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서.." 성추행에도 운동 더 못할까봐 말 못했다
"체육계 문제 중 '성범죄'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동성 선배로부터 당했던 성추행이 큰 상처로 남네요. 20년전 일이지만 그때의 수치심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직접 고발은 상상도 못하죠. 생활이 바로 끝나는데…." 과거 태권도 선수 A씨(남)
7일 A씨를 비롯해 엘리트 코스를 밟은 많은 체육인들은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에 너무나 안타깝다면서도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이 겪었던 일도 최 선수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재 체육계 문화에서는 피해사실을 알리기조차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성과에 모든 것이 달려있는 '엘리트 체육' 문화를 바꾸는 것이 시작이라는 지적이다.
이어 "하루는 동성 선배가 나에게 엎드려뻗치라고 하더니 그 상태로 신체 부위를 만졌다"며 "목욕탕에서 몸에 성기를 갖다대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성추행, 특히 동성 간 성추행은 팀 막내, 어린 선수들을 상대로 비일비재했다"며 "성별에 상관 없이 참 흔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너무 수치스러워서 도움을 청하거나 알릴 것을 상상도 못했다"며 "알리는 순간 몰매를 맞고 따돌림당해 운동 더 못할 게 뻔해 제보나 고발을 접는데, 외부에서 제도적인 노력을 기울여 꼭 뿌리뽑아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종목의 경우를 보면, 플라스틱 카세트 테이프 조각들을 입 안에 넣고 입에 박스 테이프를 붙인 채 얼굴을 맞기도 했고 수영 선수의 경우 잠영 훈련 때 몸이 물 위로 뜰 때마다 몽둥이로 맞았다"며 "경험상 비인기종목이나 골프나 수영 등 개인 종목에서 문제가 심했다"고 덧붙였다.
10년 전쯤 고등학교 유도부에 몸담았던 B씨(남)는 "당시 팀 내 일상적인 폭력, 폭언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인 시도를 하기도 했다"며 "합숙을 했는데 코치가 술마시고 오면 '담당'이 뒷바라지를 해야 했고 잘못하면 주말 외박을 잘리는 것은 당연했다"고 했다.
이어 "운동을 그만두겠다고 의사를 밝힌 애들도 있었는데, 코치나 감독이 부모를 설득하고 학생에게는 그만두지 못하도록 회유, 협박하거나 때리는 일도 잦았다"며 "우울감이 심했다"고 했다.
서울에서 다년간 체육관을 운영해온 C씨(남)는 "아들이 초등학생이던 2010년대 초반 축구부에서 운동했는데 겨울에 전지훈련을 다녀왔는데 눈이 심하게 부어있었다"며 "영하 15도 날씨였는데 애가 실수했다고 언 생수병을 얼굴에 던진 것"이라고 했다.
인권위는 이날 공고한 스포츠계 폭력을 없애기 위해 대통령이 나서서 성과에 매몰된 스포츠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도 스포츠계 불법을 뿌리뽑겠다며 특별수사단을 구성해 다음달 8일까지 '체육계 불법행위 특별신고기간'을 운영한다.
A씨는 "최 선수 사건 관련해 대한체육회가 가해자들을 바로 징계했다지만 이게 끝이면 잠깐 잠잠해졌다가 재발할 것"이라며 "폭력이 대물림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 관습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C씨는 "엘리트체육이 문제의 주원인"이라며 "코치는 성적을 못 내면 일자리 유지가 안돼 선수들을 때리는데, 성과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스포츠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런 문화에 지쳐 자질 있는 청소년, 청년들이 운동을 그만둬 인재 손실도 크다"고 했다.
이어 "엘리트체육이 너무 공고해지다보니 선수, 지도자들 인맥이 거기서 거기라 내부고발 색출도 너무 쉽다"며 "선수들은 '외길 인생'인 경우가 많아 외국처럼 선수를 꿈꾸는 생활체육인이 늘어 스포츠인구 규모 자체가 커지면 고발, 제보도 쉬워지는 등 여러모로 나아질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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