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SBS

[취재파일] "우주에 주유소라도 차려볼까?" 초소형 발사체 개발 나선 항우연

정구희 기자 입력 2020.07.05. 08:39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 이미 개발된 '시험 발사체'에 위성 탑재하면 안 될까? "소형 발사체 개발 중"

올해 5월 30일, 미국의 스페이스 X사는 민간 발사체(로켓)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사람을 태워서 우주에 다녀오는 데 성공했습니다. 민간인 우주여행 시대의 포문을 연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독자 기술로는 사람은 고사하고 위성이나 물체를 우주에 실어 보낸 적도 없습니다. 아직 개발 중인 한국형 3단 발사체 '누리호'가 그 꿈을 실현해 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2018년 11월 28일, 우리나라는 3단 발사체인 누리호의 2단 부만 떼어 내 '시험발사체'를 날려 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누리호의 핵심기술인 75톤급 엔진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게 확인됐습니다. 그렇다면, 이 75톤 엔진으로 만든 작은 로켓(발사체)에, 위성을 실어 보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항우연은 75톤 엔진을 메인 엔진으로 한 소형발사체를 개발하는데 착수했습니다.

지난 2018년 11월 발사에 성공한 한국형 시험발사체, 75톤급 엔진 1기가 메인 엔진으로 탑재되어 있다.


● 소형 위성 수요 급증…소형 발사체도 필요

소형 발사체를 왜 만들어야 할까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소형 위성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형위성은 중량 500kg 이하의 비교적 가벼운 위성을 말합니다. 올해 발사된 우리나라 위성 '천리안 2B'의 경우 무게가 3.5톤에 달하는 대형위성입니다.

지난 1998년부터 2018년까지 전 세계에서 위성 1,860기 정도가 발사됐습니다. 이 가운데 48%는 500kg 이하의 소형 위성이었습니다. 그런데 2018년에는 69.2%가 소형위성일 만큼 소형위성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소형 위성 가운데는 10kg도 안 되는 아주 작은 위성들이 있고, 소형위성의 58%가 10kg 이하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위성에 탑재되는 카메라(탑재체)의 성능이 대폭 향상돼 이런 소형위성으로도 건물이나 차량을 식별하는 등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플래닛 랩스(Planet Labs)사가 소형위성을 통해 지구 전역의 사진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활용도가 높아지니 수요도 덩달아 늘었습니다.

소형위성의 수요는 늘어나는데, 문제는 발사 기회가 적다는 겁니다. 현재 소형위성은 대형 발사체가 '대형 위성'을 우주로 보낼 때 '얹혀서' 보내집니다. 그러다 보니 대형 위성의 발사 스케줄에 맞춰야 하고 원하는 날짜에 발사가 어렵습니다. 특히 소형위성은 기대수명이 3년 정도로 짧은 경우가 많고, 고장도 잦기 때문에 자주 발사해 교체해주어야 하지만, 발사 지연으로 위성 교체가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소형위성들만 무더기로 발사하기도 하는데, 어떤 경우에는 100기 이상을 한 발사체에 실어 보내다 보니 위성 업체들 사이에서 일정 조율이 어려운 경우도 발생합니다.

때문에 발사 기회를 늘리기 위해, 아예 소형 발사체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활발해 지고 있습니다. 2006년 설립된 미국의 발사체 기업 로켓랩(Rocket lab)은 이미 소형발사체를 기술을 확보했고, 최근에는 1주일에 1번 로켓을 쏘는 것을 목표로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 일본 땅에 가로막혀 …3톤 엔진 또 개발해야

앞서 말했듯 우리나라는 이미 75톤 엔진을 활용한 발사체를 발사 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소형발사체의 메인 엔진인 75톤 엔진은 확보되었고 위성을 싣는 1단에 탑재할 7톤 엔진도 개발되었으니, 조립만 하면 어렵지 않게 소형발사체가 완성될 것 같습니다.

왼쪽은 개발 중인 한국형 3단 발사체 누리호, 75톤 엔진 5개와 7톤급 엔진이 들어간다. 오른쪽은 구상단계인 '한국형 소형발사체' 75톤 엔진 1개와 3톤급 엔진이 들어간다.


하지만 큰 난관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로켓을 쏘면 위성은 우주에 머물지만, 나머지 로켓의 몸통과 추진체는 바다에 떨어집니다. 우리나라는 북쪽에 중국과 러시아가 있고, 동쪽에는 일본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로켓은 남쪽으로 고작 10° 각도 정도만 쏠 방향이 나옵니다. 그런데 75톤 엔진에 7톤 엔진을 묶어 발사체를 만들면 발사체의 잔해가 일본 오키나와에 떨어지는 것으로 계산됐습니다.

때문에 1단 발사체에 더 많은 연료를 집어넣어 오키나와보다 더 먼 바다에 발사체 잔해가 떨어지게 해야 합니다. 때문에 로켓의 1단부를 길게 만들어 연료를 더 싣고, 1단이 무거워진 만큼 꼭대기인 2단부는 줄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아직 만들어보지 않은 조그만 엔진을 또 개발해야 합니다. 이게 최근 항우연이 새로운 3톤급 소형 엔진을 개발하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아쉽게도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이미 만든 7톤급 엔진을 사용하지 못하고 엔진을 하나 더 개발해야 하는 겁니다.

● 누리호 개발에 1조 9천억…해당 기술 적극 활용해 소형 발사체 개발해야

물론 기술적 문제 말고 넘어야 할 산도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소형발사체는 대형발사체보다 수송 효율이 떨어집니다. 대형로켓이 1kg을 우주에 실어 보내는 수송 단가는 360만 원(팰컨 9 기준) 수준까지 떨어졌는데, 소형로켓은 낮게 잡아도 1kg에 3천만 원 수준으로 비쌉니다. 소형발사체 자체가 작고 값싸기 때문에 자주 만들어 쏠 순 있겠지만, 실제 가성비는 떨어지는 겁니다. 과연 이런 비용의 불효율을 감수하고라도 소형 발사체가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분석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민간인 우주여행마저 가능할 정도로 우주산업이 확장되는 지금, 소형 발사체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위성뿐만 아니라 우주에 물자를 긴급하게 공급하는 사업을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주선의 부품이나, 우주정거장의 식품 같은 보급물자를 공급하는 일도 있겠고, 항공 급유처럼 우주선에 사용되는 연료를 급히 공급하는 일까지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우주 주유소', '우주 택배' 사업에 뛰어들자는 겁니다. 물론 모두 꿈같은 이야기지만, 실현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누리호를 개발하는데 1조 9천억 원이라는 돈을 썼습니다. 일회성 이벤트로만 끝나기에는 아까운 비용입니다. 개발비용이 상당한 만큼 확보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재사용 해야 합니다. 누리호 개발과정에서 만든 75톤 엔진 기술을 그대로 이용해 소형 발사체를 개발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만큼, 소형발사체의 상업성과 활용 방안을 심도 깊게 논의해 볼 시점입니다.

정구희 기자koohee@sbs.co.kr

포토&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