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라면 붓고 칼 던졌다"..한국체대도 지옥같은 선수생활

전세원 기자 2020. 7. 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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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숙현 선수의 사망으로 스포츠계 폭력이 지탄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체대 남자핸드볼팀에서도 폭력, 가혹 행위가 이어져 온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선수들의 가족은 한국체대에 가혹 행위를 호소했지만, 고 최숙현 선수처럼 도움의 손길은 없었다.

피해 선수의 부모들은 "핸드볼팀 담당인 백모 교수는 연락이 되질 않는다"면서 "한국체대는 기숙사 내에서 벌어지는 일까지는 파악하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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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강원 춘천시 한 연수원 가혹 행위 현장 곳곳에 피가 묻어 있다(왼쪽 사진). 피해자인 B 선수가 어머니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오른쪽). B 선수 부모 제공

- 피해자 가족 ‘폭행 일상화’ 주장

손 뒤로 묶고 성기 잡아당기고

MT가선 뺨 때리고 목 조르기도

피해 선수 맨발로 도망쳐 신고

코치 “기숙사 가혹 행위 몰랐다”

부모들 “담당교수 연락도 안돼”

고 최숙현 선수의 사망으로 스포츠계 폭력이 지탄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체대 남자핸드볼팀에서도 폭력, 가혹 행위가 이어져 온 것으로 확인됐다. 스포츠계의 폭력, 가혹 행위 근절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체대 핸드볼팀은 지난달 15일부터 17일까지 강원 춘천시의 한 연수원으로 MT를 떠났다. 피해 선수의 가족에 따르면 15일 밤 3학년인 A 선수가 1학년인 B 선수의 뺨을 수차례 때리고 목을 졸랐다. A 선수는 2학년인 C 선수의 얼굴에 뜨거운 라면을 퍼붓고 얼굴과 가슴을 마구 때렸다. A 선수는 식칼과 그릇을 B, C 선수를 향해 집어 던졌고, 칼로 찔러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C 선수는 맨발로 연수원에서 도망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연수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A 선수는 B 선수를 폭행했다. 춘천경찰서에서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생명을 위협하는 폭행은 일상이다. A 선수와 후배 B 선수는 한국체대 기숙사 룸메이트. 하지만 B 선수에게 기숙사는 지옥이다. A 선수는 지난 5월 초부터 숙소에서 B 선수를 괴롭혔다. 입에 담기조차 힘들 만큼 잔혹하게 다뤘다. A 선수는 3학년 동기들과 함께 B 선수의 옷을 벗기고 추행했다. 속옷만 입힌 뒤 손을 뒤로 묶고, 가슴과 성기 등을 잡아당겼다. 머리 박고 물구나무서기까지, ‘고문’에 가깝게 괴롭혔다. 피해 선수의 부모들은 “선배가 후배를 수시로 때리는 건 물론, 기숙사 점호가 끝난 새벽에 후배들이 잠들지 못하고 선배들의 옷을 빨래하는 등 온갖 수발을 든다”고 하소연했다.

피해 선수들의 가족은 한국체대에 가혹 행위를 호소했지만, 고 최숙현 선수처럼 도움의 손길은 없었다. 피해 선수의 부모들은 “핸드볼팀 담당인 백모 교수는 연락이 되질 않는다”면서 “한국체대는 기숙사 내에서 벌어지는 일까지는 파악하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밝혔다.

핸드볼팀 김모 코치는 2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MT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고, 경찰이 조사한다는 건 알지만 기숙사 가혹 행위는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다. 한국체대와 핸드볼팀은 가해자인 A 선수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학내에서 다른 징계를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고 최숙현 선수도 지도자, 팀닥터, 그리고 선배의 가혹 행위에 시달렸다. 고인은 고소장, 대한체육회징계신청서에 “감독이 ‘살고 싶으면 선배에게 가서 빌어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며 “결국 나는 살기 위해 선배에게 무릎을 꿇고 빌었다”는 글을 남겼다.

한 원로 체육인은 “예로부터 조직력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위계질서를 강요하고, 질서를 잡는다는 이유로 지도자와 선배가 제자, 후배에게 물리력을 행사한다”면서 “사라져야 할 악습이 대물림되기에 더욱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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