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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칼럼] 남과 북, '다름'으로부터 다시 시작할 때

입력 2020.07.07. 18:16 수정 2020.07.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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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가 냉온탕을 오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71년 시작된 남북적십자회담은 남북관계에서 가장 큰 전환이 되는 사건이었지만, 이 역사적인 사건은 1967년 이후 2년간 계속된 남북 간 극도의 긴장 직후에 이루어졌다.

박태균 ㅣ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2020년 6월16일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었다.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2018년 4월27일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에 따라 그해 9월에 문을 연 상징적 건물이 사라진 것이다. 그 직후 북은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을 예고했지만, 중앙군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군사 조치의 유예에 들어간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졌다. 2018년 이후 지속된 남북 간의 대화 국면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물음표도 제기되었다. 여기에 더하여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발간되었다. 남한 대통령 없이 북-미 간의 판문점 만남이 이뤄졌을 경우의 파장에 대한 합리적 판단은 없이 볼턴의 회고록은 또 다른 정쟁 수단이 되었다. 남북관계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남북관계가 냉온탕을 오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극도의 위기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나왔고, 기회가 왔다고 생각되는 순간 심각한 위기가 다가왔다. 1971년 시작된 남북적십자회담은 남북관계에서 가장 큰 전환이 되는 사건이었지만, 이 역사적인 사건은 1967년 이후 2년간 계속된 남북 간 극도의 긴장 직후에 이루어졌다.

1968년 청와대 습격 사건과 푸에블로호 사건, 그리고 울진삼척 공비 사건이 있었고, 1969년에는 미국의 조기경보기 EC-121기가 북한에 의해 격추되어 31명의 승무원이 사망했다. 대한항공기 납북 사건도 같은 해 발생했다. 그러나 이후 1~2년 사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남북적십자회담과 7·4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었다.

1983년에는 아웅산 묘지 폭파사건이 있었지만, 1984년 북한이 남한의 수해 복구를 위한 원조물자를 보냈다. 그리고 1985년 남북 고향방문단이 상호 방문을 했다. 1987년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으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는 7·7 선언에 이은 19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와 남북 유엔 동시 가입으로 다시 반전을 이루었다. 미국은 1992년 주한미군에 배치되었던 모든 핵무기를 철수하였지만,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로 응수하였다.

그만큼 남북관계는 예상하기도 어렵고, 정상화되기도 어렵다. 조변석개가 계속되었다. 2018년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2017년 계속되었던 미국과 북한 사이의 극한적 대립 뒤에 있었기에 그 감동이 더했다면, 2020년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는 그 실망이 더했다. 코로나19와 전쟁을 하고 있는 와중에 일어났으니 그 충격이 더 컸던 것 같다.

지난 70년 동안 그랬듯이 남북관계에는 앞으로도 예상치 못한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상황은 순식간에 변화해갈 것이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위기와 기회가 반복되고 있지만,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남북관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남과 북의 정상이 2018년 1년간 세차례나 만났고, 성공적이지는 못했지만 2018년과 2019년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만났다. 위기와 기회가 반복되고 있지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아울러 과거 남북관계의 변화가 심했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남북 간의 갈등이 한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기 때문에 안정적 관계를 풀어나가기 위한 실마리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2018년의 남북정상회담이 그 첫 단추였다면, 이제 두번째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정부는 교착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하여 외교안보 책임자를 개편하였다. 특히 이번 개편이 북한에 관계 개선을 위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은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정부도 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시작할 것인가?

남과 북은 각각이 갖고 있는 불가피함을 인정하는 대화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남북관계는 국가이익에 기초한 일반적인 외교관계와 다르며, 불가피한 상황에 대한 서로 간의 인정이 더 필요하다. 남과 북은 전쟁을 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70년 넘게 갈라져 살면서 서로 다른 체제를 공고히 해왔다. 그러나 서로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기에 오해가 쌓였고, 상대에게 갈등의 빌미를 제공했다. 서로가 그 불가피함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상호 간에 신뢰가 쌓일 수 없고, 남북관계는 계속 출렁일 것이다. 같은 점을 찾기보다 다른 점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뢰가 없다면 비핵화도, 종전선언도, 경제협력도 모두 사상누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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