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 최숙현 선수 동료 "감독과 고참선수가 폭행 주도"

이준희 2020. 7. 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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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최숙현 선수의 전·현직 동료들이 평소 폭행을 주도한 건 트레이너가 아니라 감독과 '고참 선수' ㄱ이라고 증언하고 나섰다.

지난해 3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의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최 선수와 함께 폭행을 당했던 동료 선수 ㄴ씨는 5일 <한겨레> 와 한 인터뷰에서 "폭행의 핵심은 (팀닥터로 불린) 트레이너가 아니라 감독"이라고 주장했다.

ㄴ씨는 감독과 함께 고참 선수 ㄱ도 주요한 가해자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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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폭행 피해자 단독 인터뷰
"감독은 굉장히 폭력적인 사람.. 항상 담배 피우며 선수들 괴롭혀"
"고참선수가 수시로 때리며 괴롭히고 왕따시켜..꼭 처벌 받아야"
2019년 문체부장관배 트라이애슬론 대회에서 사이클을 타고 있는 고 최숙현 선수. 트라이진 제공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최숙현 선수의 전·현직 동료들이 평소 폭행을 주도한 건 트레이너가 아니라 감독과 ‘고참 선수’ ㄱ이라고 증언하고 나섰다.

지난해 3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의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최 선수와 함께 폭행을 당했던 동료 선수 ㄴ씨는 5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폭행의 핵심은 (팀닥터로 불린) 트레이너가 아니라 감독”이라고 주장했다. 최 선수가 직접 녹음한 폭행의 현장이었던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함께 있던 동료 선수가 인터뷰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ㄴ씨는 “모든 걸 주도한 건 감독님이다. 트레이너는 오히려 감독이 만든 분위기에 끌려갔다”며 “전지훈련 기간 중 감독님이 저를 직접 때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녹취에선 트레이너가 폭행을 주도한 것처럼 보이지만, 평소에는 “감독님이 훨씬 더 많이 괴롭혔다”는 것이다.

2일 오후 경북 경주시 경주시체육회 사무실에 나타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의 모습. 경주/연합뉴스

그는 ‘감독은 폭행을 말렸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감독은 폭행 도중 웃고 있었고, 담배를 피우며 술도 마셨다고 한다. “울지 마라, 죽을래”라고 협박하거나 “내가 때렸으면 너희는 죽었을 거다”라는 말도 했다고 그는 증언했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출신 ㄷ씨는 감독의 폭력에 충격을 받아 팀을 떠났다고 증언했다. ㄷ씨는 <한겨레>에 “2012년 사이클 훈련 중 감독이 도로에서 선수를 폭행했다. 대낮이었다”며 “주변에 차들이 지나가는데도 개의치 않았다. 너무 충격을 받아서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훈련이 끝난 뒤 숙소에서 때린 건 물론”이라고 말했다. 경주시청팀 창단 멤버였던 ㄹ씨도 감독에 대해 “굉장히 폭력적인 사람이다. 손가락 맞아서 휘어진 친구도 있었다. 특히 실내에서는 항상 담배를 피우며 선수들을 괴롭혔다. 녹취를 듣자마자 ‘분명 손에 담배를 쥐고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ㄷ씨가 보내온 2012년 사이클 훈련 당시 폭행 장소. 8년이 지난 일이지만, ㄷ씨에겐 그때의 기억이 생생했다. ㄷ씨 제공

ㄴ씨는 감독과 함께 고참 선수 ㄱ도 주요한 가해자로 지목했다. ㄴ씨는 “(ㄱ 선배가) 수시로 머리 때리고, 뺨 때리고…, 왕따 주도한 것도 그 선배”라며 “숙현 언니가 힘들었던 이유도 그 선배가 많이 괴롭혀서”라고 말했다. 이어 “숙현 언니가 나에게 ‘나는 그 선배가 제일 처벌받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한 적도 있다”며 “나도 이 선배가 꼭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ㄴ씨는 감독과 ‘고참 선배’가 폭행 책임을 피해갈까 우려했다. 감독과 ‘고참 선배’의 폭행은 직접 증거가 없고 증언만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는 “경주시청은 사건 책임자로 트레이너만 내세우는 것 같은데, 고인을 포함한 피해자들 모두가 희망하는 처벌 대상 일순위는 감독과 고참 선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터뷰 내내 힘겹게 말을 이어갔던 ㄴ씨는 이후 추가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선수생활 유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인과 함께 용기 내 고소까지 함께하지 못해 고인과 유가족에게 죄송합니다. 지금이라도 가해자들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길 바랍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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