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모친상 '조문 정치' 커지는 논란

김형규 기자 입력 2020. 7. 7. 21:11 수정 2020. 7. 7.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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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에 대한 인간적 도리"
"공직 앞세워 피해자 2차 가해"

[경향신문]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모친상을 찾은 떠들썩한 조문 행렬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7일 ‘인간적 도리’를 다한 것일 뿐이라고 옹호했지만, 공직을 앞세운 조문이 성폭행 범죄자를 두둔하는 것이자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빈소에는 안 전 지사가 자리를 지킨 지난 5일 밤부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당권 주자인 이낙연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등 여권 인사가 총출동했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박원순 서울시장, 김경수 경남지사도 직접 조문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은 조화를 보냈다.

정의당 등이 “대통령 등 직책을 걸고 조화를 보낸 것은 정치인으로서 무책임한 판단”이라고 한 것에 대해 여권 내부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죄는 미워해도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번 건은 그의 모친상”이라며 “사자에 대한 예의를 감안하면 정의당 처사는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도 “고통을 겪은 유족을 고작 조화 문제로 소환해 대중 앞에 세우는 게 도리에 맞는 일이냐”고 거들었다.

반면 공직을 내건 조문과 조의 표시는 성범죄를 가볍게 여기는 인식을 강화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정치권에서 성범죄자에게 공식적으로 ‘힘내라’고 굳건한 남성연대를 표한 격”이라며 “인간적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자로서 그 ‘인간적 예의’라는 것을 표시하는 방식의 적절성 문제”라고 말했다.

권력자들의 조문은 피해자를 배려하지 않는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 전 지사와 조문객들이 덕담을 주고받는 모습이 공개되자 “정치적 사면 효과를 기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 친여 성향의 온라인 사이트에는 안 전 지사의 범죄를 “여자 문제”라고 표현하거나 “가장 큰 피해자는 부인 민주원씨” “불륜 대상은 책도 쓰고 희희낙락하고 있는데, 지은 죄에 비해 (처벌이) 과한 것 같다” 등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발언이 쏟아졌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씨는 “사적 인연으로 조문을 갈 수는 있겠지만 정치인들의 조문 행렬이 레드카펫에 선 듯 주목받고 기사화되는 모습이 피해자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겠나”라고 지적했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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