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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의 최후통첩..'정당하지 않은 지시 안따른다' 윤석열의 선택은

김태은 기자 입력 2020.07.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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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하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좌고우면하지 말고 문언대로 신속하게 이행하라"며 재고의 여지를 주지 않는 초강수를 뒀다. 윤 총장이 검사장들의 의견을 앞세워 수사지휘권의 위법성을 지적했으나 이 역시 일고의 여지가 없다고 일축했다. 윤 총장으로선 검사장들의 의견을 따라 재지휘를 요청하면 추 장관의 지휘를 거부하게 되고 추 장관의 지휘를 이행하게 되면 위법한 지휘를 따르는 자기모순에 빠지는 외통수에 처한 형국이다.

좌고우면 말고 수사지휘 따르라…추미애, 최후통첩
법무부는 7일 입장문을 내고 "검찰청법 8조 규정은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 총장에 대한 사건 지휘 뿐만 아니라 지휘 배제를 포함하는 취지의 포괄적인 감독 권한도 장관에게 있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법무부 장관은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해당 규정에 따라 총장으로 하여금 사건에서 회피하도록 지휘했다"고 설명했다.

대검은 전날 지난 3일 열린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대다수의 검사장이 '수사지휘 일부는 위법하고 부당하다', '독립적인 특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 등의 의견을 냈다며 밝혔다. 회의 내용을 보고 받은 윤 총장은 이를 바탕으로 추 장관에 재지휘를 요청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검사장 회의 내용은 법무부에도 전달됐다.

그러나 법무부는 수사지휘권의 위법성을 지적한 검사장 회의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재지휘 가능성을 전면 차단한 셈이다. 법무부는 검찰청공무원 행동강령 5조(이해관계 직무의 회피)를 들며 "검찰총장이라도 본인, 가족 또는 최측근인 검사가 수사 대상인 때에는 스스로 지휘를 자제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총장 스스로 최측근인 현직 검사장과 직연 등 지속적 친분 관계가 있어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했기에 대검 부장회의에 관련 사건에 대한 지휘감독을 일임했던 것"이라며 "그럼에도 검찰총장이 그 결정을 뒤집고 대검 부장회의에 배재한 체 일방적으로 자문위원을 위촉하는 등 부적절하게 사건에 관여함으로써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됐다"고 말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상하관계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하급자인 총장이 국가공무원법상 복종의무에 따라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법무부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최종적인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다"며 "총장의 지휘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법무부 장관이 이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장관이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고 민주주의 원리에도 반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방향 논의를 위한 공청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뽑은 칼 휘두르는 추미애, 청와대와 교감있나
법무부의 이같은 입장 발표는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한 위법성 논란을 신속하게 끊어내고 윤 총장이 검사장이나 법조계 등 여론을 방패막이로 내세우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2일 '검언유착 의혹'을 심의할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라며 '검찰청법 제8조'에 따른 지휘권을 발동했다. 또 해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하며 그 결과만 검찰총장에 보고하라 지시했다.

윤 총장은 이에 대해 즉각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대신 지난 3일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해 전국 검사장의 의견을 듣는 형식을 취했다. 사실상 검찰 조직이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갖추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윤 총장은 이후에도 각계 인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다. 대신 전날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 재고를 요청하는 검사장 회의결과를 공개해 여론 조성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가 합법적인만큼 윤 총장이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후폭풍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총장이 재지휘 요청을 강행할 경우 감찰 등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절차에 착수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추 장관이 초강수를 밀어붙이는 데는 청와대와의 교감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을 자아내고 있다. 윤 총장의 사퇴를 위한 의도를 감추지 않는 이상 임면권자인 대통령의 묵인없이 이뤄지기 어려운 조치들이란 해석에서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 "법무부가 (수사지휘권 발동 전) 민정수석실을 통해 문서로 사전에 보고한 후 청와대로부터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며 "윤석열 죽이기가 추 장관의 독단이 아니라 청와대의 배후 조종과 협력에 의해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그러나 "법무부 장관은 파사현정(破邪顯正·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 자세로 지휘권을 발동한 것"이라며 "청와대를 끌어들여 정치공세를 하며 형사사법체계를 흔드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7일 오후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0.7.7/뉴스1
침묵 길어지는 윤석열…선택지는 하나?

법무부의 입장문에 대해 윤 총장 측은 아무런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다. 이르면 8일 추 장관에게 재지휘 요청안을 보낼 것으로 예상됐던 윤 총장의 장고가 더욱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 내에선 윤 총장이 여전히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내용의 위법성을 따져보려 하면서 우선은 재지휘를 요청해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019년 7월 8일 검찰총장 후보 인사청문회 당시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지시를 하게 되면 무조건 따라야 하느냐"는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질문에 대해 윤 총장은 "지휘 또는 지시가 정당하면 따라야 하고 정당하지 않으면 따를 의무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윤 총장은 "총장의 역할은 다른 일을 하는 것보다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정당한 수사를 지키는 게 본업"이라고도 강조했다.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위법하다고 의견을 모은 이상 윤 총장이 이를 무시하고 추 장관의 지휘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동안 윤 총장이 걸어온 검사의 길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총장을 잘 아는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지금와서 추 장관의 말대로 지휘를 이행할 것 같았으면 진작 정권이 원하는 대로 했지, '가치'와 '일관성'을 무너뜨리는 선택은 윤 총장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이 재지휘 요청을 거부하고 감찰 등 징계 절차에 돌입하게 될 경우 윤 총장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또한번 거세게 일 전망이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감찰은 '식물총장'을 넘어서 검찰 조직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문제다. 7월 인사와 함께 조직 내 이반 또한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윤 총장의 시련 역시 지금부터가 진짜일 수 있다는 얘기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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