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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칼럼] 윤석열 대망론이 위험한 이유

성한용 입력 2020.07.06. 15:56 수정 2020.07.07.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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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치주의의 폐해는 정치에 대한 환멸을 부추겨 투표율을 떨어뜨리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데 있다.
정치판에 메시아주의가 퍼질수록 기존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의문의 일패'를 당하다가 녹아버린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직무에 충실히 하기 바란다.
지난 1월2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윤석열 검찰총장. 강남일 대검 차장(현 대전고검장)과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 대검 간부들이 윤 총장 뒤에 있다. 연합뉴스

검찰총장은 검찰 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사람이다. 검찰 사무의 당사자다.

그런데 검찰이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열어 결과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보고한단다. 검찰총장은 검찰을 초월해서 별도로 존재하는 기관인가?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지, 국무회의 결과를 보고받지 않는다. 신문사 편집국장은 편집회의를 주재하지, 편집회의 결과를 보고받지 않는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는 윤석열 총장이 판단해서 따르거나 따르지 않으면 그만이다. 전국 검사장들의 의견이 왜 중요한지 모르겠다. 검사장은 검찰청법에도 없는 직급이다.

검찰총장 측근에 대한 수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장관과 총장의 충돌은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 법률적 사안이다. 후유증은 남겠지만 어떻게든 매듭이 지어질 것이다. 대한민국 검사 대부분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윤석열 총장이 차기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윤석열 대망론’이다. 리얼미터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석열 총장이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재명 경기지사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대립이 격화한 시기에 검찰총장 이름을 여론조사에 집어넣은 것이 절묘했다. 홍준표 의원, 황교안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철수 대표를 훌쩍 앞섰다.

윤석열 총장은 사실 지난해 ‘조국 사태’ 때부터 보수 야당 지지층에서 인기가 높은 대선주자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장관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윤석열 총장에게 지지를 몰아준 것이다.

윤석열 대망론의 심각성은 그 뿌리에 있다. 비정치 분야에서 최고의 지위에 오른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불러내는 것은 우리나라 유권자의 고질(痼疾)이다. 고질의 정체는 반정치주의다.

1992년 정주영 현대 회장이 유권자의 호출에 응했다가 큰코다쳤다. 2007년 문국현 대표, 2012년 안철수 대표, 2017년 반기문 사무총장도 그랬다. 고건·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일찌감치 뜻을 접는 바람에 다치지 않았다.

반정치주의는 지금도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을 끊임없이 차기 대통령으로 호출하며 정치를 희화화시키고 있다. 이국종·백종원 대망론도 그런 것이다.

반정치주의의 폐해는 정치에 대한 환멸을 부추겨 투표율을 떨어뜨리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데 있다. 정치판에 메시아주의가 퍼질수록 기존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의문의 일패’를 당하다가 녹아버린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반기문 대망론이 보수 정당 정치인들을 다 죽였다. 지금도 미래통합당 안팎에는 김태호·남경필·오세훈·원희룡·정병국·홍준표·황교안 등 대선주자들이 많다. 윤석열 대망론이 이들을 고사시킬 수 있다. 윤석열 대망론은 그래서 위험하다.

윤석열 총장이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물론 있다. 국회의원 피선거권이 있는 40살 이상 국민이면 누구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정치적 환경도 맞아 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나라에서 강력 범죄가 기승을 부려 범죄 수사와 공소에 경험이 많은 법률가에게 국정을 맡길 필요가 있다면 윤석열 총장이 대통령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다. 검찰총장과 대선주자는 양립할 수 없다.

정치는 종합 예술이다.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정치를 우습게 보고 들어왔다가 헤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더구나 대통령은 고도의 정치 전문성과 풍부한 정치 경험이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인 출신이지만 대통령이 되기 전에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을 지냈다. 정치 경험이 상대적으로 짧은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 수석, 비서실장, 국회의원, 정당 대표를 지냈다.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인이나 게르만인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졌다. 그러나 특유의 개방성으로 주변의 모든 문화를 포용해 대제국을 건설했고 오랫동안 번영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뒤집어 말하면 그리스인, 켈트인, 게르만인, 에트루리아인, 카르타고인은 한가지씩 특출한 능력이 있었지만, 제국을 건설하거나 경영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직무에 충실히 하기 바란다.

성한용 ㅣ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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