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 구멍만 막았다..거대 여당의 '허점투성이' 59조 추경

허정원 2020. 7. 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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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사상 최대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35조1000억원)이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했다. 거대 여당의 단독 처리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명분과 속도를 강조했을 뿐 내용은 허점투성이다. 제대로 된 심의도, 반론도 없었던 탓이다.

3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안에서 1조5000억원을 깎고, 동시에 1조3000억원을 증액했다. 나랏돈 쓰는 효과를 극대화하는 지렛대는 없고, 눈앞의 구멍을 막는 땜질이 대부분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대학 등록금 반환 지원 예산으로 증액한 1000억원이다. 간접 지원이란 우회로를 택했지만, 재정으로 등록금을 일부 환불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일자리 예산도 마찬가지다. 9조1000억원을 투입해 만드는 55만개+α 직접 일자리 중 대부분이 월 50만원·3개월 한시적으로 지원된다. 일거리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관리, 기록물 입력 등 단순 업무다. 정부 안이 나왔을 때부터 '알바 추경'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국회에서도 별다른 제동이 없었다. 희망 일자리 사업 예산이 3015억원이 줄었지만, 사업 집행 시기를 조정하면서 생긴 감액이다. 강성 노동계의 반발로 노·사·정 합의가 불발됐지만, 고용 유지를 조건으로 한 지원금은 5000억원 늘었다.

반면 주력 산업과 기업 등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3조1000억원)과 내수·수출·지역경제 활성화(3조2000억원)에 배정된 추경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1·2·3차를 합해 단군 이래 최대라는 총 59조원의 추경이 기업 활력→일자리 회복→소비 증가의 선순환을 낳을지 의문이라는 전문가들의 걱정은 그래서 나온다. 지속 가능한 효과보다 당장의 체감에 집중한 탓이다.

1·2차 추경에 대한 점검과 반성도 없었다. 2차 추경을 통해 집행된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가 반짝 효과만 내고 사그라지고 있는 현실을 여당은 주목하지 않았다. 소상공인 점포 매출 지수는 재난지원금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5월 셋째 주(1.06) 이후 6월 셋째 주까지 4주 연속 하락했다. 정책 효과의 초점이 소비에 집중된 사이 일자리 원천이 되는 산업생산은 더욱 쪼그라들었다. 5월 대비 6월 광공업(-6.7%), 건설업(-4.3%) 등 전체 산업 생산은 1.2% 감소했다.

나라 곳간은 곳간대로 헐거워지고 있다. 재정지표는 사상 최악의 기록을 써 내려 가는 중이다. 국가채무는 올 한해만 100조원 넘게 증가해 국내총생산(GDP)대비 43.5%를 기록할 전망이다. 실질적 재정 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도 올해 111조5000억원 적자로 사상 최대가 확실시된다.

최근 국내·외 코로나 19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며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차로 부족하면 또 추경을 할 것인가. '미증유의 위기'라는 긴급성이 이 모든 허점의 변명이 되지는 못한다.


허정원 경제정책팀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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