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인 팀닥터,어떻게 고 최숙현 선수 가혹행위 주도했을까

박준 2020. 7. 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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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행위 방관 감독과 고향 선후배 사이
전지훈련시 개별 비용 지불하며 일시적 고용
의사도 물리치료사도 아냐..행방 오리무중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의 최숙현 선수가 지난달 26일 부산의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 선수의 유족은 고인의 사망 후 고인이 전 소속팀 경주시청에서 모욕 및 폭행을 당하는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사진은 고 최숙현 선수의 유골함. (사진=고 최숙현 선수 가족 제공) 2020.07.02. photo@newsis.com

[대구=뉴시스] 박준 기자 =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인 고(故) 최숙현 선수에게 뉴질랜드 전지훈련 중 가혹행위를 한 팀닥터(40대 후반)는 의사나 물리치료사 면허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경주시체육회 등에 따르면 팀닥터는 의사 면허나 물리치료사 자격이 없고 선수가 전지훈련 등을 할 때 개별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며 일시적으로 고용된 사람이다.

최 선수 가혹행위의 주도적 인물로 알려진 팀닥터는 선수단 소속이 아니어서 청문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이에 팀닥터는 지난 2일 경주시체육회에서 열린 인사위원회에 지병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은 "팀닥터가 지병인 암이 재발해 출석할 수 없다는 통보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한 "팀닥터는 의사 면허나 물리치료사 자격이 없고 선수가 전지훈련 등을 할 때 개별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며 일시 고용한 사람이다"며 "선수단 소속이 아니고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데 앞으로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여 회장은 "팀닥터의 구타 증언이 계속 나오고 실질적으로 폭행에 연루된 사람은 팀닥터로 파악된다"며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선수단 간 폭행은 없었다고 하고 감독 역시 폭행을 시인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 선수의 2019년 3월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녹취록에는 팀닥터의 폭행 및 폭언 등 가혹행위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의 최숙현 선수가 지난달 26일 부산의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 선수의 유족은 고인의 사망 후 고인이 전 소속팀 경주시청에서 모욕 및 폭행을 당하는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사진은 고 최숙현 선수의 생전 모습. (사진=고 최숙현 선수 가족 제공) 2020.07.02. photo@newsis.com

팀 닥터는 최 선수에게 "이빨 깨물어 이리와 뒤로 돌아", "나한테 두 번 맞았지? 너는 매일 맞아야 돼", "선생님들 마음을 이해 못 해. 욕먹어 그냥 안했으면 욕먹어." 등의 말을 하며 20분 넘게 폭행했다.

최 선수는 자신을 때리는 팀 닥터에게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 과정에서 팀 닥터는 최 선수에게 "감독님하고 나는 기본적으로 널 좋아한다. 이건 체중의 문제가 아니다. 너가 선생님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게 문제다"라며 폭행을 이어 갔다.

이어 최 선수의 동료로 추정되는 선수를 불러 "너는 아무 죄가 없다. 이빨 깨물어"라는 말과 함께 폭행을 계속했다.

팀닥터는 최 선수에게 "나가. 내일부터 니 뭐 꿍한 표정보였다하면 니는 가만 안둔다. 알았어? 니는 일요일까지 먹을 자격이 없다"고 폭언했다.

감독과 팀닥터는 최 선수 및 다른 선수들을 폭행하는 과정에서 음주까지 했다.

음주를 하면서도 이들은 최 선수의 뺨을 20회 이상 때리고 가슴과 배를 발로 차고 머리를 벽에 부딪치게 밀쳤다.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의 최숙현 선수가 지난달 26일 부산의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 선수의 유족은 고인의 사망 후 고인이 전 소속팀 경주시청에서 모욕 및 폭행을 당하는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사진은 고 최숙현 선수의 생전 모습. (사진=고 최숙현 선수 가족 제공) 2020.07.02. photo@newsis.com

특히 최 선수는 뉴질랜드 원정 훈련을 다녀올 때마다 정신적으로나 심적으로 더욱 힘들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 따라 최 선수는 원정 훈련 후 수개월 간 운동을 쉰 적도 있었다.

최 선수의 아버지는 "남자 선배 한 명과 여자 선배 한 명이 특히 숙현이를 많이 괴롭혔다"며 "욕설을 하는 건 물론 숙현이를 정신병자 취급하며 인격모독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전날 경주시체육회 인사위원회에 참석한 최 선수의 감독은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5개월 전 그는 최숙현 선수 아버지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을 드린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내가 다 내려놓고 떠나겠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최 선수가 소송을 시작하자 용서를 빌던 감독은 태도를 바꿨다. 현재 그는 "나는 때리지 않았다. 오히려 팀닥터의 폭행을 말렸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팀닥터의 행방도 오리무중이다.

경북 경산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진 팀닥터는 지난 2일 경주시체육회에 '지병으로 인해 출석이 어렵다'는 연락만 취한 뒤 현재까지 아무런 연락도 없다.

경북 경주시는 최 선수의 유족을 찾아 위로하고 대처가 미흡했던 부분에 대한 뒤늦은 후속 조치에 나사고 있다.

시는 시청 소속 다른 선수단 전반의 인권에 대해서도 짚어볼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실업팀 선수단의 훈련내용과 일정을 이래라저래라 간섭하기가 쉽지 않았고 지도자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며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남긴 채 부산의 숙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최 선수는 올해 경주시청을 떠나 부산시체육회에 입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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