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 압도할 최강 무기..국산 전투기 'KF-X' 등장하나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0. 7. 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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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개최된 서울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 한국형전투기(KF-X)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단군 이래 최대 무기 개발 프로젝트인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개발에만 8조6000억원이 소요되는 초대형 사업인 만큼 국내외적인 관심도 높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는 시제품이 완성된 상태다. 엔진과 전자장비를 비롯한 구성품들도 조립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장비는 내년에 모습을 드러낼 시제 1호기에 탑재될 예정이다.

하지만 KF-X의 핵심인 항공무장을 둘러싼 우려는 여전하다. 미국 정부의 의사결정 지연으로 미국제 항공무장 중 상당수가 KF-X에 체계통합되지 않고 있다. 무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KF-X는 훈련기 수준에 불과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운용 주체인 공군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KF-X 무장에 변화 가능성

현재 KAI 주도로 개발이 진행중인 KF-X의 치명적인 문제는 무장 장착이다. 미국 정부의 비협조로 미국산 정밀유도폭탄(JDAM)과 영국 MBDA 미티어, 독일 IRIS-T 공대공미사일 장착만 확정된 상태다. 미국이 태도를 바꾼다고 해도 F-35A에 쓰이는 무장과 큰 차이가 없다.

F-35A는 강력한 스텔스 성능과 실시간 네트워크 기능을 갖추고 있다. 미국이 F-35A 개발 당시 AIM-120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탑재한 것도 절대적인 스텔스 우위 덕분이다. 

독일 공군 요원들이 미티어 공대공미사일을 타이푼 전투기에 장착하고 있다. MBDA 제공
반면 KF-X는 F-35A보다 스텔스 성능이 뒤떨어진다. 미국처럼 AIM-120을 그대로 탑재하면 스텔스 전투기와의 성능 격차를 좁힐 수 없다.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150㎞ 이상의 거리를 빠르게 날아가는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이 필요한 대목이다. 미국 록히드마틴이 2020년대 초반을 목표로 AIM-120보다 사거리가 훨씬 긴 AIM-260 신형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을 개발하는 이유다.

KF-X에 탑재되는 미티어 미사일은 현재 상황에서 이같은 요구조건에 부합하는 무기다. 음속의 4배가 넘는 속도로 최대 200㎞ 떨어진 적기를 격추할 수 있다. 미티어 미사일이 KF-X의 공중전 능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반면 최신형 AIM-120은 160㎞를 날아간다. 미국이 AIM-260을 실전배치하면 AIM-120은 한 세대 이전 무기로 전락한다. 

문제는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이다. 최대 사거리가 25㎞인 IRIS-T는 최신형 AIM-9보다 사거리가 짧다. 노르웨이 공군 F-16과 태국 공군 그리펜 등 4세대 전투기에만 쓰이고 있어 4.5세대인 KF-X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F-35 전투기에서 아스람 공대공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MBDA 제공
IRIS-T를 아스람으로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제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영국 공군이 채택해 타이푼, F-35에 탑재되는 아스람은 IRIS-T보다 35㎞를 더 멀리 날아간다. 미국 정부가 AIM-9의 체계통합을 승인하지 않는 상황에서 KF-X 개발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전투력을 높이려면 아스람의 탑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사거리가 500㎞에 달하는 타우러스를 비롯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탑재되면 전략적 억제능력은 더욱 강화된다. 

공군이 F-15K에 타우러스를 장착할 때 21개월이 걸렸다. 반면 KF-X에 타우러스를 장착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12개월에 불과하다. 미국 보잉이 만든 F-15K와 달리 KF-X는 국산 전투기인 만큼 체계통합 절차가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성능이 검증된 타우러스와 미티어, 아스람 미사일을 갖추면 전투력을 높이면서 KF-X 개발 리스크는 줄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기술 축적과 방위산업 육성 차원에서 1차 생산 물량은 타우러스와 미티어, 아스람 미사일을 탑재하되 2차 생산 물량은 국산 중거리 공대지미사일을 장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00% 국내 개발은 리스크가 크다. 개발을 완료해도 감항인증을 받아야 하고 KF-X에 탑재해 성능시험도 진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 지 알 수 없다. 미사일 개발경험을 갖춘 영국의 미티어 미사일 개발기간이 25년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미사일 형상이나 탄두 등 핵심 기술이 부족한 만큼 타우러스 K-2 기술을 응용, KF-X와 FA-50에 탑재하는 방안이 비용 대비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KF-X 리스크 완화를 위해서라도 KF-X 초기 생산분은 외국 무장을 탑재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해외 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국산 무장 개발을 고려하는 것이 적절한 이유다.    
지난해 10월 개최된 서울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를 찾은 관람객들이 한국형전투기(KF-X) 모형을 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리스크 감소 전략 고민해야

KF-X를 성공적으로 개발해 실전 배치하기까지는 많은 리스크가 남아있다.

실시간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현대 전장 환경은 전투기를 기계가 아닌, 전자제품의 성격이 강한 장비로 탈바꿈하도록 요구한다. 그만큼 개발 과정에서 리스크가 크다. KF-X 개발 및 운용과정에서 발생할 리스크는 체계통합과 기체 개발을 맡고 있는 KAI에 집중되어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도네시아가 기술진을 한국에서 철수하고, 개발 분담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 상황은 KAI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리스크 감소 또는 분산 전략이 필요한 대목이다.
프랑스 해군항공대 소속 라팔 전투기가 미 해군 핵항모에 착함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일각에서는 ‘리스크 감소=기득권 포기’라고 인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항공우주산업 선진국들은 체계통합 업체와 구성품 제작사들이 리스크를 분담한다. 프랑스 라팔 전투기는 개발사인 닷소 항공을 중심으로 전자장비 및 레이더 제작사인 탈레스, M88 엔진을 만드는 스네크마 등이 참여한 ‘라팔 인터내셔널’이 판매와 수출을 담당한다.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도 에어버스를 중심으로 롤스로이스(영국), MTU(독일), 알레니아(이탈리아) 등이 모여 ‘유로파이터 유한회사(GMBH)’를 만들어 생산과 판매 등을 담당한다. 

전투기를 매개로 다수의 유럽 업체가 지분을 보유한 채 개발과 생산, 판매에 참여하면서 수익 창출을 위해 리스크를 분담하면서 판매를 촉진하는 효과를 얻었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각국 정부도 직간접적으로 자국 방산업체에 대한 지분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부도 리스크 분담에 참여하는 셈이다.

KF-X도 마찬가지다. 100㎞ 떨어진 곳에 있는 적을 공격하는 능력을 갖춘 전투기 개발은 국내에서 처음 진행되는 것이다. 전투기 개발경험이 없는 중견기업인 KAI로서는 부담이 크다. 
한국형전투기(KF-X)에 탑재될 F414 엔진이 지난해 10월 개최된 서울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한화 부스 앞에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실제 비행시험에서 발생할 다양한 문제점을 신속하게 해결하고, 판매 증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한화 시스템 등 KF-X에 구성품을 납품하는 국내외 방산업체를 모아 ‘KF-X 인터내셔널’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도 KAI 지분을 갖고 있으므로 KAI를 통해 간접 참여할 수 있다. 이는 KF-X에 신뢰를 갖지 못하는 잠재적 구매국들의 불신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현재 KF-X 개발은 되돌릴 수 없는 단계까지 진입한 상태다. 공군 전투력을 강화하면서 항공우주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려면 첨단 항공무장 장착과 리스크 감소 전략이 필수다. 공군과 KAI 등 방산업계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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