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출 반대" 日정부, 올여름 처분 결정할 지도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이동준 2020. 7. 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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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현 소마시에서 잡은 어류를 시식하는 아베 신조 총리. 블로그 캡처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후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 처분 방침을 이르면 올여름 결정할 수 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후쿠시마현 시정촌(우리나라 시군구에 해당) 의회 59곳 중 19개 의회가 해양 방출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가결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처리수’라고 말하는 원전 오염수는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킨 원자로 내의 용융된 핵연료를 냉각할 때 발생한 오염수 등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불리는 정화장치를 이용해 트라이튬(삼중수소)을 제외한 방사성 물질(62종)을 제거한 물이다.

그러나 처리수에도 인체에 치명적인 세슘-137, 스트론튬 등 일부 방사성 물질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어 바다 생태계 파괴의 큰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주민들도 이 점을 우려하며 ‘풍문’(소문)으로 인한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日정부 “이르면 올여름 방사능 오염수 처분 방침 결정할 가능성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트리튬’을 포함한 오염수 처리에 대해 “정부는 올여름에 처분 방침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5일 보도했다.

앞서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3월 “가능한 한 신속하게 (오염수) 처분 방침을 결정하겠다”며 연내 처분 방안을 시사한 바 있다.

아베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1월 31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전문가 소위원회에서 오염수 해양 방출을 암묵적으로 결정한 것에서 비롯된다.

당시 전문가 소위는 오염수 처리 방안 가운데 ‘해양방출 쪽을 더 확실하게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해양방출을 유력한 처리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는 약 1000개에 달하는 대형 탱크에 120만t 이상의 오염수가 저장돼 있다.

도쿄전력은 방출 시작 시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 보관량을 기준으로 추산하면 해양 방출을 통해 오염수를 처리하는 데 무려 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후쿠시마현 나미에정 타카노 타케시 의회장이 반대 의견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마이니치신문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출 반대한다”

오염수 해양 방출은 국제사회는 물론 원전 사고를 본 후쿠시마현에서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반대 의견서를 채택한 19개 시정촌에서는 “원전 사고 후 9년이 지난 지금도 사고 영향으로 고통을 받는다”며 “오염수 해양 방출이 결정되면 소문으로 인한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대 의견서를 가장 먼저 채택한 곳은 후쿠시마현 ‘나미에’(지명) 의회다. 의회는 지난 3월 17일 해양 방출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앞서 일본 정부는 해당 의회를 방문해 정부 소위원회가 정리한 보고서에 대해 설명했는데 해양 방출의 장점만을 강조했을 뿐 오염수 방출로 인한 소문 피해 대책 등은 전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타카노 타케시(69) 의회장은 소위원회의 보고서를 두고 “지역 주민의 정서를 무시한 것이며 피해자에게 고통을 강요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안이하게 해양 방출하면 더 큰 풍문 피해를 초래한다”며 “육상보관과 삼중수소 제거 기술의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곳은 사고 원전에서 가장 가까운 어항을 끼고 있는 곳으로 삼중수소가 포함된 오염수가 바다에 흘러가면 그로 인한 피해를 주민들이 입게 된다는 주장이다.

후쿠시마 소마시 의회도 “(피해)당사자 이해를 얻지 못한 트리튬수(트리튬이 함유된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출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이달 채택한 의견서에 담았다.

반대 의견서를 채택한 다른 의회들도 오염수 방출에 따른 지역 이미지 악화 등 대책을 철저히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오염수 저장 탱크가 늘어선 도쿄 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마이니치신문
◆소문 피해 어떻길래

후쿠시마현에서는 사고 9년이 지난 지금도 어획량을 제한하는 시험 조업만 이뤄지고 있다. 사고 전 지역에서 잡아 올린 넙치 등의 어패류는 좋은 가격에 팔렸지만 사고 후 잡은 어류의 매입을 기피하는 곳이 많다고 나미에 의회장은 설명했다.

후쿠시마 어촌계는 지금도 원전에서 발생하는 오염수 처리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도쿄 전력은 지난 2015년 원자로 건물에 지하수가 유입되자 오염수가 늘어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배수관으로 물을 끌어와 정화한 뒤 바다에 방출하고 있다.

그 결과 사고 얼마 후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잡아 올린 넙치, 멍게 등의 어패류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방사능이 검출돼 전량 폐기한 바 있다. 

현 어촌계는 아베 정부의 설득에 못 이겨 방출에 승낙했지만 오염수의 완벽한 처리 등의 대책은 지지부진하고 소문으로 인한 피해만 커져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현 어촌계가 오염수 방출에 반대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현 의회장은 “오염수 해양방출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 눈물을 머금고 합의했지만 도쿄 전력이 기업 식당에서 현 산품을 사용하는 정도다. 국가가 마련한 대책은 실감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사정은 농가도 비슷하다. 현 농가에서도 “오염수 방출은 여론에 역행하는 움직임”이라며 반대 의견서를 결의했다.

특히 원전에서 약 100km 떨어진 유가와 의회는 “일본 정부의 대응 여부에 따라 지역에서 거주할 후손을 포함한 현 전체에 더 큰 풍문 피해를 조장 할 수 있다”며 “트라이튬 제거와 소문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현 농가에서 생산한 쌀은 사고 후 안정성 문제 등으로 판매·인기 등의 순위에서 떨어져 가격이 하락하는 등 농가가 큰 타격을 받았다.

2015년 이전 후쿠시마현 일부 지역에서 생산된 쌀에서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돼 인식이 크게 하락한 탓이다.

이에 현 전체에서 “오염수 방출은 현의 노력에 역행하는 움직임”이라며 반대하는 것이다.

한편 해양 방출에 반대하는 움직임은 후쿠시마현 인근 미야기현을 비롯해, 도쿄 시의회에서도 반대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미야기현은 지역에서 양식한 멍게를 한국에 가장 많이 수출했는데 한국 정부가 방사능 피해를 우려해 수입을 금지하자 큰 타격을 받았다.

도쿄도 고가네이시 의회에서는 일본 전국 어업협동조합 연합회 등이 해양 방출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 “전국에서 공개 청문회를 열고 육상 보관에 의한 영구적인 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을 문제를 두고 일본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은 “국회에서 오염수 해양 방출 처리 방법을 검토하는 데 있어 풍문 대책 등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도출하지 못했다”며 “관계자의 의견을 들으면서 대책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오염수 해양 방출은 일본 국내뿐 아니라 한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반대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아베 정부는 자국민들과 세계 여론을 깊게 고민해 내륙보관 등 신중한 판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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