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우 美송환 불허에 판사도 '분분'.."사법주권"vs"이상한 자존심"

이장호 기자,김규빈 기자 2020. 7. 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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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벌 받도록 송환, 이해 안돼" "수사 제대로 않다가 사법주권"
법원 "회원들 발본색원"..법조계 "회원수사 종료..실익 없어"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를 운영한 손정우가 미국 송환이 불허된 6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2020.7.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김규빈 기자 =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를 운영한 손정우(24)의 미국 송환에 대해 법원이 불허 결정을 내렸다.

법조계에서는 사법주권을 고려한 정당한 결정이었다는 의견과, 애초 수사 의지가 없었던 이용자들에 대한 처벌을 이유로 인도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법원, "손정우, 우리나라에서 수사·재판 바람직"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 정문경 이재찬)는 6일 손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심사 청구 사건의 3번째 심문기일을 열고 "범죄인을 청구국(미국)에 인도하지 아니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미국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수사와 재판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범죄인을 법정형이 더 높은 미국으로 보내 엄중한 형사처벌을 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하고 유사한 범죄의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고, 이 법원도 이러한 비판과 주장에 공감한다"고 했다.

다만 "검사도 인정했듯이 범죄인을 더 엄중하게 처벌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는 것이 범죄인인도 제도의 취지가 아니다"라며 "손씨가 국적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이 주권국가로서 손씨에 대해 주도적으로 형사처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Δ범죄인이 관련 사건으로 이미 대한민국에서 형사처벌을 받았고, 그 수사과정에서 비트코인 이용 범죄수익은닉 등 일부 사실관계가 드러난 점 Δ앞으로 W2V 사이트 회원들에 대한 철저하고 발본색원적인 수사가 필요할 수도 있고 그 사이트 운영자였던 손씨의 신병을 대한민국에서 확보해 수사과정에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 같은 법원 결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 수석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취지의 청원이 올라와 7일 기준 35만여명이 동의를 했다.

◇법조계 "사법주권 고려한 결정" vs "수사 의지 없어…부적절"

법조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정당했다는 의견과 부당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한 부장판사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재판을 받게 하는 게 원칙"이라며 "우리나라 양형이 낮은 점에는 공감하지만, 우리 국민을 외국에 보내 거기서 엄벌을 받게 하자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범죄인 인도조약이 국제범죄에 협조하기 위한 취지로 맺은 것이지, 어떤 국가의 양형이 낮기 때문에 양형이 높은 나라로 보낸다는 건 조약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원들에 대한 수사가 이미 마무리 됐고 회원들을 현실적으로 모두 찾아낼 수 없는데도, 이를 이유로 범죄인 인도를 불허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고법판사는 "우리나라에서 수사도 안 하고 처벌할 생각도 없으면서 지금와서 사법주권 이야기 하는 건 이상한 자존심이라 생각한다"며 "손씨가 범죄수익을 은닉할 때 우리가 제대로 수사했어야 했는데 수사를 하지도 않다가 지금 상황에서 사법주권 운운하는 건 오만함"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 수사기관이 회원 200여명에 대해 대부분 기소유예와 벌금으로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손씨가 범죄수익 은닉으로 추가 수사를 받고 기소되는 것 외에 어떤 실익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소비자들인 회원들을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전적으로 동의하나, 이를 위해 손씨의 신병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회원과 유료회원을 다 찾아 철저하게 발본색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불가능한 수사를 위해, 그리고 수사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을 이유로 손씨 송환을 거절한 것은 부당하다"고 꼬집었다.

서지현 검사도 법원 결정에 대해 SNS에 "결정문을 두 눈 부릅뜨고 보시라, 처음부터 끝까지 틀렸다. 한 글자도 안 맞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사이트 회원들에 대한 경찰 수사는 공식 종료됐다. 추가 수사 계획도 없다.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회원 217명 중 43명만 유죄가 선고됐다"고 지적했다.

대검의 한 검사도 "범죄인인도결정은 범죄수익 은닉이 있고 우리나라에서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요건만 맞으면 인도 결정을 해야 하는 행정적 절차"라며 "그런데 이렇게 실체적 판단을 해버리면 안 된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인도할 사건은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불복 절차 없는 단심제…"개선해야" vs "충분한 논의 있어야"

범죄인 인도심사는 단심제라 불복 절차가 없는 점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판사는 "범죄인인도 결정은 한 번 결정해버리면 번복을 못 한다"며 "대법원에서 판단을 한 번 더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영국은 범죄인인도 결정에 대해 불복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단심제로 운영하지만 범죄인 인도 결정이 나면 인신보호 청원을 할 수 있다. 정식 불복 절차는 아니지만 강제송환을 막거나 지연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반면 범죄인 인도 결정을 단심제로 운영하고자 기존 입법 취지가 있었던 만큼 감정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또 다른 판사는 "불복 절차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결국 손씨의 송환 불허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라며 "감정적으로 접근하기 보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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