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왜 '한국인 WTO 사무총장' 겁낼까
일본 수출 규제, WTO제소 진행 중.."일본 정치적 의도 분명"
"수출규제 분쟁국 출신 사무총장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 할수도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 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현재 코로나19 대응과 WTO 개혁 등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다각적 무역체제의 유지와 강화를 위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관점에서 일본으로서도 선출 프로세스에 확실히 관여해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WTO 본부는 현지시간 8일 사무총장 입후보를 마감한다. 전날까지 한국을 비롯해 멕시코, 나이지리아, 이집트, 몰도바 등 5개국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 대표로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산교섭본부장이 나선다.
현재까지의 분위기라면 유 본부장의 당선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멕시코 헤수 세아데 후보의 경우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이 멕시코 출신이라 주요 국제기구 두 곳의 수장을 한 국가가 가져가는 그림이 나온다면 회원국들 사이에서 견제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응고지 오콘조-이웰라(나이지리아)와 하미드 맘두(이집트)의 경우 아프리카에서 두 명의 후보가 나서기 때문에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적잖다.
우리 정부가 유 본부장의 당선을 위해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이를 견제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분명 불편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WTO 사무총장 선출 절차는 지지도가 가장 낮은 후보가 탈락하는 과정을 반복한 뒤 최종 단일후보자를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과정에서 끝까지 반대의사를 고집해 회원국 간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며 유 본부장의 당선을 훼방 놓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과거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출마했던 2006년 유엔 사무총장 선출 4차 예비투표 때도 15개 안보리 이사국 가운데 유일하게 '의견 없음'으로 기권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이 이처럼 WTO 사무총장 선출에 지대한 관심을 두는 배경에는 수출규제 문제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1년 전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강행했다. 또 8월에는 한국을 일본의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강경책을 펼쳤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노 재팬' 움직임이 일었고 국내 일본 제품에 대한 소비와 판매가 급감하게 됐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9월 수출규제와 관련 WTO에 제소 절차에 돌입했지만 일본 정부와 대화를 위해 일시 중단했다. 그러나 일본 측이 응답하지 않으면서 다시 제소 절차를 재개했다.
전문가는 일본 정부가 나서서 WTO 사무총장 선출에 관여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김용찬 교수는 "구체적인 실명과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국제기구 사무총장 선출을 두고 경산상까지 나서는 것은 특이한 케이스다"라며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일본이 유 본부장의 경쟁 후보를 낸 것도 아닌 상황에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분명 의도가 있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오히려 수출규제 제소 문제를 꺼내 유 본부장의 당선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교수는 "일본은 현재 수출규제 문제로 인해 분쟁을 겪고 있는 국가에서 사무총장이 나오는 것이 적합한가라고 주장할 수 있다"라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국제기구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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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송대성 기자] snowbal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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