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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조급하고 감정적인 '검찰개혁'

김청윤 입력 2020. 07. 03.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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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4층의 검찰역사관에 들어서면 대검 검사를 지낸 서일교 전 대법관의 1947년 변호사 합격증이 눈에 띈다.

직접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하는 직제개편과 물갈이 인사가 전격으로 단행되는가 하면, 학계와 현장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검찰 내부 수사·기소 분리안이 언론 브리핑에서 갑자기 언급되기도 했다.

최근엔 검찰개혁 정책을 연구해야 할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개별 사건에 대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중단해야 한다는 긴급권고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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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조선변호사시험 합격증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4층의 검찰역사관에 들어서면 대검 검사를 지낸 서일교 전 대법관의 1947년 변호사 합격증이 눈에 띈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증거로, 백서로, 연표의 한 줄로 검찰 역사의 조각이 펼쳐진다. 1949년 상공부장관 독직, 1982년 이철희·장영자 어음 사기, 1993년 율곡사업 비리 등 대형 비리 사건들이 파노라마다.

검찰이 해를 거듭하며 수사에 매진하는 사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1950년대 최빈국에서 GDP가 1000배 이상 성장해 2018년엔 1조7208억달러를 기록했다. 최근엔 G7 정상회의에 초대장을 받을 정도로 국격도 크게 높아졌다.
김청윤 사회부 기자
OECD ‘부패 보고서’의 첫머리는 “부패는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의 심각한 방해물이다”라는 문장이다. 한국 검찰은 범죄 수사를 사명으로 하는 국내 최상위 수사기관으로서 지난날 부패 척결의 선봉장 역할을 해왔다. 과거에 비해 현저히 청렴해진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검찰이 부패 수사의 직분을 충실히 수행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검찰이 스스로 부패하지 않도록 자정노력을 기울인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필리핀은 1960년대 한국보다 더 부국이었음에도, 지금은 한국 GDP의 5분의 1 수준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필리핀 경제가 한국에 추월당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악명 높은 필리핀 사회의 부정부패를 꼽을 수 있다. 뇌물로 수사를 무마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는 필리핀 수사기관의 부패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지난해 발표한 부패인식지수를 비교해도, 한국은 59점으로 180개국 중 39위이고 필리핀은 113위다. 2016년 검사 출신인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무지막지한’ 이미지를 줬지만 나름대로 시대적 소명에 충실한 것이었다.

한국 검찰의 공이 없지 않을 텐데, 최근 검찰은 천덕꾸러기 신세다. 천대는 법무부 장관 취임 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직접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하는 직제개편과 물갈이 인사가 전격으로 단행되는가 하면, 학계와 현장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검찰 내부 수사·기소 분리안이 언론 브리핑에서 갑자기 언급되기도 했다. 최근엔 검찰개혁 정책을 연구해야 할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개별 사건에 대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중단해야 한다는 긴급권고를 하기도 했다. 한때 ‘우리 검찰총장’으로 떠받들던 윤석열 총장을 향해서는 ‘명령을 거역한다’, ‘절반 잘라먹었다’, ‘좋게 지나갈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는 등 조롱 섞인 말폭탄이 쏟아졌다. 이 모든 일에 ‘검찰개혁’이라는 포장지가 덮여 있다.

검찰 과오가 있었고 이를 개혁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 않을 이가 없다. 그런데 근래 정부의 ‘검찰개혁’은 너무나도 감정적이고 조급해 보인다. 검찰은 밉거나 좋은 감정을 느끼는 검사 개인이 아닌 하나의 조직이다. 이 조직은 수십년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신의 임무를 이행해 왔다. 별건 압박수사 관행과 인권침해, 제 식구 봐주기 등 어두운 역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요즘 서초동 살풍경을 보면서 걱정이 앞선다. 법리보다 감성이 휘몰아치면서 검찰조직 자체가 송두리째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그것도 단 6개월 만에 말이다.

김청윤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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