물의 ‘종자 국산화’에 나섰다. 이를 통해 ‘K-스타 양파’와 ‘라온 파프리카’ 등 국산 종자 개발에 성공했다.


품질도 좋은데 최고 50% 저렴

라온 파프리카. 사진 이마트

국산 ‘K-스타 양파’ 종자는 일본산보다 품질도 좋다. 모세혈관 강화에 좋은 쿼세틴(식물에 널리 분포하는 색소) 함량이 일본산 종자의 1.5배이고, 가격도 약 30% 저렴하다. 일본 종자가 496㎡(약 150평) 기준 약 14만원인데 비해 국산 종자는 10만원 수준으로, 농가의 종자 구매 비용 부담이 줄었다. 소비자가로는 절반 넘게 가격을 낮췄다. 이를 통해 자급률은 2014년 18%에서 2018년 28%로 올렸다.

‘라온 파프리카’는 종자 국산화를 넘어 수출까지 됐다. 경상남도 농업기술원이 소규모 농가에 적합한 미니 파프리카 연구를 통해 개발한 ‘라온 파프리카’는 수입 미니 파프리카보다 재배가 쉽고 품질이 우수해 인기가 높다. 가격도 약 16% 낮췄다. 과육이 두껍고 망고·멜론(11브릭스)과 비슷한 수준인 10브릭스의 강한 단맛을 자랑한다. 라온 파프리카는 2017년 일본에 진출한 데 이어 2018년 멕시코로도 수출됐다. 2013년 0%였던 자급률은 2018년 45%가 됐다.

국산 마늘 종자 ‘홍산 마늘’은 2015년 출원돼 3년간 시범재배를 마치고 올해 첫 시장에 출하하는 품목이다. 이 역시 일반 외래종 마늘보다 품질도 좋고 가격도 20% 저렴하다. 제주도부터 강원도까지 전국에서 재배할 수 있고, 기존 마늘보다 병충해에 강하고 씨알이 굵어 수확량도 약 30% 많다. 클로로필(엽록소) 함량이 높아 꼭지가 초록색을 띤다. 껍질을 까면 특있는 반점이 생기도록 개발해 수입산과 섞이지 않도록 했다.

대형마트에서 국산 종자 식품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마트가 지난해 판매한 GSP 상품은 45억원 규모로, 전년보다 28% 증가했고, 판매 초기 2016년 매출의 4.5배 수준으로 성장했다. 2018년 국내 최초로 판매한 ‘K-스타 양파’는 초기 100t에서 올해 500t, 내년에는 1000t 이상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임용표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GSP 채소사업단장은 "지난해 세계 종자시장은 554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7%씩 성장하고 있지만, 한국은 1%를 차지할 뿐"이라며 "로열티를 절감해 종자무역수지 적자를 극복하고 국내 종자주권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해선 고부가가치사업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영석 농촌진흥청 연구관도 “한 품종을 개발하려면 보통 10~15년이 걸리지만, 꾸준히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질 좋고 저렴한 국산 품종이 계속해서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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