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지지하는 '차별금지법'..기독교·극우에 막혀 '제자리'

박상휘 기자,양새롬 기자 2020. 7. 5.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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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기획①]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제정 촉구
동성애는 찬반의 문제 아냐..포괄적 차별 막기 위해 필요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2020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행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 하고 있다. 이/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양새롬 기자 = 지난달 29일 21대 국회에서는 처음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발의됐다. 지난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로 정부가 대표 발의한 이후 이번이 8번째다.

유엔 인권이사회도 2007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음에도 차별금지법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심지어 2016년에는 우리나라가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국에 올랐음에도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못해 다른 이사국들로부터 적지 않은 눈초리를 봐야했고 유엔 특별보고관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럼에도 차별금지법은 국회에서 제대로된 논의가 이뤄진 적이 거의 없다. 그 배경에는 기독교 단체의 조직적인 반대와 일부 극우단체의 정치적 이슈화가 자리잡고 있다.

이들이 이 법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성적 지향에 대한 항목 때문이다. 기독교 단체들은 이 항목이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서는 동성애자들이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질서마저 무너뜨릴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정작 본인들은 차별금지법 옹호 기사에 댓글 공격을 가하고 차별금지법을 옹호하는 의원들에게 전화와 문자로 총공세를 쳤다. 실제로 이번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도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들은 이 법의 제정에 상당히 부담스러워 한다. 심지어 지난 총선 서울의 한 지역구 여야 후보는 동성애에 대한 차별과 혐오 발언은 공개석상인 토론회에서 쏟아내기도 했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동성애와 관련된 법안에 한 발이라도 걸친다고 싶은면 개신교 단체들이 귀신같이 알고 전화가 온다"며 "그 날은 의원실 업무가 마비된다고 보면 되고"고 털어놨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이같이 부담스러워하는 것과 달리 국민들의 의견은 다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국민인식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88.5%가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성소수자 문제와 관련해서도 73.6%가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 모두가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1대 국회, 국민이 바라는 성평등 입법과제’ 조사에서도 87.7%가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김한길 전 국회의원도 "당시에도 조직된 소수가 전체 여론을 호도한 경향이 컸다"며 "많은 분들이 차별금지법을 찬성했는데도 불구하고 발의 철회까지 이어지는 비정상적인 과정이 이어졌다"고 되돌아봤다.

차별금지법이 어떤 이유에서건 차별을 금지하는 명시적인 법안인데도 불구하고 동성애 이슈라는 틀 안에 갇혀있는 것도 문제다. 일부 기독교 단체는 이 법인 동성애 권장법이라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차별금지법 어느 조항도 동성애를 권장하는 내용은 없다. 단지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이 법의 핵심이다. 이는 장애와 나이, 인종, 피부색, 용모 등에도 모두 똑같이 적용되는 사안이다.

아울러 동성애 자체가 찬반의 문제가 될 수 없는 만큼, 권장이란 단어 자체도 적용될 수 없는 개념이라는 것이 다수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따라서 이번에야 말로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소수자 연대에서 수많은 오해를 풀기 위해 지금껏 노력해왔고, 퀴어축제가 20년 동안 이어져 올 만큼 사회적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퀴어 축제가 열리면 주한 미국대사관에서도 함께 레인보우 깃발을 거는 것이 현 사회의 모습이다.

때마침 기독교계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일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는 한국 개신교 교단 중 처음으로 차별금지법 제정 지지 의사를 밝혔다.

기장은 지난 1일 최형묵 교회와사회위원장 명의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다른 존재를 용인하고 받아들여야 할 복음의 정신이 정죄의 논리로 오도되고 있다"며 “그리스도인은 먼저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성소수자를 비롯한 우리사회의 소수자들을 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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