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2차 가해에 책임 묻는다..김지은씨, 안희정 전 지사에 민사소송
[경향신문]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을 고발한 피해자 김지은씨가 안 전 지사를 상대로 성폭력과 2차 가해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 측은 전날 안 전 지사와 충청남도를 상대로 총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수행비서였던 김씨에 대한 성폭력 혐의(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로 기소된 안 전 지사는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6월의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안 전 지사 사건은 ‘미투(#MeToo·나는 고발한다)’ 운동이 한국 사회의 큰 이슈로 불거지던 2018년 3월 김씨가 언론에 피해사실을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안 전 지사는 페이스북에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다. 모두 다 제 잘못”이라는 글을 올리며 정치활동 중단을 발표했지만, 이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는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안 전 지사가 좋아하는 순두부 식당을 찾아 예약했다’, ‘안 전 지사와 단 둘이 와인바에 갔다’, ‘안 전 지사와 부인이 투숙한 방을 들여다봤다’는 등 김씨가 피해자답지 못하다는 안 전 지사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씨는 페이스북에 “이번 사건은 용기 있는 미투가 아니라 불륜 사건”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법원이 안 전 지사에게 유죄를 확정하면서 위력을 이용한 권력형 성폭력을 범죄로 인정했지만, 김씨에게는 2차 가해가 됐다. 김씨 측은 소장에 “전혀 근거 없는 사실이 안 전 지사의 부인과 측근들에 의해 부분별하게 유포되고 있었음에도 (안 전 지사가) 이를 방임했다”고 적었다. 김씨 측은 “안 전 지사의 정치적·사회적 지위와 영향력이 막강했고, (2차 가해) 방임으로 인한 방조 책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김씨 측은 안 전 지사의 성폭력과 2차 가해 방조로 인해 자살, 불면, 대인기피, 불안, 우울과 같은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겪었다고 했다. 김씨 측은 “안 전 지사의 불법행위로 인해 정신과 입원을 반복해야 했으며, 수사와 재판 기간 중에는 사실상 아무런 외부활동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충청남도는 소속 공무원인 안 전 지사의 직무집행 중의 불법행위에 대해 공동으로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김씨 측은 밝혔다.
앞서 안태근 전 검사장과 국가를 상대로 성추행과 보복 인사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낸 서지현 검사는 2018년 기자회견에서 “많은 피해자가 결국 돈을 노린 꽃뱀이 아니냐는 것 때문에 민사소송을 꺼리지만, 당연한 권리로 당당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리·유설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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