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부동산 전수조사 실시 "다주택자 의원 많으면 치명상"

오현석 2020. 7. 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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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왼쪽은 조승래 의원.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소속 의원 176명에 대한 주택보유실태 전수조사에 돌입했다. 부동산 여론 악화를 진화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평가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7일 “당에서 의원들의 주택보유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현황 파악부터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변인은“(향후) 조치에 대한 말은 없었다”면서도 “조사를 한다는 것은 그다음에 뭐가 있다는 뜻이 아니겠냐”고 부연했다. 다주택 보유 결과에 따라 당 차원의 추가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전수조사는 긴급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이날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에서 어제 바로 즉시 현재 의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현황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했다”면서 “오늘 아침 5시 50분엔가 부동산 계약서를 들고 오라고 해서 ‘나는 (부동산) 소유가 아닌데 그거 들고 가야 (하느냐)’ 그랬더니 ‘다 들고 오라’고 그러더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4·15 총선을 앞두고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내 2주택 이상을 보유한 총선 후보자에게 실거주 주택 한 채를 제외한 주택에 대한 ‘부동산 매각 서약서’를 받았다. 당시 서약서에는 ‘당선 이후 2년 이내’에 실거주 외 해당 주택을 매각하도록 했다. 2022년 4월을 처분 시점으로 정한 셈이다.

하지만 부동산 민심이 흉흉해지고 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민주당의 '집안 단속'도 속도가 빨라지는 모양새다. 이번달 안에 ‘실거주 이외 주택 매각 방침’이 내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7월 31일은 공직자윤리법상 재산 등록 마감일이다. 민주당 관계자는“국회의원 재산 등록 현황이 공개됐을 때 여당에 다주택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2주택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고위직에게 ‘이달 중 처분’을 강력 권고했다. 지난해 12월 노 실장이 ‘6개월 내에 처분할 것’을 권고했지만, 사실상 이를 아무도 지키지 않자 재경고에 나선 것이다. 21번의 대책에도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멈추지 않자 민심 이반을 진화하겠다는 차원에서 일종의 '솔선수범'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막상 노 실장이 자신의 지역구인 청주 아파트는 처분하고, 실제 거주하지 않는 서울 반포 아파트는 유지하면서 여론은 더 악화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회원들이 7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택처분 서약 불이행 규탄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뉴스1]


이같은 기류를 반영하듯 이날도 민주당을 향한 부동산 질타는 이어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조사한 민주당 다주택 보유자 42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경실련은 “서약서도 공개 못하는 '총선용 보여주기식' 서약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야당도 ‘부동산 논란’에 화력을 집중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대통령 비서실장부터 본인들이 강남 불패 신호에 따라 살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언행일치가 안 되는데 부동산 문제 해결을 논할 자격이 있느냐”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국민은 문재인 대통령 지시보다 ‘똘똘한 한채’를 챙기겠다는 노 실장의 처신을 더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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