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닥터', 최숙현 선수 사망 3일 전 가해자들과 공모 정황

나진희 입력 2020. 7. 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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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사흘 전, 폭행 가해자 3명과 '팀닥터' 안주현씨가 대한체육회 조사에서 입을 맞춘 정황이 드러났다.

7일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운동처방사로 최 선수를 끔찍하게 폭행한 내용이 녹취록을 통해 공개된 안주현씨는 지난 6월23일 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조사관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자신의 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김 전 감독은 감싼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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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 츠공정위원회에서 소명을 마치고 나오는 김규봉 경주시청팀 감독. 연합뉴스
고(故)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사흘 전, 폭행 가해자 3명과 ‘팀닥터’ 안주현씨가 대한체육회 조사에서 입을 맞춘 정황이 드러났다. 안씨가 자신의 가혹 행위를 먼저 털어놓는 과정에서 김규봉 전 경주시청팀 감독의 폭행 사실은 축소시켰다는 의혹이다. 줄기차게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김 감독은 자신이 보는 앞에서 최 선수의 모친이 직접 최 선수의 뺨을 때리게 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된 인물이다. 

7일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운동처방사로 최 선수를 끔찍하게 폭행한 내용이 녹취록을 통해 공개된 안주현씨는 지난 6월23일 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조사관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자신의 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김 전 감독은 감싼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일이 있은 지 3일 후 최 선수는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당시 안씨는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술을 먹고 고 최숙현 선수를 불러 뺨을 몇 차례 때렸고, 폭행 사유는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체육회에 제출했다. 또 이 과정에서 김 전 감독이 자신을 제지해 진정시켰고, 경찰 조사에서도 이런 내용을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안씨는 이 과정에서 김 전 감독을 향한 오해와 누명을 풀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며 팀과 관계자들에게 누를 끼친 점을 사죄한다고도 했다.

체육회는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의 긴급 현안 질의 때 국회의원들에게 배포한 자료의 경과보고에 안 씨의 진술서를 받았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앞서 4월8일 최 선수의 폭행·폭언 피해 사실을 접수한 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는 신고서에 적시된 김규봉 감독과 여자 선수 A, 남자 선수 B 등 가해자 3명의 조사를 먼저 진행했으며 이 때 안씨는 가해자 명단에도 들어있지 않았고 체육인도 아니었기에 조사 대상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랬던 안씨가 먼저 체육회에 자신의 폭행 사실을 고백함에 따라 또 다른 가해자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체육회는 덧붙였다.

가혹행위의 중심 인물로 지목되는 김 감독과 가해 선수들이 강하게 폭행 혐의를 부인하는 가운데 안씨가 체육회 조사 두 달 만에 뒤늦게 폭행 사실을 자인한 점에서 의문점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안씨가 죄를 뒤집어쓰는 대가로 보상이 약속됐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김 전 감독이 최 선수를 부모 앞에서도 폭행을 했고, 최 선수의 모친이 직접 딸의 뺨을 때리게 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고인의 아버지 최영희씨는 7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017년 4월쯤 김 감독이 우리 부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딸의 뺨을 때렸고, 아내에게 딸의 뺨을 직접 때리라고 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고 최숙현 선수
최 선수의 어머니는 감독이 보는 앞에서 최대한 손동작을 크게 하는 척하며 딸의 뺨을 때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최씨는 “딸을 때려야 했던 엄마도 울고, 숙현이도 울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철인3종협회는 7시간의 마라톤 회의를 거쳐 폭행·폭언 피해 진술의 신빙성을 높게 쳐 김 감독과 A선수의 영구제명, 남자 B선수의 10년 자격 정지를 각각 결정했다. 또 성추행 의혹에도 연루된 안주현씨를 고소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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