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문화일보

<시론>'검찰 장악'은 독재 완성의 길목

기자 입력 2020.07.06. 11:40 수정 2020.07.0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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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建國 초기 정치권에 맞선 검찰

검찰 독립 확보 위해 정면 대결

민주 嫡統 문 정권이 독립 훼손

개혁·민주 통제 앞세워 檢 장악

심판 매수 하면 경기 하나 마나

민주주의 붕괴 좌시해선 안 돼

대한민국 건국 이후 1949년 국회에서 사법제도 근간인 법원조직법과 검찰청법이 통과된 이듬해 1월 국정감사에서 국회와 검찰이 정면충돌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금이야 국정감사법이 있어 국회가 국정감사를 실시하지만 당시에는 이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 1월 19일 국회 법사위 국정 검사단이 서울지검을 방문해 수사 중인 사건의 기록과 일부 사건의 기소·불기소에 관한 기록을 요구했다. 당시 검찰은 반민특위 습격사건, 모 국회의원 연루 사기 사건, 임영신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대검에서 간부회의가 열렸고 김익진 검찰총장은 “수사 기밀사항이므로 기록 제시를 보류하라”고 지시했다. 국회의원들이 김 총장을 만나 따졌지만 그는 “입법부가 마치 상급관청이 하급관청을 감사하듯이 해선 안 된다. 법무부 장관이나 대통령이 요구해도 거절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당시 한 의원은 “검찰청도 대한민국의 기관이에요. 지상천국이 아닐 것입니다”고 질타하자, 김 총장은 “검찰청이 지상천국이 아니라 국회가 지상천국 같습니다. 입법부로서 어찌 검찰청을 국정감사 한단 말입니까”라고 맞섰다.

화가 난 국회는 검사의 기소권 행사를 감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권승렬 법무부 장관과 김 총장의 파면결의안을 만장일치(115 대 0)로 통과시키고 이승만 대통령에게 통고했다. 그러나 권 장관과 김 총장은 굴하지 않고 검찰권은 사법권과 같이 독립된 권한임을 강조했고, 이 대통령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법제도가 뭔지도 모를 건국 초기에도 ‘검찰의 아버지들’은 ‘검찰도 사법부’라는 의식을 갖고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정치권과 대결을 불사했다.

70여 년이 흘러 많은 법과 제도가 정비되고 민주주의가 고도화됐다는 지금, 민주화의 적통을 계승했다고 자임하는 문재인 정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검찰에 대한 공격은 퇴행적이다. 초기 법조인들은 검찰이 정치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선 사법부에 준하는 독립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 정권의 실세 중 한 명인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은 “검찰은 중립성을 지켜야지 독립성을 지켜야 할 조직은 아니다”며 “준사법기관이어서 검찰이 독립성을 가져야 된다는 것은 과도한 이야기”라고 했다. 야당 시절 검찰의 독립성을 그렇게 강조했던 이들이 “독립성은 필요 없다”거나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현 정권이 강조하는 민주적 통제라는 것도 말은 번지르르하지만 정권의 말을 들으라는 얘기와 다름없다. 박근혜 정권 수사 할 때는 특수수사를 줄이겠다는 검찰의 요구를 일축하고 특수부를 늘렸다가, 이제 자신들이 연루된 수사를 벌이자 특수부가 무슨 ‘적폐의 화신’인 양 대폭 폐지했다. 우리나라와 사법체계가 비슷한 일본은 1954년에 단 한 번, 독일은 나치 시대를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는 장관의 수사 지휘권을 노무현 정권 때 한 번 발동한 데 이어 추 장관이 두 번째로 발동했다. 그것도 검찰총장이 일선 지검의 수사 내용을 아예 보고받지 못하게 하는 위법한 지휘를 해 놓고 검찰이 “명을 거역하고 있다”고 윽박지르는 형국이다.

정권이 이렇게 총동원돼 윤석열 총장을 몰아내려고 하는 의도는 분명하다. 이미 사법부, 헌법재판소, 국세청, 경찰, 국가정보원 등 사회의 심판자 역할을 하는 기관들을 다 장악한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검찰만 순치(馴致)시키면 독재를 위한 모든 수단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울산시장선거 공작 의혹 사건’이나 ‘윤미향 사건’ ‘조국·정경심 재판’만 봐도 선거 전후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검찰과 법원의 칼날이 무뎌진 것이 뚜렷이 보인다. 조만간 발족할 친위대 성격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판사, 검사들을 수시로 통제하기 때문에 마지막 안전장치마저 확보되는 것이다. 심판 매수가 끝나면 경기는 하나 마나다. 하버드대 정치학과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 교수의 분석처럼 심판을 매수하고(사법부 장악), 상대편 주전이 뛰지 못하게 하거나, 게임의 룰을 바꿔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드는 방식(야당 무력화)으로 민주주의가 무너진다는 것이 대한민국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검찰도 개혁해야 할 지점이 많다. 그러나 검찰 개혁, 민주적 통제라는 말에 숨어 있는 검찰 장악 시도만큼은 좌시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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