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쉰다? 회사 잘리는데 어떻게 쉬나요

이지윤,최은진 입력 2020. 7. 6. 21:54 수정 2020. 7. 6.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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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대책을 짚어보는 연속 보도 시간입니다.

정부가 제시한 생활 방역 첫 번째 수칙이 '아프면 집에서 3~4일 쉬라'는 것이죠.

감염 초기, 전염력이 가장 높을 때 전염을 최대한 막아보자는 취지인데요,

막상 실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현실이 어떤지, 대책은 없는지, 이지윤, 최은진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유치원에서 유아체육 강사로 일하는 프리랜서 조 모 씨.

코로나19 확산 뒤 5개월 정도 거의 수업을 하지 못했습니다.

[조○○/유아체육 강사/프리랜서 : "3, 4월까지 쉬었어요. 아예 못하다가 이제 5월부터 한 몇 군데 나갔거든요, 좀 잠잠해져서. (원생)어머니 동의 얻고 해서 나가가다 6월에 터져서 또 못 나가게 됐죠."]

급하게 다른 일을 알아봐 석 달짜리 일자리를 얻었지만, 근무지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또 다시 일을 쉬어야 했습니다.

["그날 따라 들어가지 말라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러나 했더니, 분위기 봐도 알잖아요, 코로나 터졌구나."]

운영비 감당을 못해 사무실도 모두 정리한 조 씨는 아픈 게 가장 두렵습니다.

["하루하루 쉬면 그게 또 페이(급여)가 안 들어오기 때문에 아파도 할 수밖에 없는 그런 환경일 수밖에 없죠, 프리랜서라는 사람들이."]

확진자가 나온 물류센터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했던 김 모 씨도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근무지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재취업도 쉽지 않았습니다.

[김○○/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음성변조 : "그쪽에서 근무하다가 자가격리된 사람들을 뽑지 않겠다라고 공식적으로. 그래서 그냥 아 안 되는구나 이제는, 물류 쪽에서."]

한번 쉬게 되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6개월 동안 비정규직 4명 중 1명이 실직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정규직에 비하면 6배 높은 수치입니다.

이같은 이유로 1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아프면 3~4일 쉬기'가 가장 지키기 어려운 방역수칙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KBS 뉴스 이지윤입니다.

▼ “아프면 쉬기”… 법제화·사회적 합의 어디까지? ▼

이처럼 노동자들이 아파도 쉬기 어려운 이유, 첫째 경제적 이유가 큽니다.

업무와 상관이 없다면 법적으로 고용주가 급여를 줄 의무가 없습니다.

한 조사에선 33%가 무급으로 쉬어야 한다면 '출근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돈도 문제지만, 회사, 상사 눈치 안 볼 수 없죠.

그래서 아프면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제도적 보장이 필요한데요,

이를 위해 아파서 쉬어도 급여를 주는 '유급병가',

수당을 받는 '상병수당' 법제화 방안이 논의 중입니다.

하지만 둘 다 법적 근거가 부족합니다.

이에 21대 국회에서는 '아프면 쉴 수 있는 법안'들을 발의했습니다.

[배진교/정의당 원내대표/6월 18일 : "(상병수당 법은) OECD 36개국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시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서영석/더불어민주당 의원/지난 2일 : "노동 현장에서 실제로 아파도 제대로 쉬지 못하면 결국은 중병으로 가고 또 그것이 더 악화되면 노동력도 상실하게 되는…"]

법안 통과를 위해선 사회적 합의도 필요한 상황.

노동계는 "영세 사업장, 특수고용노동자 등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이지만 경영자 측은 "사업주에게 업무 외 상병까지 과도한 책임 부담을 유발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또 관련 부처는 제도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최대 1조 7천억 재정 투입이 예상되는 만큼 신중한 입장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는 멈추지 않고 있고 가을, 겨울에는 2차 대유행까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2차 확산이 우려된다는 것을 보면 그런 시간을 주지는 못한다는 겁니다. 세부적인 논의는 사후적으로 한다 하더라도 법안을 통과시키고 세부적인 방안은 예고기간에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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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기자 (easynews@kbs.co.kr)

최은진 기자 (ejc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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