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역 시민단체가 정부의 공공조달 시스템인 ‘나라장터’에 반기를 든 경기도를 지원하고 나섰다. “나라장터가 세금으로 바가지를 쓰게 만든다”며 자체 조달시스템 개발을 선언한 경기도를 지지한 것이다. 시민단체들이 조달시장을 둘러싼 정부와 광역자치단체 간 이견에 불을 댕기면서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8일 도가 지방조달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운영한다는 계획을 지지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 “조달시장 독점으로 가격 경쟁력 잃어…자체 시스템 만들어야”
연대회의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조달시장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조달청이 나라장터 시스템을 통해 중앙, 지방 할 것 없이 독점하고 있다”며 “경기도가 지방조달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다른 지방 정부들과 같이 운영할 계획을 밝힌 것은 그동안 지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과감히 첫발을 내디딘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동안 나라장터에서 비싸게 물건을 사면서 예산으로 집행하는 것에 대해 무감각한 공무원들이 있었다”면서 “지방정부 역시 문제점을 인식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대회의에는 현재 경실련경기도협의회, 경기복지시민연대, 경기여성연대, 경기환경운동연합, YMCA경기도협의회 등 도내 16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2일 국가통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의 물품 가격이 비싸고 조달 수수료도 지자체에 환원되지 않는다며 이를 대체할 지방조달시스템을 자체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같은 날 이재명 경기지사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조달청 나라장터가 시장 단가보다 비싸게 판매하면 지방정부는 어쩔 수 없이 그 가격에 구매해야 한다”며 “나라장터의 독점적 지위에 따른 폐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공공조달 시스템도 공정하게 바뀌어야 한다”면서 “조달청은 관리·감독의 기능에 충실하고 지방정부에 운영 권한을 맡기면 자율 경쟁을 통해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3년간 수수료 246억원 납부…법령 바꿔 2022년 새 시스템 시범 운영
이 같은 경기도의 주장은 공정조달을 사실상 독점한 조달청 나라장터의 물품이 오히려 더 비싸고 수수료도 많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감사원 지적에도 개선이 안 된다”며 “세금으로 바가지를 쓰기 싫어 공정조달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도는 지난 4월부터 나라장터에 등록된 동일한 물품 가격과 시중 가격을 비교한 결과 가격비교가 가능한 646개 제품 가운데 90개(13.9%)가 더 비싸게 판매됐다고 밝혔다 .
도에 따르면 현재 나라장터에 등록된 물품은 모두 6129개에 이른다. 하지만 이 제품 대다수는 시중에 판매되는 물품의 규격과 달라 시중 제품과 가격비교가 어렵다.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제5조 2항은 지자체가 물품 조달을 할 경우 나라장터를 우선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경기도의 지적대로라면 지자체 입장에서는 세금이 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계속 바가지를 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감사원도 2018년 이 같은 문제를 일부 지적한 적이 있다.
무엇보다 도와 도내 기초지자체, 공공기관이 최근 3년간 조달청에 낸 수수료는 246억원에 달한다고 경기도는 밝혔다.
이에 경기도는 중앙부처와 협의해 2022년쯤 자체 조달시스템을 시범 운영할 방침이다. 올해는 용역비를 확보해 타당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물론 중앙부처가 관련 법령의 개정을 허용할 때 가능한 일이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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