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심판 되려고 이 악물고 운동했다는데.. 억장이 무너집니다"

박천학 기자 2020. 7. 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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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제심판이 되기 위해 매일 이를 악물었다고 하는데 억장이 무너집니다."

지도자와 일부 선배의 가혹 행위로 극단적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고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55) 씨는 3일 "딸이 지난해에 '앞으로 꼭 10년만 참고 운동하면서 트라이애슬론 국제심판 자격증을 따는 것이 목표'라는 말을 하곤 해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고 반드시 심판이 돼서 세계무대에 나서라'고 격려했다"면서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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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운 나이에… : 납골당에 안치된 고 최숙현 선수의 유해. 최숙현 선수 가족 제공

- 故 최숙현 아버지 통곡

“市지원에도 훈련때마다 돈내

가해자들 이제 증거인멸 급급”

사건前 경주시청에 징계 요구

“감독 있어야 훈련” 조치 안해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제심판이 되기 위해 매일 이를 악물었다고 하는데… 억장이 무너집니다.”

지도자와 일부 선배의 가혹 행위로 극단적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고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55) 씨는 3일 “딸이 지난해에 ‘앞으로 꼭 10년만 참고 운동하면서 트라이애슬론 국제심판 자격증을 따는 것이 목표’라는 말을 하곤 해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고 반드시 심판이 돼서 세계무대에 나서라’고 격려했다”면서 울먹였다.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카카오톡 문자를 남기고 부산 숙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사람’은 감독과 팀닥터(물리치료사), 선배 선수 2명이다.

경북 칠곡군에 사는 최 씨는 “딸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수영선수를 해 당시 아내가 매일 등교 전 오전 5시부터 2시간, 방과 후 오후 4시부터 5시간 정도 훈련 때마다 집에서 수영장까지 차로 태워주는 등 엄청 고생했다”고 회상했다. 또 최 씨는 “복숭아·사과 농사를 지으면서 딸을 뒷바라지했다”면서 “딸이 운동선수로 두각을 나타내 농사가 힘들고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딸만 바라보고 일을 했다”고 말했다. 최 선수는 1남 1녀 중 둘째다.

최 선수는 칠곡의 모 중학교 2학년 때 경산에 있는 경북체육중학교로 전학하면서 트라이애슬론으로 전향했다. 최 선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전국동아수영대회’ 접영 부문 금메달을, 중학교 2학년 때는 소년체전 트라이애슬론 여중부 금메달을 획득해 부모는 물론 동네의 자랑이 됐다.

이후 경북체육고교로 진학해 고교 3학년인 2016년 딸이 가혹 행위자로 지목한 감독을 만났으며 이때부터 말 그대로 생지옥이었다는 것이다. 이듬해 경주시체육회 트라이애슬론팀으로 옮긴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최 선수는 2018년 한해 운동을 중단한 뒤 2019년 다시 입단하기도 했다. 특히 최 씨는 “경주시에서 1년에 9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데도 감독이 전지훈련 때마다 250만 원 정도의 항공료를 요구해서 입금했다”면서 “딸도 훈련 기간에는 달마다 팀닥터에게 80만~100만 원을 건네고 3차례 정도 심리치료를 했을 때도 50만 원씩 제공했다”고 했다.

앞서 최 씨는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딸이 극단적 선택을 한 뒤 가해자들은 증거 인멸하기에 급급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아무도 먼저 연락하지 않아 제가 감독에게 ‘고소할 테니까 알고 있으라’고 하니까, ‘봐달라’는 식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몇 번 왔던 게 전부다. 예전에 숙현이와 같이 운동했던 다른 팀 동료들에게 카톡이나 전화로 회유나 증거 인멸의 정황이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경주시청 측의 안일한 대응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사건 발생 전) 제가 경주시청을 찾아가 숙현이가 당했던 모든 이야기를 하고, ‘경주시청 차원에서 징계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시청 직원은 ‘내일이라도 감독에게 전화해서 잘못이 있으면 당장 귀국시켜 트라이애슬론팀을 해체하면 되니까, 걱정 마세요’라고 해 저는 그 말만 믿고 집에 왔는데, 보름 가까이 연락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래서 전화로 ‘진정 넣은 것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하고 있느냐’고 하니까, 그 사람이 ‘경주시청에서 돈을 2000만∼3000만 원을 들여서 전지훈련을 보냈는데, 그러면 지금 귀국시킬까요?’ 이러더라. 그래서 제가 ‘감독이라도 귀국시켜서 진상조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니까 ‘감독이 없으면 어떻게 훈련이 됩니까?’라고 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칠곡=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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