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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때가 마지막'이라더니.. 비극 또 방조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김지섭 입력 2020. 07. 0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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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2019년 1월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의 용기 있는 폭로 이후 체육계 성폭력 사건이 잇달아 불거지자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체육계 수장으로 강하게 제기된 책임론엔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철저히 쇄신하겠다. 지도자들의 부당한 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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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론 대두, 내년 1월 연임도 악재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사망 관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계자와 대화 중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2019년 1월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의 용기 있는 폭로 이후 체육계 성폭력 사건이 잇달아 불거지자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체육계 수장으로 강하게 제기된 책임론엔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철저히 쇄신하겠다. 지도자들의 부당한 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마지막’이라는 약속은 불과 1년 만에 깨졌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 몸 담았던  최숙현 선수가 팀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다 체육회 등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지난달 26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특히 최 선수가 지난 4월 8일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에 피해를 신고했음에도 체육회가 그간 미온적인 대처로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 회장은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다시 고개를 숙였고, 1년 전과 다를 바 없는 뻔한 쇄신 약속과 "체육계 폭력을 뿌리 뽑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체육계의 말뿐인 쇄신은 1년 만에 비극을 되풀이했다.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는 7일 “1년 전과 선수만 다를 뿐, 내용과 문제점은 똑같다”며 “좌절감을 느낀 선수가 신고를 해도 이후 과정에서 피해자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스포츠ㆍ시민 단체들도 “대한체육회나 문화체육관광부는 조사 주체가 아니라 조사 대상”이라며 체육계 최고 책임자인 이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지난해 스포츠계 ‘미투 운동(나도 당했다)’ 이후에도 폭력ㆍ성폭력이 만연하다는 경고는 수 차례 있었다. 2019년 10월 100회 전국체전 당시 국가인권위원회가 14개 주요 종목을 점검한 결과 경기력이나 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지도자들이 선수들에게 심한 욕설과 고성, 폭언, 인격모욕, 성희롱 발언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주최 측과 종목단체, 지방자치단체는 선수들이 최선의 기량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집중하고 인권침해와 권위주의적 문화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또 그 해 12월엔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대학 선수 4,924명 중 31%(1,514명)가 언어폭력을, 33%(1,613명)는 신체폭력을, 9.6%(473명)는 성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문화, 온정주의 등 체육계 병폐는 여전했고, 제2, 제3의 최숙현들이 고통 속에 운동을 이어갔다. 체육계 사각지대를 조금 더 살펴봤어야 했던 이 회장은 지난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선출에 매진했다. 이 회장은 원하는 대로 IOC 위원이라는 날개를 달았고, 내년 1월 예정된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연임을 노리고 있다. 

국민들은 최 선수의 죽음에 공분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정치권에서도 관리 주체인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를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체육계 관계자는 “체육계에 비극적인 일이 반복돼 나타나고 있다”며 “최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한 감독과 선수만 ‘꼬리 자르기’ 한다고 해서 체육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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